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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의 경제학(사설)
입력1997-08-05 00:00:00
수정
1997.08.05 00:00:00
자연의 재앙인 엘니뇨(El Nino)로 지금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엘니뇨는 그 어원이 스페인어의 「아기 예수」에서 유래된 말.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남미 서쪽 적도부근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서 지구촌에 이상 기상현상을 일으키는 자연의 불청객이다.이 엘니뇨 현상으로 지난 7월부터 지구촌 곳곳이 법석이다. 홍수와 가뭄으로 계절의 질서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남미 아르헨티나는 한 겨울인데도 기온이 36도까지 치솟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에서는 2백년만의 대홍수로 오데르강이 범람,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냈다. 미국에서도 북서부와 남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가뭄으로 황하 하류지역이 강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2천만㏊의 농경지가 이미 피해를 보았다. 서안지방은 50년만의 폭염으로 2백명이 숨졌다. 모두가 기록적이다. 북한도 극심한 가뭄이다. 함흥지방은 37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보도다. 다른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다행이다.
올해는 적도지방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최고 4도정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같은 이상고온은 엘니뇨 관측 사상 최대의 피해를 안겨준 82∼83년과 맞먹는 수준이다. 82년 당시 엘니뇨는 전 세계적으로 1천3백∼2천명의 인명과 1백3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벌써 각국마다 올 가을 농작물 수확에 비상이 걸려 있다. 미국은 구체적인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 82년에는 옥수수 수확량이 30%정도나 줄었다. 호주는 소맥생산이 작년대비 3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리핀도 내년 상반기중 쌀생산량이 올상반기에 비해 16%, 인도네시아는 커피의 경우 작년의 20∼25%, 코코아는 10% 감산 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일본의 두뇌집단인 후지(부사)연구소는 엘니뇨에 따른 냉해로 일본의 농업생산은 7.3%, 1인당 실질소비는 0.1%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내총생산(GDP)도 0.2%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은행이 「엘니뇨 현상과 국제농산물가격」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외신을 종합·분석한 것이지만 엘니뇨에 대해 전혀 무방비 상태인 우리정부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가 엘니뇨 현상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우리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개각이다, 당정개편이다 해서 어수선하기만하다. 여야는 정쟁으로 경제는 안중에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엘니뇨 연구에 투자를 해야 한다. 농산물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로서는 기상이변과 국제곡물시세에 민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도 책임지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특히 그렇다. 유비무환의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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