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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中企대출 차별 심화

09/25(금) 18:22 공장 매입을 위해 2억원을 대출받으려던 K사의 K사장은 얼마전 4~5군데 은행의 방문을 받았다. 『좋은 조건으로 대줄테니 우리 은행 돈을 써달라』는 것. 『얼마전까지만 해도 은행돈을 쓰려면 은행 지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통사정하다시피 했는데, 입장이 바뀌니 얼떨떨합니다』 K사장의 말이다. 금융권에 우량하다고 알려진 중소기업들은 최근 어김없이 은행들의 대출세일 공략을 받는다. 인천의 발전기 제조업체인 K사도 매출액 100억원대, 올 상반기에만 70억원어치를 수주해 금융권에선 일찌감치 우량기업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처럼 은행에서 칙사대접을 받는 우량중소기업은 전체의 10%선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 중소기업은 부동산담보를 갖다줘도 은행 문턱에서 퇴짜맞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도록 금융기관을 닥달하면서 극소수 우량중소기업은 은행 돈을 골라쓰는 「상전」이 된 반면 대다수 중소기업은 여전히 「찬밥」신세인 중소기업간 자금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들어 중소기업들간에 이같은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돈 좀 내달라』는 기업들은 은행이나 신용보증기관에서나 번번히 딱지를 맞고 있는 반면, 재무구조가 좋은 우량기업들은 『돈 좀 써달라』는 은행 지점장들의 방문을 받기 바쁘다. 이는 구조조정에 휘말린 은행들이 어느 때보다 부실위험을 피하기 위해 분투하는 한편, 정부가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지원실적을 일일히 챙기는 등 거센 대출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에 대한 위험부담 없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려면 우량 중소기업과의 대출 거래를 늘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용평점 100점 가운데 80점이 넘는 우량기업들은 무담보 저금리라도 대출을 못해줘서 걱정』이라며 『이들 업체와 거래를 하기 위한 은행들의 금리인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13% 안팎이지만 우량기업들의 경우 은행을 골라가며 11% 안팎의 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고 전했다. 그러나 이렇게 대접받아가며 돈을 쓸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중소업체들은 담보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제출하고 간신히 돈을 빌릴 수 있는 기업은 그나마 괜찮다. 이른바 한계기업들은 아무리 은행 창구를 두드리고 하소연해도 돈 나올 곳이 없다. 아예 포기하고 서서히 퇴출의 길에 접어든 기업도 많다.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3년간 적자를 냈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 들은 한계기업으로 분류, 여신지원을 안하고 있다』며 『요즘엔 이들 기업도 어차피 대출받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서인지 대출 요청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의 경우 여신지원이 없어서 부실해졌다기보다는 매출 자체가 거의 없는 기업』이라며 『물건이 안팔리는 기업에 돈을 대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신용보증서만 있다면 다소 재무구조가 안좋거나 영업력이 떨어져도 가급적 지원을 하자는 방침이지만, 그런 기업들은 보증서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후 오히려 덕을 보고 있다』는 우량중소기업 사장들과는 달리,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에겐 정부의 지원대책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박동석·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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