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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재즈 아티스트이자 트럼펫 연주자인 루이 암스트롱은 트럼펫을 잘 불기 위해 칼로 자신의 입술을 찢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 밑에 따라 붙은 숱한 전설적인 이야기 중 하나다. 정말 그가 트럼펫을 잘 불고파 정말 스스로 입술을 찢었는지 아니면 그저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두꺼운 입술 탓에 '사치모(Satchmoㆍ강철 입술)'란 애칭을 얻었던 그는 평생 이 입술 때문에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과학 전문 칼럼니스트 마이클 심스는 '아담의 배꼽'이란 책에서 암스트롱의 동료 연주자의 입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의 마지막 선율이 관객의 박수 갈채에 묻혀 들리지 않을 때 암스트롱은 트럼펫을 쥔 채 숨을 헐떡거리며 터진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핥아 먹고 있었다. 이듬해인 1933년 11월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공연을 하던 중 입술이 찢어져 턱시도 셔츠 위로 피가 계속 흘러내렸다." 상처 부위를 바늘로 콕콕 찔러 대는 그의 모습을 본 메즈로우가 안타까워 그 이유를 묻자 암스트롱은 "죽은 피부 조각은 뜯어내야 하네. 안 그러면 이 놈들이 내 주둥이를 막아 버리거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음악가가 암스트롱에게 후배 트럼펫 연주자를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입술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아담의 배꼽'은 경부 디스크로 2주간 침대에 누워 지내던 마이클 심스가 새삼 신체 각 부위의 소중함을 느낀 뒤 쓴 책이다. 피부, 얼굴, 눈, 귀, 입술, 팔, 가슴, 다리 등 인체의 각 부분을 하나씩 주제로 내세워 인문학적인 탐사를 벌인다. 루이 암스트롱에 관한 입술 이야기는 '고졸(古拙) 미소'라는 항목을 꾸미고 있다. 해부학과 진화론을 비롯해 수많은 문학, 심리학, 영화와 음악에 관한 각종 지식을 바탕으로 그는 우리 몸에 관한 편견과 호기심, 각종 사실 등을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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