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론/2월 22일] 금융규제, 강화가 대세인가?
입력2010-02-21 17:34:53
수정
2010.02.21 17:34:53
최근 선진각국의 관심이 금융기관의 대형화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무분별한 단기 업적 추구를 방지해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관행'을 뿌리뽑는 데 맞춰지면서 국제적으로 금융기관의 규제강화가 대세로 굳어지는 듯하다.
이른바 '볼커 룰(Volker rule)'로 불리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최근 개혁안은 은행 및 은행계열 금융회사들이 사모펀드, 헤지펀드, 자기계정 트레이딩 등을 소유ㆍ투자ㆍ지원하는 것을 제한하고 본질적으로 은행의 대형화를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한걸음 더 나가 금융시스템의 위기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금융기관들에서 거래세 형태로 직접 거둬들이겠다는 이른바 '은행세' 부과에 대해서도 주요 선진국들 사이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선진국과 금융환경 달라
선진국들의 규제강화 움직임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유사한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공감할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리스크가 높은 자산을 늘려간 대형 투자은행들의 행태가 최근 금융위기의 직접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금융기관의 대형화ㆍ겸업화ㆍ증권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투기시장화 및 금융자본의 투기자본화를 막기 위한 강력한 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10년이나 앞서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 동참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좀 더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시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이른바 관치금융, 즉 규제ㆍ감독당국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금융회사들의 세부적인 경영 의사결정에까지 개입한 데 있었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전반적으로 금융규제의 강화 혹은 완화라는 총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어떤 규제를 완화하고 어떤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라는 각론의 문제이다. 국제적인 규제강화 움직임은 투기자본화한 대형 투자은행의 행태에 고삐를 채우고 건전성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상업은행이 투기성이 큰 투자은행 업무에 나서는 것을 억제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융 선진국들과는 달리 아직 변변한 투자은행도 없고 상업은행의 규모나 수익성도 국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실정에서 업무영역이나 규모의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한 규제강화는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은행세 부과 문제만 하더라도 소수의 대형 은행이 주된 타깃이 될 선진국들과는 달리 은행의 수가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전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감독 질 높이되 官治회귀 곤란
우리나라의 금융규제는 국제적인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복잡하고 경직적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금융기관의 영업활동이나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ㆍ감독당국의 힘 또한 선진국들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 건전성 유지를 위해 감독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겠지만 금융기관의 일상적인 활동에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외양간이 허술해서 소가 도망갈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가 자라지 못할 정도로 외양간이 좁고 불편한 것은 아닌지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여 동안 관치금융의 종식과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구해왔다. 이런 노력을 무위로 돌리고 규제강화라는 국제적 추세를 빌미로 관치금융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시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