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이어온 모토 "신뢰 얻는게 남는 장사"<br>故구회장 "이윤 덜남아도 고객에 봉사자세로" <br>대추야자 전용 냉장고로 중동인들 사로잡기도<br>"쉽게 모방 못할 일등제품·서비스로 승부" 야심
[LG 도전·개척 60년] (1) 미래의 키워드 '고객가치경영'
60년 이어온 모토 "신뢰 얻는게 남는 장사"故구회장 "이윤 덜남아도 고객에 봉사자세로" 대추야자 전용 냉장고로 중동인들 사로잡기도"쉽게 모방 못할 일등제품·서비스로 승부" 야심
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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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객가치 실현, 일등기업 도약"
'결단'마다 기업역사 새기록
“공급자 중심의 생각과 경영을 버려라. 단기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해라.”
여름 휴가시즌이 끝날 무렵인 지난해 8월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 바깥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지만 회의실 안은 냉기가 감돌았다. 평소 말수가 적던 구본무 회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자리에 모인 최고경영자(CEO)들의 폐부를 찔렀다.
LG가 변하기 시작했다. 인화를 바탕으로 다소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이기로 유명한 LG가 지난 60년의 기업 문화를 바꿔가는 모습이다. 시장의 변화가 곧 고객가치라는 판단 아래 고객가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계열사들의 목표도 뚜렷해졌다. 말로만 변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주주ㆍ고객ㆍ사원들에 대한 가치창출을 통해 매출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ㆍ수익성ㆍ성장률ㆍ주주수익률 모두 글로벌 톱3에 오를 것”이라며 외형이 아닌 손익을 우선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고객에 대한 내리사랑=68년 럭키화학 임직원들은 회사의 대표 제품인 ‘럭키치약’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시장점유율은 높지만 이윤이 남지 않았기 때문. 다시 말해 비싼 원료에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값싼 원료를 도입하자는 임원들의 말을 가만히 듣던 고(故) 구인회 회장은 한마디로 회의를 끝냈다. “얼마 안 남아도 좋으니 봉사한다는 자세로 하다 보면 럭키의 신용이 소비자의 머리 속에 남게 되고 그게 돈 버는 거 아니겠나.”
LG의 고객가치 창출은 어느 순간 튀어나온 경영전략이 아니다. 60년 LG의 역사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경영철학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90년 2월 LG의 창업이념이었던 ‘인화단결, 연구개발, 개척정신’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체계화했다. LG가 경쟁력 있는 우량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 명예회장은 ‘고객이 스승’이라고 항상 강조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제품의 아이디어는 물론 혁신의 바탕에도 고객에 대한 인식의 혁신이 앞서야 한다”며 “고객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를 바로잡는 일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자성의 계기가 된다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 조치라도 주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맞춤 경영=중동 열사의 사막에도 김치냉장고가 있다. LG전자의 ‘대추야자 냉장고’가 주인공. ‘대추야자 냉장고’는 중동지역 사람들이 김치처럼 즐겨먹는 대추야자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익게 하고 또 잘 익은 대추야자를 오랫동안 보관해주는 대추야자 전용 냉장고다. 중동판 ‘김치냉장고’인 셈. ‘대추야자 냉장고’는 출시 1년도 안 돼 중동국가 주부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가치 실현=시장창출’이라고 판단한 LG는 글로벌 전략에서도 고객만족을 우선한다. 글로벌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충실히 반영해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LG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을 따라하거나 경쟁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LG를 위해서는 고객가치를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LG는 글로벌 고객가치 실현을 1등 LG 전략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현재 15개인 세계 일등제품을 오는 2010년까지 40개로 확대해 글로벌 고객의 입맛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2010년까지 글로벌 TV 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1위 TV 업체로 등극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고 LG화학은 클린에너지ㆍ플렉서블ㆍ디스플레이 등 미래 성장엔진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변화의 중심에 선 LG=지난해 말 LG그룹은 세찬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정책에 따라 LG전자ㆍLG필립스LCD 등 주력 계열사의 CEO가 교체되며 새로운 변화를 꾀한 것이다. LG는 100년 기업의 첫발을 내디디는 올해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일등 제품과 서비스’로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추진한다.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공격경영으로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사업별 경쟁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이를 토대로 한 신사업 발굴을 통해 앞으로 3~5년 내에 구체적인 결과물을 얻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인재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공장ㆍ장비ㆍ재고ㆍ부채 등 모든 자산은 물론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과거 관행을 고집하며 실수만 하지 않으려는 타성은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며 변화에 둔감하게 비쳐지고 있는 LG의 체질 변화를 예고했다.
입력시간 : 2007/01/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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