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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의 이동전화 빅딜
입력1998-12-27 00:00:00
수정
1998.12.27 00:00:00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된 휴대폰(PCS)업계는 서비스개시 1년만에 평균 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업성은 제쳐두고 단말기 보조와 과잉 가입자 유치작전을 펼치는 등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치열한 경쟁을 펼친 결과다. 27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케이블TV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출범 3년만에 누적적자가 1조원을 넘어서는 부실투성이가 됐다. 공급과잉과 내수침체로 부도업체가 속출한 철강업계도 구조조정외에 살길이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골머리를 썩히던 한보철강을 동국제강이 인수할 것이 확실시되어 철강 빅딜의 돌파구를 열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케이블TV 업계도 아직까지는 큰 마찰없이 활발한 재편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이동전화업계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정부의 방침도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과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이 적극적인 추진을 시사한데 이어 남궁석 신임 정보통신부장관도 빅딜 필요론을 밝혀 힘을 얻어가는듯 했다.그러나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은 『해당업체가 동의하지않으면 빅딜은 어려운 것이 아니냐』며 이동전화 빅딜에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한마디로 정부 여당내에서 전혀 손발이 맞지않고 있는 것이다. 주요 정책을 두고 정부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는 있다. 이같은 정부내의 혼선은 아직 확실한 정책 방향이 서 있지 않은 것으로 비친다.
康수석의 시사대로 업계자율에 맡긴다면 현재의 분위기를 보거나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빅딜은 물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빅딜의 유예는 앞으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동전화업계는 이미 빅딜을 추진한 7개업종 못지않게 과잉투자와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업계 자율에 맡긴다는 이유로 발을 빼면 대기업 구조조정에 2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다. 이동전화업체들의 외국인투자지분이 많아 합병인수가 어렵다고 하지만 과당경쟁이 해소되고 사업전망이 좋아지면 외국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가입자가 1,500만명을 넘어 포화점에 이르고 있고 5개 이동전화업체의 총부채는 9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대로 가면 5개업체 공멸론이 빈말이 아닐 수도 있다. 이동전화업계 구조조정의 당위성은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는 대기업 구조조정의 확고한 원칙위에서 분명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 일정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업계도 눈치보거나 흔들림 없이 경영에 전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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