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을 맞은 금융감독원이 조직을 확 바꾼다. 서민금융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관련부서를 국 단위로 승격시키는 등 조직을 수술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주가조작 차단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인력을 대폭 강화한다.
24일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상호금융 및 대부업 감독 강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엄벌, 금융소비자보호처 기능 확대를 위한 개편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주가조작 엄단과 중소기업 지원, 정치권이 주장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등을 감안한 개편안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인터뷰와 현장방문에서 기자와 만나 "서민금융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상호금융도 필요한 부분을 손봐서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최 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국민검사청구제와 관련, 비상시 조직을 통해 운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이 청구한 안건을 검사로 이어갈지 심의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금감원 국장급 인사가 참여한 회의체를 가동하는 식이다.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상시감독을 확대하기 위해 금감원은 현재의 자본시장 1, 2국 내 불공정조사팀의 크기를 키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자본잠식이나 연속 당기순손실 상태의 한계기업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악용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전담할 조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특히 중소기업지원실을 중소기업지원국으로 격상시켜 중소기업의 금융 애로사항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서민금융 전담기구는 지금보다 위상이 한층 강화된다. 농협ㆍ신협 등 상호금융과 카드사ㆍ캐피털 등 여전업권을 한데 묶어 관할하던 상호여전감독국과 검사국은 상호금융과 여전으로 나뉜다.
최 위원장이 수석 부위원장 시절 담당했던 보험 감독 역시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은 업권인 만큼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면 저축은행 사태 이후 조직이 감독국과 조사1ㆍ2국으로 늘어났던 저축은행 관련 조직은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대부업은 연매출 1억원 이상인 경우 금감원 관할로 두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법 통과와 함께 금감원 관련 조직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6월까지 제출을 요구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신설계획에 대해 금감원은 원내 소보처의 위상을 높이는 대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금감원과 소보원으로 분리하면 두 조직이 몸집 키우기와 실적 늘리기 경쟁을 벌이면서 엇박자가 날 수 있고, 불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낭비된다"면서"소보처의 기능을 높이되, 원장이 금감원과 소보처 사이를 조율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현재 부원장보 직위인 소보처장을 부원장으로 올리고 인원도 증대할 계획이다. 소보처장은 외부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민원처리 과정에서 타 부서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던 현재 권한을 강화해 사실상 간접 검사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현재 소보처의 권한으로는 금융회사를 상대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정치권 등 일부 여론이 소보원으로 분리를 요구하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부도 금감원에서 소보처를 떼어 소보원을 신설하자는 입장이어서 소보처 개편안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르면 이달말 조직개편을 완료하고 이어 수석부원장 및 부원장 등 임원급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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