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계획된 준비’를 강조했다.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되는 만큼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박 회장은 “과거 경제위기 때는 살아남은 기업들이 회복기의 과실을 나눠 가졌지만 이번에는 기업들 대부분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회복세 자체가 과실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며 “누가 더 ‘계획된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과실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회장의 주문에 두산인프라코어는 글로벌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화답했다. R&D 부문 투자와 인력을 꾸준히 늘려 위기 속에서 위기 이후를 준비하는 ‘일류(Top tier)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소형 건설장비 부문 밥캣이 미국 노스다코타 주 비즈마크 사업장에 최첨단 R&D 센터인 ‘액셀러레이션센터’를 준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션센터라는 이름에는 밥캣의 신기술 개발과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복합연구시설로 꾸며진 이 센터는 지상 2층, 연면적 1만8000㎡ 규모로 지어졌다. 투자비는 2,800만 달러(한화 약 288억 원)에 이른다. 액셀러레이션센터에선 최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아이디어 도출부터 시제품 제작, 컴퓨터 시뮬레이션 테스트까지 한 번에 수행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또 8만 9,000㎡ 규모의 야외 장비 시험장도 설치돼 다양한 조건에서 시제품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리치 골드버리 두산인프라코어 북미 지역장은 “액셀러레이션센터는 밥캣의 기술과 혁신에 대한 투자인 동시에 사람에 대한 투자”라며 “이 센터를 기반으로 업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7월 인천공장에 회사 전체 R&D 역량 결집과 건설기계-엔진 부문 간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글로벌 R&D 센터’를 준공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연구개발 분야의 구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인천 글로벌R&D센터는 중대형 건설기계와 엔진 부문 통합 R&D센터로 약 1,0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한다. 기술개발 시설뿐만 아니라 연구 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장도 마련되어 있어 R&D 인재 양성의 허브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준공된 중국 R&D센터는 세계 최대 휠로더(휠 트랙터·정면 적재기·백호로 구성된 굴착기)시장인 중국에 특화된 연구센터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중 최초로 건립된 휠로더 전문센터인 이곳은 지난 1년여 동안 신제품 5기종을 출시하는 등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