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을 앓고 있는 김대한씨는 체내에 심장박동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인공 심장박동기를 이식한 채 살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다른 부정맥 환자들과 달리 그는 재수술을 걱정하지 않는다. 기존 인공 심장박동기는 배터리 수명이 5년에 불과한 반면 김 씨가 이식한 자가발전 인공 심장박동기는 스스로 전력을 생성, 배터리를 충전해주기 때문이다.
국내연구진이 고효율·유연 압전 나노 발전기에서 전기에너지를 생성, 반영구적으로 작동 가능한 자가발전 심장박동기의 실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보영 교수 공동연구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압전 나노 발전기는 압력이나 구부러짐 같은 물리적인 힘이 가해질 때 전기가 발생되는 압전물질을 이용해 만든 소형 전기발전기로서 연구팀의 실험결과, 기존 인공 심장박동기에 쓰이는 소자보다 약 40배 많은 전력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 심장박동기는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환자의 몸속에서 심장에 전기자극을 가해 박동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의료장치다. 하지만 배터리의 수명에 한계가 있어 5년을 전후해 정기적인 교체 시술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런 외과적 시술 과정에서 감염, 출혈 등에 따른 위험이 수반된다는 것. 환자들의 불편함과 비용적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연구팀의 압전 나노 발전기는 체내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공급하기 때문에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환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인체의 움직임에 의해 압전 나노 발전기에 가해지는 물리적 압력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메커니즘이다. 덕분에 심장박동기의 수명을 반영구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압전 나노 발전기가 심장박동기에 접목될 경우 전력부족을 이유로 구현하지 못했던 심장박동의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구팀은 압전 특성이 우수한 단결정 PMN-PT 압전박막을 기판으로부터 얇게 벗겨낸 다음, 플라스틱 필름해 부착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갖춘 압전 나노발전기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 발전기가 심장을 직접 자극해 인공 심장박동기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동물실험을 실시했다. 압전 나노 발전기와 쥐의 심장을 연결하고는 발전기를 굽혔다가 폈을 때 쥐의 심전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본 것.
결과는 성공이었다. 쥐의 심전도가 규칙적으로 변하는 것이 관찰됐다. 쥐의 심장을 직접 자극해 심장박동을 인위적으로 규칙화하는데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실험 당시 압전 나노 발전기는 8.2V의 전압과 0.22㎃의 전류를 생성했다. 0.22㎃는 현존하는 유연한 압전 나노 발전기 중 최고 수치다. 연구팀은 이처럼 큰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가장 우수한 압전 특성을 갖춘 PMN-PT를 넓은 면적의 박막구조로 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압전 나노 발전기를 실제 전자기기 등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교류 전력을 직류로 변환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연구팀은 4개의 다이오드를 이용해 변환을 실시했고 발전기를 굽혔을 때 8V, 100㎂의 출력을 얻었다. 또한 추가실험을 통해 50개의 LED를 동시에 켜보거나 압전 나노 발전기로 충전한 코인 배터리로 초시계를 작동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이건재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를 임상에 적용하면 자가발전 심장박동기에 더해 부정맥과 같은 심장의 이상증후를 사전에 진단해 심장마비 등을 예방할 수도 있다”며 “이밖에도 다양한 체내 이식형 의료기기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0.22㎃ 동물 실험에서 압전 나노 발전기가 생성한 전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