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현대자동차그룹은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이하 글로벌 청년 봉사단)’을 만들었다. 대학생들을 전 세계 낙후 지역으로 파견해 해외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12기를 배출한 글로벌 청년 봉사단을 통해 대학생 6,000명이 18개 국가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글로벌 청년 봉사단을 직접 체험한 대학생들과 현대차그룹 관계자를 만나 봉사활동의 의미와 선발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kr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글로벌청년 봉사단 12기로 참가한 박주용 씨(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3학년), 이도원 씨(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2학년)와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신재민 과장, 어호선 과장을 만났다. 이미 친숙한 사이인 듯 이들의 대화엔 허물이 없었다. 박주용 씨와 이도원 씨는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현재 12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곧 있을 13기 모집을 위한 홍보와 모집활동 지원 등이 주된 일이다. 글로벌 청년봉사단 13기는 4월 29일부터 5월 11일까지 모집 접수를 받는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만 18세 이상, 2년제 혹은 4년제 대학 재학생 또는 휴학생은 누구나 응모가 가능하다.
서류심사, 면접심사를 통해 선발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해외 경험을 갖기 힘든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소년소녀 가장, 교통사고 유자녀, 새터민 등에는 특별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박주용 씨와 이도원 씨는 13기 글로벌 청년 봉사단에 도전할 대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많아 보였다. 먼저 이들에게 가장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이른바 스펙쌓기용 봉사활동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이력서에 한 줄 써 넣으려고 하는 봉사활동이 아닌가’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주용: 나는 공대생이다. 공대생들은 일반적으로 사회 활동에 관심이 적다. 해외 봉사를 간다고 하면 스펙 쌓으러 간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나 역시 100%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면 스펙 쌓기를 넘는 뭔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꼭 지원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봉사단 활동 이후 현재 운영진에서 기장(기수의 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13기를 모집해야 하는데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도원: 1학년 때 지원했다. 대학 진학 전부터 해외봉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스펙 쌓기와 상관없이 지원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현지에서 했던 봉사활동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신재민 과장: 사실 요즘 학생들은 이런 기회를 예전보다 많이 가질 수 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면 스펙을 쌓으려고 온 친구들을 금방 알 수 있다. 청년 봉사단 면접관들은 NGO 관계자 등 실제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이다. 아무런 스펙 없이 열정 하나로 봉사하러 왔는지, 아니면 정말 경험도 많고 뛰어난데 이력서에 한 줄더 넣으려고 왔는지 구별된다. 저희는 같은 조건이면 열정이 있는 친구를 선발한다. 현대차그룹은 그런 친구들이 다녀와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호선 과장: 입사지원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스펙이 훌륭한 친구들을 뽑지는 않는다. 최대한 다양한 구성원이 될 수 있게 가이드 라인을 정해놓고 있다. 지역별, 남녀별, 학년별로 골고루 선발한다. 봉사 활동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도전정신이나 봉사에 대한 순수한 마음, 세상을 배우겠다는 열망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물론 다들 스펙을 쌓으려고 지원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만약 그렇더라도 크게 상관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경험을 하면서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정말 스펙을 쌓으려고 온 친구들이더라도 2주 동안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뀐다. 봉사활동을 끝내고 팀원들 간 소감을 발표할 때 “처음에는 불손한 의도로 왔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다른 대부분 친구들도 자신이 예상했던 것 이상을 느꼈다고 말한다.
청년 봉사단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이 현대차 그룹에 입사지원할 때 인센티브가 주어지는가?
어호선 과장 :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면접을 볼 때 청년 봉사단 경험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적인 가산점을 주지는 않는다. 최근 현대차 그룹은 인문계열 대학생들을 위해 수시채용으로 입사 시스템을 바꿔가는 중이다. 공채뿐 아니라 다양한 입사 전형을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인재를 채용하려는 노력이다. 이런 과정에서 만약 직원 추천 입사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아무래도 어느 정도 입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년 봉사단 선발과 운영은 어떻게 하나?
신재민 과장: 학점과 영어성적은 보지 않는다. 지원동기, 봉사경험을 주로 본다. 정기적인 봉사 경험이 있으면 높은 가점을 받는다. 면접 때 평가도 좋게 받을 수 있다. 글로벌 마인드도 본다. 지원서 내에서만 평가한다.
어호선 과장: 글로벌 청년 봉사단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두 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각각 500여 명씩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약 2주 동안 마을 환경 개선, 학교 시설 개선 등 건축봉사 활동은 물론, 세계문화유산 보존 활동과 문화 교류 등 문화 봉사 활동도 함께 펼친다. 물론 참가비는 없다. 현대차그룹이 항공비, 현지 체재비 등 모든 관련 비용을 제공한다.
봉사활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박주용: 필리핀(마닐라 북부 케손시티)에서 12박 13일 일정으로 해비타트와 연계해 건축봉사를 했다. 저소득 가정을 위한 주택을 만들었다. 외국문화를 처음 경험했다. 문화공연·교육·건축 봉사 활동 준비를 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았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
이도원: 중국으로 다녀왔다. 상하이에서 4시간 떨어진 지역이었다. 해비타트와 연계해 건축봉사를 했다. 또 교육·문화 봉사도 함께 했다. 현지 분들이 우리가 하는 하나하나에 큰 관심을 갖고 고마워했다. 인상 깊었다. 각오를 하고 갔기 때문에 건축봉사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진 않았다. 의외로 문화공연 연습 때 동작을 외우는 게 힘들었다.
지원 시 자신이 가고 싶은 나라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각각 필리핀과 중국을 봉사 대상지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주용: 고향에 동남아시아 이주민 여성들, 특히 필리핀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다. 필리핀 사람들에 대해 평소 궁금했었다.
이도원: 중국에서 3년 거주한 경험이 있다. 중국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른 지역보다 봉사 활동을 하는 데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청년 봉사단을 다녀온 뒤 달라진 점이 있는가?
박주용: 1기 500여 명이 봉사활동을 갔다 오면 기수마다 중앙운영진을 7명 선발한다. 운영진은 6개월 동안 활동한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취업활동에 전념하려고 했다. 하지만 느낀 점이 많았다. 봉사활동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운영진에 지원했다. 얼마 뒤엔 한국이주민협회에서 주최하는 무지개축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행사 진행도 협회와 함께한다.
숙식은 어떻게 해결하나? 현대차그룹 직원들도 봉사 현장에 동행하나?
박주용: 주로 건축봉사를 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많다. 텐트 치고 자는걸 상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식사는 현지식을 주로 먹었다.
신재민 과장: 우리도 함께 간다. 1팀(20명)당 직원 1명이 따라간다. 이 직원이 멘토가 된다. 학생들과 똑같이 생활한다. 같은 숙소에서 숙식하고 똑같이 봉사한다. 멘토-멘티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어호선 과장: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매일 2~3시간씩 멘토링도 해준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관계가 유지된다.
신재민 과장: 참가했던 학생들과 친해지다 보니 요즘 말로 하면 ‘돈이 엄청 나간다는 게 함정’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같이 밥도 먹고 하니까. 요즘에는 결혼하는 친구들 때문에 축의금이 많이 나간다.(웃음)
그룹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글로벌 청년 봉사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떤가? 경쟁률도 궁금하다.
신재민 과장: 6년째 진행하고 있고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업이다. 그룹 사회문화팀 내부에서 대표사업으로 다루고 있다. 이 정도 규모로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게 쉽지 않다. 경쟁률은 최소 20 대 1이 넘는다. 40 대 1이 넘을 때도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글로벌 청년 봉사단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어호선 과장: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기업이다. 그룹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해외에서 단순히 경제적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차원에서 봉사단을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사회 개발이나 실질적으로 현지에 도움이 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 큰 취지는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 갈 대학생들을 해외로 보내 글로벌 마인드를 지니게 하자는 데 있다. 단순히 똑똑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가진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돕자는 데 있다.
박주용 씨와 이도원 씨는 운영진으로 활동 중이다. 13기와 만나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박주용: 글로벌 청년 봉사단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멘토에게 많은 걸 배웠다. 팀끼리도 계속 연락하면서 지낸다.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다. 팀에서 만난 사람들은 평생 같이해도 좋을 친구라고 생각한다. 저는 군대를 다녀온 뒤 대학에 들어왔다. 2학년 겨울방학 때 청년봉사단에 지원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대학에 늦게 들어간 편이라 스펙을 쌓아 취업하는 데 신경을 쏟고 있었다. 방학 기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고민하지 말고 지원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도원: 최고의 사람들과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도전해 보라. 힘든 만큼 얻는 것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