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by STEPHEN CASS
동체 프레임
고강도 경량 탄소섬유로 동체의 버팀대와 주 날개의 뼈대를 제작, 중량을 최소화했다. 주 날개 끝단과 곤돌라 및 조종석의 단열재로는 가볍고 견고한 발포재가 쓰였다.
주 날개
HB-SIA의 주 날개는 좌우 폭이 63.4m에 달한다. 넓은 날개폭은 항력을 낮추고, 공기역학 효율은 높여준다.
태양전지
두께 150㎛의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가 200㎡ 면적에 부착돼 있다. 주 날개에 1만748개, 수평꼬리날개에 880개다. 태양전지의 전력변환효율은 22%에 달한다.
계기판
날개폭이 넓고, 순항속도가 시속 70㎞로 느리기 때문에 선회 시 동체를 기울일 수 있는 각도, 즉 경사각(bank angle)은 일반 항공기에 한참 못 미치는 최대 5도다. 조종석의 계기판이 경사각을 정확히 측정, 동체가 너무 많이 기울어지면 조종간을 진동시켜 조종사에게 주의를 준다.
조종석
조종석은 1인용이며, 조종사는 조종간과 조타 페달, 4개의 레버로 HB-SIA를 제어한다.
곤돌라
주 날개 아래에 4개의 곤돌라가 부착돼 있다. 내부에 배터리팩, 10마력 전기모터, 기어박스가 들어 있으며 곤돌라 하나당 프로펠러 하나씩 맡아 분당 400회 회전시킨다. 곤돌라로 인해 배터리의 중량이 분산, 동체에 가해지는 구조하중의 감소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배터리
동체 중량(1,600㎏)의 4분의 1이나 되는 400㎏을 리튬 폴리머 배터리팩이 차지한다. 효율이 매우 좋아 배터리 1파운드(454g)당 약 109와트시(Wh)의 전력이 저장된다.
1999년 3월 21일 아침. 스위스의 탐험가 베르트랑 피카르와 영국인 탐험가 브라이언 존스가 탄 열기구가 이집트의 사막에 착륙했다. 기구를 이용한 최초의 무착륙 세계일주 비행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무수한 축하가 이어졌지만 피카르는 마냥 즐겁지 않았다. 열기구의 부양(浮揚)에 쓰였던 프로판가스가 거의 바닥났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대서양 상공에서 바람이 조금만 약하게 불었더라도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그는 어떤 연료도 사용하지 않고 세계를 일주할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고, 머지않아 태양에너지야 말로 이 같은 목표는 물론 친환경성까지 만족시킬 최적의 대안임을 깨달았다. 이후 ‘솔라 임펄스(Solar Impulse)’라는 프로젝트팀을 결성한 그는 그해 5월 한 명의 파트너와 교대로 조종하며 태양광항공기를 타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의 비행에 성공했다. 2015년으로 계획한 세계일주비행의 전초전을 성공리에 마친 것이다.
‘솔라 임펄스 알파’의 약자인 ‘HB-SIA’로 명명된 그의 항공기는 기존 항공기의 상식에 정면 배치되는 존재다. 피카르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처음 언급했을 때 모든 이들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정도였다.
실제로 이미 1977년 미국 에어로바이런먼트의 폴 맥그레디가 인간동력항공기(HPA)의 일환으로 태양전지를 채용한 ‘가서머 콘도르(Gossamer Condor)’를 선보이는 등 많은 선구자들이 태양광항공기를 개발해왔지만 일반 항공기를 대체하기에는 극명한 한계가 있었다. 태양이 사라진 저녁에는 비행이 불가했던 것. 당연히 며칠에 걸친 대서양 및 태평양 횡단비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야간비행을 불가능의 영역에 두었던 핵심 장애물은 바로 항공기의 중량. 야간비행을 실현하려면 주간에 충분한 전력을 배터리에 충전해 놓아야 하지만 배터리에 저장 가능한 단위중량당 에너지가 제트연료보다 크게 뒤쳐졌다는 게 문제였다. 즉 동일한 거리를 비행할 때 태양광항공기는 일반 항공기의 제트연료 탑재량보다 훨씬 무거운 배터리를 장착해야만 했다.
또한 이렇게 항공기 중량이 무거워질수록 비행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배터리 소비량이 더 빨리지는 악순환에 처하게 된다. 여기에 조종석과 조종사의 중량까지 더해지면 비행은커녕 이륙조차 어려울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헬리오스(Helios)’ 등 과거의 태양광 항공기들 대다수가 무인기로 설계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달로 예정된 미국 횡단비행을 위해 출발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HBSIA가 이송되고 있다. 동체와 분리된 주 날개는 현지에서 재조립된다.
피카르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 가문 출신이다. 그의 할아버지인 오귀스 트는 1931년 기구를 타고 성층권에 도달한 최초의 인물이다. 1960년에는 ‘트리에스테(Trieste)’라는 심해잠수정을 제작, 아들이자 피카르의 부친인 자크와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수심 10,916m의 마리아나 해구 심해저에 처음 도달하기도 했다. 자크 역시 최초의 관광용 잠수함을 건조했으며 미국 최초의 우주정거장인 ‘스카이랩(skylab)’ 프로젝트와 관련 중심해저 잠수정을 개발, 1개월간의 표류 잠수에 도전한 바 있다.
이런 가풍을 이어 피카르는 주변의 부정적 시각에도 태양광항공기의 콘셉트에 대한 프로모션을 이어나갔고, 2003년 스위스 로잔공대(EPFL)가 타당성 연구를 개시했다. 당시 EPFL 연구팀은 폭이 넓어서 많은 태양전지를 부착할 수 있으며, 항력이 낮은 주 날개를 갖춘 초경량 항공기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솔라 임펄스는 이 연구를 이끌었던 안드레 보슈베르크가 피카르와 손을 잡으면서 공식 출범했다. 이후 10년 일정의 프로젝트 운용에 필요한 1억3,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해줄 기업과 개인 투자자 섭외에 돌입했다.
두 사람이 직면한 첫 난제는 항공기 제작사를 찾는 것이었다. 기존의 어떤 회사도 솔라 임펄스 팀의 구상이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탓이다. 이에 두 사람은 아예 엔지니어 팀을 직접 구축해버렸다. 보슈베르크의 말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일들을 해내야 했기에 저희 팀에는 항공업계 출신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답니다.” 일례로 솔라 임펄스 팀의 항공기 개발 책임자인 로베르트 프레펠은 F1 레이싱 업계 출신이며, 일부는 태양전지 제작이나 다이캐스팅 업계에서 왔다.
“팀원들의 항공 분야 경험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어떤 면에서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경험자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방식에만 매달리기 때문이죠.”
연구 끝에 프레펠이 이끈 개발팀은 고강도 경량 소재인 탄소섬유만으로 동체의 버팀대와 주 날개의 뼈대를 제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제작은 요트 제조회사에 의뢰했다. 그 결과, HB-SIA는 좌우 날개폭이 에어버스 A340-500 여객기와 유사한 3.4m에 달하면서도 가볍고, 견고한 동체를 지니게 됐다. 전체 동체 중량은 약 1,600㎏으로 에어버스 A340의 1% 미만이며, 일반 SUV자동차보다도 900㎏ 이상 가볍다.
동체가 만들어지고 엔지니어들은 주 날개와 수평꼬리날개에 동력을 생산할 실리콘 태양전지 1만1,628개를 붙였다. 이들의 전력생산량은 하루 평균 50㎾다. 비행 중일 때 이 전력은 생산되는 즉시 10마력급 전기모터로 전달되며, 잉여전력이 리튬 폴리머 배터리에 저장된다. 특히 별도의 배터리 관리시스템을 채용, 배터리가 과열되거나 너무 차가워져 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온도를 제어해준다.
2010년 보슈베르크는 26시간 10분 19초의 무착륙 비행에 성공했다. 유인 태양광항공기 최초의 야간비행이었다.
2009년 6월 26일. 4년의 설계기간과 2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HB-SI A의 처녀비행이 이뤄졌다. 이날 HB-SIA는 스위스 뒤벤도르프 비행장을 이륙, 1m 고도에서 약 35 0 m를 날았다.
그리고 1년여가 흐른 2010년 7월 7일 보슈베르크의 조종 하에 유인 태양 광항 공기로는 최초 로 만 하루를 넘기는 무착륙 비행, 다시 말해 야간비행에 도전했다.
“당시 HB-SIA가 정확히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몰랐어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도, 하강기류와 맞닥뜨릴 수도 있었거든요.”
걱정은 기우였다. 오전 6시 51분 스위스 파예른 공군기지를 이륙한 HB-SIA는 다음날 9시경 안전하게 착륙했다. 공식기록은 26시간 10분 19초. 유인 태양광항공기의 역대 최장 시간 비행이었다. 보슈베르크는 이외에도 최장고도 비행(9,235m) 등 총 4개의 세계기록을 수립했으며 이 기록은 여전히 ‘넘사벽’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렇듯 지금껏 보여준 HB-SIA의 모든 행보는 태양광항공기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HB-SIA가 세계일주에 투입될 모델은 아니라는 게 피카르의 설명이다.
“태양광항공기는 태생적으로 순항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HB-SIA만 해도 순항속도가 시속 70㎞에 불과하죠. 때문에 무착륙 비행일지라도 대서양 횡단에 3일, 태평양 횡단에는 5~6일이나 걸립니다. 세계 일주를 하려면 비행 중 조종사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다중시스템을 추가하고, 조종석도 인체공학적으로 재설계해야 해요. 또 습도가 높은 날에도 비행할 수 있도록 전자기기의 방수능력 강화, 배터리의 에너지 생산·저장효율 증대 등도 꾀해야 합니다.”
이에 맞춰 현재 솔라 임펄스 팀은 HB-SIA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HBSIB의 제작에 돌입한 상태다.
“HB-SIA가 2007년의 기술로 만들어졌다면 HB-SIB는 미래기술이 적용될 겁니다.”
구체적으로 HB-SIB는 HB-SIA보다 덩치가 11% 크다. 또 자동조종 장치가 탑재될 예정이고, 전기모터의 효율성도 더 높다. 동체 프레임에 사용할 탄소섬유 역시 기존보다 가볍다.
특히 솔베이와 바이엘 머티리얼사이언스가 개발해 전기자동차에 쓰이고 있는 전해질 및 전극을 채용,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방침이다. 두 회사는 HB-SIB의 날개 끝부분과 조종석의 단열재로 활용할 고강도·고성능 폴리우레탄 발포재도 공급한다.
피카르는 이처럼 솔라 임펄스 프로젝트가 다른 산업의 기술발전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HB-SIA와 HBSIB로 인해 대중들이 태양에너지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의 미래 가치와 가능성에 좀더 주목해주기를 희망한다.
“환경 보호를 말할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입니다. 환경을 신경 쓰다가는 조속한 성장도, 편안함도, 기동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하지만 저희는 태양에너지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용할 때 인류가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입증하고자 합니다.”
솔라 임펄스 팀이 본격 출범한 뒤 직면한 첫 난제는 항공기 제작사를 찾는 것이었다. 어떤 회사도 이를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24시간 무착륙 비행
햇빛이 비추는 주간에 HB-SIA는 고도 8,230~8,530m에서 비행한다. 일몰 이후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프로펠러의 회전수를 줄이면서 고도 1,370m로 천천히 하강한 뒤 해가 뜰 때까지 이 고도에서 비행한다. 솔라 임펄스 팀의 기상학자들은 매일 아침 구름과 풍량을 시뮬레이션하여 HB-SIA가 재상승할 최적의 시간을 결정한다.
항력 (drag) 특정 물체가 유체(기체·액체) 속을 움직일 때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저항력.
중심해저 (archibenthic) 대륙붕 해저와 심해저 사이의 해저.
다이캐스팅 (die casting) 정밀 주조법의 일종.
다중시스템 (redundant system) 2대 이상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채용한 시스템. 하나의 CPU가 고장 나도 다른 CPU에 의해 시스템이 정상 작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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