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 BY DANIEL SCHUMPERT AND JASON BRINEY
뼈 없는 순살 닭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가? 계육공장의 노동자들이 거대한 가공라인에 줄지어 서서는 닭을 데치고, 털을 뽑고, 내장을 제거해서, 토막 낸 뒤 포장을 한다. 미국에서만 이렇게 연간 90억 마리의 닭이 순살 닭고기로 재탄생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가공라인은 매우 더럽고, 위험하다. 특히 발골 담당자는 더 그렇다. 냉장고처럼 추운 작업장에서 몇 시간이나 동일한 동작을 반복해야 하는 탓이다. 도대체 왜 아직도 수작업에 의존하는 걸까. 발골작업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닭의 어깨관절을 정확히 잘라내 뼈와 살을 분리해야 하는데 이를 로봇에게 맡기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자칫 로봇이 뼈를 자르기라도 하면 고기가 오염되고, 제거한 뼈에 살이 많이 붙어 있으면 회사의 비용 손실이 커진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미국 조지아텍의 조지아텍연구소(GTRI)가 자율형 닭고기 가공 로봇 '지능형 발골 시스템(ICDS)'을 내놓을 예정이다. 로봇 팔로 칼을 휘두르는 ICDS는 인공지능에 기반해 사람과 동등한 속도인 단 4초만에 닭 한 마리의 발골을 완료한다.
닭고기 발골 공정
1. 일렬종대
금속 원뿔에 끼운 생닭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며 내장이 제거된다. 여기까지는 기존 닭고기 가공공장과 공정이 동일하다.
2. 스캔
닭이 두 쌍의 스테레오 카메라로 구성된 포토 부스를 통과하며 스캔된다. 이 정보를 가지고 컴퓨터가 닭의 3D 이미지를 실시간 매핑하며 상완골, 오탁골 등 발골에 중요한 뼈의 위치를 파악한다.
3. 절단 경로 계산
양산형 ICDS에서는 칼이 부착된 두 개의 로봇 팔이 컨베이어 벨트 양쪽에서 닭의 한쪽 면씩 맡아 작업을 수행하는데 닭의 3D 이미지를 활용, 절단 경로를 오차범위 3㎜ 이내로 정확히 계산한다. 다행히도 닭은 표준화 가능한 신체 비례를 갖고 있어 한 부위만 측정해도 나머지 부위의 크기가 비교적 정확히 추론된다.
4. 절단
로봇 팔이 닭의 쇄골부분을 칼로 찌른 뒤 어깨를 향해 나아가면서 어깨 관절을 절단한다. 그리고 견갑골을 따라 등 부위를 계속 잘라나간다. 로봇 팔이 하나면 4초, 두 개일 때는 2초만에 이 과정을 끝내고 다음 닭을 기다린다.
발골 로봇
로봇 팔
용접이나 자동차 도색로봇과 유사한 로봇 팔을 보유한다. 다른 점은 팔의 끝부분에 칼이 들려 있다는 것. 이 로봇 팔은 자유도(DOF), 즉 관절의 개수가 사람의 팔보다 하나 적은 6이어서 부드럽고 막힘없이 닭고기를 절단한다.
감각 피드백
칼 끝에 부착된 힘-토크 센서가 닭을 절단할 때의 저항력을 로봇 팔에 전달한다. 조지아텍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아이핑 후 박사에 따르면 이 덕분에 로봇 팔이 실수로 뼈를 자르는 일 없이 뼈를 따라 칼날을 움직이며, 살은 물론 힘줄과 인대까지 구분한다. 심지어 칼날이 무디어진 상태도 감지, 날을 갈아야 시기를 스스로 파악한다. "똑같은 닭은 한 마리도 없기 때문에 닭에 맞춰 매번 칼날 움직임을 실시간 제어해야한다는 게 최대 난제였어요. 저희가 찾은 해법이 바로 힘 피드백입니다."
데이터베이스
ICDS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닭의 크기와 모양에 따른 수십 가지 유형의 뼈 위치 정보가 저장돼 있다. 특수 알고리즘이 닭의 3D 매핑정보를 데이터베이스의 표준정보와 비교해 정확한 절단 경로를 계산한다. 발골 작업을 반복할수록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서 작업 정확도도 더 높아진다.
상완골 (上腕骨) 위팔뼈.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뼈.
오탁골 (烏啄骨) 척추동물의 흉부를 형성하는 뼈. 오훼골(烏喙骨)이라고도 한다.
힘 피드백 (Force feedback) 로봇 팔이나 로봇 손에 가해지는 외력(外力) 혹은 토크에 대한 피드백. 피드백된 정보는 사람과의 악수, 유리컵 잡기 등 정밀한 동작제어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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