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과 비용 여건상 미래 유망기술 및 경쟁기술에 대한 정보 접근이나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이러한 난제의 해법으로 최근 '기술기회발굴(Technology Opportunity Discovery, TOD)'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미래 유망 신사업 발굴의 토양
TOD는 폭넓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여 '기술이 가질 수 있 는 기회'와 '기회가 될 수 있는 기술'을 찾는 기술경영활동의 하나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기술 및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면서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의 토양으로서 TOD 의 중요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체적 신사업 발굴 역량이 부족한 중 소기업들은 물론 기술추격형에서 혁신주도형으로 연구개 발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국가 연구개발(R&D) 차 원에서도 TOD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이미 TOD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 중 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과학기술 문헌관리 및 기술 유망성 예측 지원시스템(FUSE)' 프로그램이다. 이 프 로그램은 방대한 과학기술 문헌들을 일정 체계 하에서 관 리하는 방식으로 학제 간 융합 경쟁력 강화와 유망기술 발 굴 지원을 목표로 한다.
영국의 '시맨틱 기술기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시스템 (CUBIST)'도 마찬가지다. 셰필드대학 등이 참여해 작년부 터 연구가 본격화된 CUBIST 프로젝트에서는 대용량이면 서도 서로 다른 형식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사용자들이 쉽 게 이해할 수 있는 시맨틱 웹 검색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 다.
연구팀은 시맨틱 기술을 적용하면 컴퓨터가 정보의 의 미를 지능적으로 이해하고 정보들 간의 논리적 추론까지 내 릴 수 있어 TOD의 도구로 채택됐다.
자동화된 기술기회 발견·추적
반면 아직까지 국내의 TOD는 불모지와 다름없다. 몇몇 전 문 컨설팅 업체가 존재하지만 고가의 비용 때문에 중소기업 이나 중소 연구기관들의 활용은 극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TOD의 효용성을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최근 논문, 특허, 과학기술 관련 콘텐츠와 웹 자원을 분석해 기회 기술을 발굴하는 TOD 시스템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KISTI는 이미 확보한 국내 최고 수준의 시맨틱 웹 기술 을 적극 활용, 급증하는 과학기술 관련 정보들을 분석해 기 회기술을 스스로 발견·추적하는 자동화·지능화된 TOD 개발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성원경 KISTI 정보기술연구실장은 "국내 중소기업의 60% 이상이 신사업 발굴, 시장정보 분석, 해외시장 개척 등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KISTI의 TOD로 이 요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회기술의 자동 발굴 외에도 KISTI의 TOD는 기존 시 스템과 많은 차별점을 갖는다. 산·학·연 R&D 주체가 직접 사용하는 사용자 친화적 시스템, 다양한 유형의 기술 기회 에 대응하는 모델 포트폴리오 탑재, 그리고 기술경영 이론· 시맨틱 웹 기술·언어처리 기술·정보계량분석 이론 등의 융 합시스템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KISTI는 이 같은 특징을 갖는 한국형 TOD 지원시스템 을 6년 내 상용화 서비스할 계획이다.
수천 억원대 경제적 파급 효과
향후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산·학·연 R&D 주체들은 소 프트웨어 솔루션을 이전받거나 웹에 접속하여 필요한 정보 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특정 기술과 시장의 트렌드를 모니터 링 할 수 있다.
일례로 관심분야를 입력할 경우 주기적으로 해당 분야 의 최신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또한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큰 틀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면 TOD 관련 지능형 정보들 을 생성한 다음, 전문가 풀을 활용해 그 정보를 검증한 뒤 컨설팅을 해줄 수도 있다. TOD 시스템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기 획비용 절감, R&D 투자 확대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그리 고 사업화 성공률 제고에 의한 추가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모두 더하면 2011년 현재의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해도 최소 수천억 원대의 경제가치 생성이 가능하다는 게 KISTI의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TOD 시스템이 R&D 과제 기획에 적용 되는 비율이 1.4%만 돼도 3,278억원, 1.9%일 때는 4,449억 원, 2.5%일 때는 무려 5,854억원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실장은 "오는 10월 영국 맨체스터대학 텍스트마이 닝 연구센터,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와 양해각서 (MOU)를 체결할 예정"이라며 "이는 TOD와 관련된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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