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철근·이끼 낀 바닥…일상 아래 겹겹이 쌓인 폐허의 풍경
전시2025.11.0617:58:54
검은 물로 가득 찬 거대한 웅덩이가 캔버스 중앙을 차지한다. 깊고 어두워 불길한 기운마저 풍기는 웅덩이 주변에는 부식된 목재와 이끼 낀 얼룩만 가득하다. 쇠락한 도시의 풍경인가 싶지만 가림막 너머의 정경은 사뭇 다르다. 빼곡히 들어선 주거용 건물들이 이런 흉물은 보이지 않는 양 무심하게 서 있다. 실제 작가도 이 장면을 연일 관광객이 오가는 제주 함덕의 한 호텔 창밖에서 포착했다고 한다. 일상과 맞닿은 폐허. 안경수 작가는 이 같은 ‘현재 진행형의 폐허’를 담담하게 그려내며 눈에 보이는 현실 너머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풍경화, 그중
색채의 마술사 임직순, 빛을 물들여…색을 거두다
전시
2025.11.05
17:25:04
주홍빛 블라우스와 화려한 꽃무늬 치마를 입은 여인이 의자에 앉았다. 뒤로는 붉고 노란 단풍이 흐드러진다. 대담한 붓질과 강렬한 색채의 대비로 깊은 가을의 서정을 전하는 그림 ‘가을의 여인’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운창(雲昌) 임직순(1921~1996)의 1974년 작품이다. 훗날 천경자(1924~2015)의 며느리가 된 유인숙 씨가 그림 속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작품은 평생에 걸쳐 생
"상처투성이 사물도 내 그림에선 빛이 나죠"
전시
2025.11.04
17:57:31
구자승(84)의 정물화를 보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바구니 속 과일은 막 씻어낸 듯 윤기가 흐르고 화병 속 탐스러운 꽃송이는 눈부신 햇빛 아래 놓인 듯 찬란하다. 현실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잘라 화폭에 가둔 듯한 그림이다. 형태는 손에 잡힐 듯 사실적이지만 ‘너무 사실적이라 오히려 비현실적인’ 긴장 속에서 그의 정물은 현실 너머의 사유를 비춘다. 극사실주의 화가 구자승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
Pick 2025.11.01 15:19:25한국예술경영학회(회장 김상훈)가 1일 서울대 경영대에서 ‘K컬처 시대 K아트의 위상과 전망’을 주제로 2025하반기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박선희 GS문화재단 대표가 ‘이제는 세계 공연예술계에 기여할 때’라는 제목으로 기조 발표를 진행했다. 정종은 부산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주제세션에서는 박병성 공연칼럼니스트가 ‘K뮤지컬, 뮤지컬 한류가 되기 위한 과제’를, 안미희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가 ‘K컬처 시대의 K아트:최근 한국미술의 해외 전시 사례와 국제적 위상’을, 캐슬린 김 홍익대 겸임교수가 ‘한국 예술의 새로운 동력:데몬헌터스를 중심
-
전시 2025.10.30 17:39:37김환기(1913~1974)는 1963년 제7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참가해 한국 작가 최초로 명예상을 받았다.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은 사건이다. 그러나 김환기 개인에게 수상의 영광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미국관 전시 작가로 회화 45점을 출품해 그랑프리의 영예를 안은 아돌프 고틀리브(1903~1974)의 추상표현주의를 만난 것이다. 김환기는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에 강한 도전 정신을 느끼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대신 미국 뉴욕으로 향한다. 유력 갤러리들이 즐비한 매디슨애비뉴를 매일 같이 거닐며 고틀리브, 잭슨 폴록,
-
전시 2025.10.30 15:21:34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품 1만 점 시대를 열었다. 30일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3년간 서울을 대표하는 동시대미술관으로서 컬렉션 강화 정책을 체계적으로 진행한 결과 소장품 1만 점을 넘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외 동시대 주요 작가 작품의 집중 확보 △한국 미술사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기존 컬렉션 보완 △신진작가의 대표작 적극 수집 △컬렉션 장르별 균형 추구 등의 정책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휘트니미술관 현대 테라스 커미션 작가인 토크와세 다이슨을 비롯해 클레어 퐁텐, 로렌스 아부 함단, 날리니 말라니 등 동시대 주요 작가의
-
전시 2025.10.28 17:17:05깊은 흑갈색 찻잔 안쪽에 뽕잎 한 잎이 고스란히 자리했다. 1200도가 넘는 불길 속에서 이파리가 녹아들며 새겨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늬다. 중국 송나라 시대 유행한 이 흑유(黑釉) 찻잔 ‘목엽천목(木葉天目)’은 불과 흙과 자연이 빚어낸 우연의 미학을 담고 있어 선(禪)을 수행하는 동양 선승들이 애용했다. 다만 제작 방법은 중국에서도 명맥이 끊겼는데 대한민국 다기 명인 제20호이자 경상북도무형유산인 김대철 사기장 전수자가 5년 여의 연구 끝에 2017년 재현해냈다. 김 명인은 “100개를 구워도 하나 성공하기 어렵고 마음에 드는
-
Pick 2025.10.28 10:20:59한화문화재단이 국내 문화예술계를 이끌 신진 예술가를 발굴·지원하는 2026년 ‘영민 해외 레지던시 지원’ 프로그램의 참여 작가를 내달 3~15일 모집한다. 이번 공모는 미국과 프랑스의 5개 기관과 협업해 기관별 1명씩 총 5명을 선발한다. 미국의 △아트 오마이(Art Omi) △세븐 스톤즈 에스테이트(Seven Stones Estate), 프랑스의 △아트 익스플로라(Art Explora) △프락 데 페이 드 라 루아르(Frac des Pays de la Loire) △도멘 드 보부쉐(Domaine de Boisbuche
-
Pick 2025.10.26 08:00:00최근 한국문화가 전세계적으로 관심받는 분위기 속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정점을 찍고 있는 듯 하다. 한국 현대미술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 작가들의 개인전 소식도 자주 접하고 있어 더없이 반가운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어느 미술전문 월간지가 진행하는 설문조사 중 ‘한국미술이 세계무대에서 주목받은 순간은?’이란 질문이 눈에 띄었다. 필자의 미술사 지식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무대에 명함을 내밀었던 시작은 1961년 파리 비엔날레, 1963년 파리 비엔날레와 상파울루 비엔날레라고 생각했지만 작가
-
전시 2025.10.24 17:56:12어미는 양손으로 새끼를 품에 꼭 안고 새끼는 손을 들어 어미의 뺨을 어루만진다. 아이 손바닥 크기의 작은 작품인데 아무리 봐도 도통 질리지 않는다. 원숭이 모자의 사랑을 표현한 단순하고 절제된 조형미, 머리 구멍으로 물을 담도록 한 실용적 기능, 고려청자 특유의 은은한 푸른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작품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은 고려 문화의 품격을 담은 걸작으로 인정받으며 1992년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12세기 제작된 이 청자 연적이 국보가 되기까지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우리 보물들은 약탈과 파괴에 노출되는
-
전시 2025.10.22 17:45:42“지금은 자타공인 K컬처의 시대입니다. 모두가 한국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심지어 한국을 따라잡으려 하죠.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 것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위원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아르코는 미국 남동부 최대 문화 거점으로 떠오를 멤피스미술관과 3년 간의 중장기 국제 교류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아르코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멤피스미술관과의 첫 협력 전시 ‘훅스 브라더스 스튜디오 : 멤피스 블랙 사운드 사진 기록’을
-
전시 2025.10.21 18:03:42‘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둔 경주가 천년 고도의 역사성과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무대로 변모했다. 신라 유적지 한복판의 솔거미술관에서는 신라와 불교 미학에 기반한 현대미술이, 보문단지 내 우양미술관에서는 백남준의 미래적 시선이 세계 정상들을 맞이한다. 한국 미술이 문화 외교의 창구로도 기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주솔거미술관은 22일부터 내년 4월 26일까지 특별전 ‘신라한향 : 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를 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A
-
경매 2025.10.21 09:57:51김환기(1913~1974) 화백의 1971년도 푸른색 전면점화 ‘19-VI-71 #206’가 다음 달 17일 크리스티 뉴욕의 20세기 이브닝 경매에 등장한다. 크리스티 뉴욕의 11월 이브닝 경매는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적 행사로 파블로 피카소와 데이비드 호크니 등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대표작과 희귀 작품이 출품되는 자리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이 경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경매에서 김환기의 기존 최고가 기록이자 한국 현대미술 최고가 낙찰가인 132억 원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크리스
-
Pick 2025.10.19 21:50:20재정분권은 중앙정부의 예산과 권한을 지방에 넘겨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2018년 이후 본격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문체부에 제출한 ‘문화체육관광분야 재정분권 지방이양 사업 지자체 추진실태 분석 및 정책방향 연구’에 따르면 지역 이양 이후 세부사업 수 기준으로 약 70%가 사업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자치단체의 정책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재원 확보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된 결과여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K
-
Pick 2025.10.17 17:59:26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누적 관람객 수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70% 늘어난 수준이며 역대 최다 방문객이다. 한국 문화와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열풍은 왜,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한국 미술이 주목받는 것은 미술 애호가인 방탄소년단(BTS)의 RM(본명 김남준) 때문이고, 박물관이 북적이는 이유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덕분이다”는 얘기도 상당 부분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지금의 화려함 이면에는 우리가 그간 몰랐던 ‘보이지 않는 손’의 노력이 숨어 있다. ◇한국미술
-
경매 2025.10.17 17:40:00최근 미술품 거래 시장이 바닥을 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유찰 또는 저가 낙찰을 우려해 경매 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한국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10월 대거 출품된다. 특히 9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4점이 출품돼 모두 새 주인을 찾았던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작품은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 도합 10점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각각 28일과 29일 강남 본사에서 10월 미술품 경매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옥션에는 낮은 추정가 총액 83억 원가량의 작품 112점이, 케이옥션은 106억 원 상당의 작품
-
전시 2025.10.16 18:42:03미시시피강변에 자리한 미국 남부 테네시주의 멤피스는 ‘흑인음악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B B 킹 같은 전설적인 블루스맨들이 노래했던 블루스의 성지 ‘빌스트리트’가 있고, 195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가 로큰롤을 녹음했으며, 1960년대 알 그린이 관능적인 소울을 빚어낸 도시다. 현대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인 이 음악 도시의 역사가 서울에서 펼쳐진다. 빌스트리트에서 1907년 문을 열어 블루스·로큰롤·소울이 꽃피운 영광의 시절을 기록한 ‘훅스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사진들을 통해서다. 현재 K팝
-
전시 2025.10.15 18:31:36한국인 최초로 독일 국립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 정교수를 지내고 미헬슈타트 시립미술관에 영구 전시관을 개설한 유일한 비독일 출생 작가. 독일의 쟁쟁한 예술가들과 겨뤄 18세기 후반 지어진 유서 깊은 함부르크 교회 재건 사업에 참여하고 프랑스 문학 교과서에 그림이 실린 작가. 한국보다 세계가 먼저 발견한 작가. 2022년 10월 18일 78세로 독일에서 작고한 노은님(1945~2022)의 이야기다. 독일 현대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노은님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15일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개막했다. 18일 작가의 작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류지연의 MMCA소장품이야기⑫> 전수천 '방황하는 혹성들의 토우' [아트씽]](https://newsimg.sedaily.com/2025/10/26/2GZBTJM0BD_1_m.jpg)





![[조상인의 미담] 한국미술 글로벌 열풍 뒤엔…'보이지 않는 문화외교' 있었다](https://newsimg.sedaily.com/2025/10/17/2GZ7PRHGEB_3_m.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