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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애저'의 딥시크 서비스, 정보 유출 등 보안문제 없어"
산업 IT 2025.05.21 06:00:00마이크로소프트(MS) 인공지능(AI) 고위 임원들이 클라우드 ‘애저’의 딥시크 서비스에 대해 수요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할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MS 자체 클라우드 보안을 거치기에 정보 유출 우려는 없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전날 발표한 MCP(모델맥락프로토콜)·그록3 도입과 맥을 같이하는 ‘소비자 지향 관점’이다. 사라 버드(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제품책임자(CPO)와 에릭 보이드 MS 기업부사장(CVP)는 19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MS 빌드 2025’ 현장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딥시크는 높은 품질의 오픈 소스 모델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았고 선택권 역시 소비자에게 있다”며 “MS가 보안 검사와 인프라·서비스를 제어하기에 딥시크 관련 보안 문제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버드 CPO는 ‘책임있는 인공지능(Responsible AI)’을, 보이드 CVP는 AI플랫폼을 각각 총괄한다. 이들에 따르면 실제 기업 85%는 생성형 AI 모델을 복수 사용한다.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인 모델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이드 부사장은 “딥시크가 완벽하진 않지만, 목적에 따라 때로는 딥시크가 최적”이라며 “개별 소비자만이 자신의 필요에 대한 최적 모델을 알 수 있기에, MS는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보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버드 CPO는 “AI 에이전트가 실제 사업에 적용될 때는 신뢰 없이는 채택이 불가능하다”며 “조만간 성능과 가격은 물론 안전 및 보안 사항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벤치마크를 도입해 소비자가 모든 정보를 취합해 모델을 선택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은 MS가 태생부터 윈도우, 애저 등 플랫폼과 오피스, AI 등 앱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올인원’ 회사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버드 CPO는 “AI 모델, 플랫폼, 앱 개발사는 각각의 안전성을 점검해야 하지만 MS는 이 모든 계층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폭넓은 사업 영역은 MS가 MCP·A2A 등 경쟁사 프로토콜과 딥시크·그록 등 경쟁 AI를 서슴없이 도입할 수 있는 원동력도 된다. 보이드 부사장은 “소비자가 필요한 앱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를 갖추는 게 목표”라며 “실제 소비자들은 다양한 AI를 시험하다 오픈AI 모델을 최종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편의성과 품질 등 최종 가성비가 제일 좋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MS의 딥시크 서비스, 보안 문제 없다… 소비자 선택 따를 뿐"
산업 IT 2025.05.20 09:13:53마이크로소프트(MS) 인공지능(AI) 고위 임원들이 클라우드 ‘애저’의 딥시크 서비스에 대해 수요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할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MS 자체 클라우드 보안을 거치기에 정보 유출 우려는 없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전날 발표한 MCP(모델맥락프로토콜)·그록3 도입과 맥을 같이하는 ‘소비자 지향 관점’이다. 사라 버드 MS 책임있는(Responsible) AI 최고제품책임자(CPO)와 에릭 보이드 MS AI플랫폼 담당 기업부사장(CVP)는 19일(현지 시간) 미 시애틀에서 개최된 ‘빌드 2025’ 현장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딥시크는 높은 품질의 오픈 소스 모델로 관심도가 높았고 AI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며 “MS가 보안 검사와 인프라·서비스를 제어하기에 보안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업 85%는 여러 AI 모델을 동시에 사용 중이다. 목적에 따라 최적의 가성비를 보이는 모델이 각기 다른 탓이다. 보이드 부사장은 “딥시크가 완벽하진 않지만 모든 서비스는 각기 다른 최적 모델을 지니고 때론 딥시크가 그렇다”며 “소비자만이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최적 모델을 알 수 있는 탓에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보안 또한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한 필수요소다. 버드 CPO는 “AI 에이전트가 실제 사업에 적용될 때는 신뢰 없이는 채택이 불가능하다”며 “조만간 성능과 가격은 물론 안전 및 보안 사항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벤치마크를 도입해 소비자가 모든 정보를 취합해 모델을 선택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런 자신감은 MS가 태생부터 윈도우, 애저 등 플랫폼과 오피스, AI 등 앱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올인원’ 회사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버드 CPO는 “AI 모델, 플랫폼, 앱 개발사는 각각의 안전성을 점검해야 하지만 MS는 이 모든 계층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폭넓은 사업 영역은 MS가 MCP·A2A 등 경쟁사 프로토콜과 딥시크·그록 등 경쟁 AI를 서슴없이 도입할 수 있는 원동력도 된다. 보이드 부사장은 “소비자가 필요한 앱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를 갖추는 게 목표”라며 “실제 소비자들은 다양한 AI를 시험하다 오픈AI 모델을 최종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편의성과 품질 등 최종 가성비가 제일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MS 클라우드라는 ‘백화점’에 다양한 제품을 늘어 놓아 소비자를 끌어 모으면 ‘자사 상품’인 오픈AI 모델이 가장 많이 팔린다는 의미로 읽힌다. 환각 등 문제점이 여전하지만, 기업과 개인에게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도 누차 강조했다. 버드 CPO는 “환각은 사실에 근거하는 답변에는 문제가 되지만 상상력이 필요한 ‘창작’에는 필수”라며 “주어진 데이터와 명령에서 벗어나는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보이드 부사장은 “현재 사용하는 AI는 앞으로 사용할 모델 중 가장 가성비가 나쁠 수밖에 없기에 많은 기업들이 투자 시점을 고민한다”며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에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을 추진한다면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기보다는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기술주 랠리에 17% 오르고 있는 이 곳[김민경의 글로벌 재테크]
국제 정치·사회 2025.05.19 09:59:00올해 홍콩증시가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최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기준 홍콩항셍지수는 16.43%, 홍콩H지수는 16.25% 올라 한국 코스피(9.48%), 미국 S&P500(1.30%) 대비 크게 올랐지요.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37%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초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후 미중 무역 갈등 격화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여기에 애국 투자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CATL의 상장도 임박했습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 업체인 CATL은 20일부터 거래를 시작해 홍콩 시장에서 최대 53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입니다. 홍콩에 대한 투자심리는 계속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기술주 랠리가 이어진 데다 트럼프 관세 폭격을 맞은 중국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해 과감한 돈풀기에 나섰거든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금융기관들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기도 했습니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더 많은 자금을 대출이나 투자로 돌릴 수 있어 통화량이 늘어납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시장에 1조 위안(약 193조 원)의 유동성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홍콩 시장에 대한 투자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남향자금(중국 본토에서 홍콩 증시로 유입된 자금) 전망치를 기존 750억 달러에서 1100억 달러로 46.67% 올려잡았습니다. 킹거 라우 골드만삭스 중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에 대해 "아직 매수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분석하며 앞으로 12개월 동안 홍콩H주는 약 12%, 중국 본토 A주는 약 17% 상승할 것으로 전망을 내놨습니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 휴전 진척 사항 등을 고려해 정책 수혜 섹터 중심으로 선별 투자할 것을 권고했어요. 그가 꼽은 집중 추천 섹터는 AI와 서비스업, 은행·부동산 등입니다. AI의 경우 딥시크의 저가 고성능 LLM(대규모 언어 모델) 모델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 데이터 센터·클라우드 사업자에 대한 관심을 늘릴 것을 추천했어요. 하이퍼스케일러란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자원을 운영하면서 수억 명의 사용자들에게 클라우드·AI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대형 기술 기업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미국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클라우드 등 기업으로,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화웨이클라우드 등이 해당되겠네요. 골드만삭스는 교육과 여행, 호텔, 외식, 스포츠 등 서비스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의 은행 및 부동산 부문에 대해서도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수혜를 입는 종목이고, 높은 배당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부동산에 대해서도 초기 회복 조짐을 확인했으며 낮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다고 봤습니다.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강세도 중국 주식 투자에 좋은 환경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반까지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까지 절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긍정적인데요. 지난해 중국 상장 기업의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규모는 3조 4000억 위안(약 472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도 기업들의 주주환원이 전년대비 10%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엔비디아, 언제 떨어질지 몰라”…서학개미, 4800억 팔았다
증권 국내증시 2025.05.18 13:34:12지난해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최선호주로 꼽혔던 엔비디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에만 엔비디아를 4800억 원 이상 팔아치우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 3억 4467만 달러(약 482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연초 딥시크 쇼크, 글로벌 관세 전쟁 여파로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달까지 5억 5221만 달러(약 7734억 원) 상당을 쓸어 담았지만 미국의 인공지능(AI) 칩 중동 수출 규제 완화 등 호재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달 24.31% 급등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올해 1월 153달러선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달성했지만 각종 악재에 무너져내리며 지난달 86.62달러까지 추락해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셈이다. 하지만 AI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미국 빅테크 기업이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히자 엔비디아 실적 기대감에 주가도 낙폭을 반납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아랍에미레이트가 엔비디아와 매년 최대 50만 개의 AI칩 구매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약 세 달 만에 13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 계약이 체결되면 엔비디아는 200억 달러(28조 원) 수준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엔비디아 연간 매출의 15%에 달하는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동에 대한 AI칩 수출 제한 완화에 나서는 등 수혜는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와 중동과의 계약은 신제품 블랙웰(GB300)에 대한 수요 우려를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빅테크의 AI 설비 투자 축소와 미국의 중국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도 제거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
[북스&] "30일 뒤 망한다" 스스로 채찍…'AI 심장' 설계한 야전사령관
문화·스포츠 문화 2025.05.16 17:29:03“우리 회사는 앞으로 30일 후면 망합니다.”반도체 기업 가운데 세계 최대 시가총액(약 4600조 원)을 기록 중인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1993년 창업 이후 줄곧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위기 의식을 불어넣는 ‘채찍’ 같은 메시지다. 지나친 엄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젠슨 황은 진심이다. 회사가 실제 망할 고비를 수차례 넘으며 지금의 성공 신화를 일궜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락해 시체처럼 널브러진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그는 늘 치열하게 위기를 돌파해온 야전 사령관이다. ‘생각하는 기계’는 젠슨 황의 거침 없는 ‘광속 경영’ 스타일이 잘 드러나 있는 그의 첫 공식 자서전이다. 뉴요커 기자인 저자에게 젠슨 황이 요청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저자는 약 3년간 300여 명에 달하는 주변 인물들과 젠슨 황 본인을 심층 인터뷰해 촘촘하고 생동감 있게 엔비디아의 ‘32년 전력 질주’ 과정을 풀어낸다. 태국에서 형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젠슨 황은 어린 시절부터 공부든 운동이든 남다른 집념을 보였다. 대학 졸업 후 AMD 등 실리콘밸리 유망 기업에서 안정적인 경력을 쌓으며 경제적 여유와 화목한 가정을 꾸리던 그는 어느 날 알고 지내던 엔지니어들로부터 스타트업 공동 창업 제안을 받고 삶의 궤적을 완전히 바꾼다.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통장에는 고작 6개월치 생활비가 전부였지만 그는 도전을 택했다. PC 게임용 그래픽 가속기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IT 대기업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는 틈새 시장에 불과했다. 게다가 첫 제품은 실패작이었다. 투자금이 바닥날 무렵 무모하다 싶을 만큼 과감하게 개발한 신제품 NV3가 시장에서 반응을 얻으며 간신히 회생했다. 시제품을 만든 후 문제를 보완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젠슨 황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상 테스트 기기인 에뮬레이터로만 실험하고 바로 신제품을 내놨다. 이처럼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력은 이후 ‘광속 경영’이라는 엔비디아의 경영 DNA로 자리 잡는다. 게임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엔비디아는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흥행시키며 도약했다. 이와 함께 ‘병렬 연산’, 즉 대량의 계산을 빠른 속도로 해내는 GPU(Graphics Processing Unit)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기술로 구현하면서 더 진화했다. 지금은 AI 시대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는 GPU지만 2000년대 이후 한동안 수요처를 찾지 못해 엔비디아는 긴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젠슨 황은 ‘제로 빌리언 달러 시장(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 확신하며 막대한 자원과 인력을 제품 개발에 투입했다. 특히 자사 기술 플랫폼 ‘쿠다(CUDA)’ 개발을 위해 천재 엔지니어를 영입하고 비용을 아끼지 않았으나 실적은 부진했고 주가는 바닥을 쳤다. ‘연구개발 비용으로 차라리 배당을 하라’는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투자를 지속했고 이 선택은 결국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서는 초석이 됐다. 책 전반에는 젠슨 황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처음부터 준비된 CEO는 아니었다. 기본적인 회계 개념조차 없었지만 경제·경영 서적을 방 한가득 쌓아두고 탐독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했다. AI에 대해서도 2013년 무렵까지 딱히 관심이 없었다. 당시 쿠다 플랫폼 기반에서 신경망 개발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제안한 직원의 설명을 계기로 직접 공부에 나섰고 그 잠재력을 인식하자마자 “우리는 더 이상 그래픽 회사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곧바로 AI 기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광속 질주했다. 미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황의 분노’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 그래픽 칩 불량 사태(일명 ‘범퍼게이트’)가 발생했을 당시 그는 100여 명의 임원을 사내 강당에 모아 무려 두 시간 가까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호통쳤다고 한다. 젠슨 황이 직원들에게 불 같이 화를 내는 일은 다반사다. 심지어 저자에게도 인터뷰 도중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하면 혼이 빠질 정도로 화를 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계산된 질책’이라고 해석한다. 조직이 거대해질수록 민첩함을 잃기 쉬운 만큼 때로는 강한 충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바로 관료주의다. ‘생각하는 기계’는 성공한 CEO의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다. 책이 나온 이후 벌어진 딥시크 쇼크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담지 못할 정도다. 엔비디아와 젠슨 황의 기술 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AI 시대의 무한한 가능성을 신념처럼 믿고 미래를 선도하는 한 기업가의 생각과 행동을 생생히 엿볼 수 있다. 반도체나 AI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술적 배경 지식이 있다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다양한 비유를 적절히 활용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2만 8000원. -
"차이나 휴머노이드, 지금이 투자 적기"
증권 정책 2025.05.16 14:44:16“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도 중국이 유리한 정책 환경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초격차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휴머노이드는 정책 지원, 기술력, 수요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춘 투자처입니다.” 이가현 삼성자산운용 매니저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노동력 부족과 내수 진작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를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의 원년으로 공식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매니저는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거친 뒤 중국 시장을 오래 분석해오며 ETF 업계 내 중국통으로 꼽힌다. 삼성자산운용은 세계 최초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테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을 13일 출시했다. 유비테크, 리더 드라이 등 휴머노이드 로봇 밸류체인에 속한 20개 종목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출시 3일 만에 약 순자산가치(AUM) 400억 원을 달성했다. 담당 운용역인 이 매니저는 “이번 상품은 중국에 대한 투자 환경이 구조적으로 유리해졌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며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는 중국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긴축 재정 국면에 있었지만 현재는 레버리징과 대규모 재정 확장 기조가 맞물리며 대응 여력이 충분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술력과 수요 측면에서도 중국 휴머노이드는 유망한 투자처라는 게 이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 매니저는 “‘딥시크’의 출현은 중국의 기술력에 대한 성장 모멘텀을 확인한 사례”라며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 구조, 구동 원리 등이 전기차와 유사한 만큼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에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2030년 산업 도입, 2040년 가정용 확산, 2050년 우주산업 활용을 포함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발전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이번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ETF는 전기차·자율주행 등 빅테크 전반에 투자하는 타사 ETF와 달리 휴머노이드 테마에만 투자한다. 핵심 부품의 실제 중요도에 따라 구성종목의 비중을 조절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매니저는 “기관투자가 전용으로 본토에 상장되지 않아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종목까지 포함한 유일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
4대보험에 성과급까지…'기업 가면' 쓴 사기조직
사회 사회일반 2025.05.16 07:42:46깔끔한 남색 정장 차림에 목에는 사원증을 건 채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각종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건물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오전 10시 알람이 울리자 직원들은 일제히 고객들에게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OOO 사무관입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나 성남 판교 IT 기업 직원의 일상이 아니다. 중국의 한 대도시에 위치한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모습이다. 비슷한 시기 정보통신업 정식 업체로 등록된 수도권의 한 로또 당첨 번호 사기 업체는 신입 직원들에게 4대 보험 가입을 진행했다. 사기의 기업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형법 제114조 ‘범죄 단체 등의 조직’ 혐의 검거 건수는 2021년 76건에서 지난해에는 154건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3년 이후 발생한 범죄 단체의 조직적 범죄 대부분은 보이스피싱 등 사기”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사기 조직이 인공지능(AI) 기술을 갖춘 첨단 기업 형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2025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기 조직들은 기업적 외형은 물론 보이스피싱·로맨스스캠·리딩방 등 각 분야 전담 팀 세분화 등 내부적인 체계도 갖추고 있다. 성과급이나 휴가비, 각종 수당 등 임금체계가 마련된 것은 물론 내부 성 비위 사건 방지를 위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까지 진행하는 등 중견급 이상의 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일부 국내 대형 조직은 아예 정식 업체로 등록하고 직원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며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한다. 조직이 체계성을 갖춘 만큼 이른바 최고경영자(CEO)급인 총책에 대한 검거 난도도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역할별 검거 인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 수뇌부 검거 건수는 420건으로 2023년 886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3월까지 검거된 수뇌부는 70명에 불과했다. "대도시 IT건물에 사원증까지…스타트업 다니는 느낌이었다" “자동차 회사가 주력 모델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것처럼 사기 조직도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보이스피싱·로맨스스캠·리딩방 중 성공률이 높은 팀에 유동적으로 인원을 배치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셈입니다.” 중국 랴오닝성의 한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피해자 모집책으로 활동했던 30대 김승주(가명) 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범행에 가담했을 당시 자신이 일반적인 회사원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조직이 내·외형적으로 완벽한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고 밝혔다. 흰색 형광등 아래 깔끔하게 정리된 김 씨의 책상 위에는 고성능 컴퓨터가, 그 옆에는 가족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와 각종 기념일이 표시된 달력까지 놓여 있었다. 김 씨는 성공한 스타트업에 다닌다는 생각이 들어 활동 당시에는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조직 사무실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밀집된 지역에 있는 큰 건물에 있었고 출입을 위한 사원증 등 일반적인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외형적인 체계는 다 갖추고 있었다”며 “같은 건물에 있는 실제 IT 업체 사원과 대화를 하던 중 ‘같은 업종 종사자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질문을 들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융화돼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의 조직은 보이스피싱·리딩방·로맨스스캠 분야에서 각 2개 팀씩 총 6개의 팀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각 팀은 팀장 1명에 피해자들을 끌어들이는 1차 직원 4~5명과 확보된 피해자들을 상대로 위해 또는 협박을 통해 금원을 편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2차 직원 2~3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임금체계는 100% 성과제로 운영됐으며 편취 금액이 높을수록 조직원이 가져가는 몫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일정 금액이 넘어가면 인센티브도 부여된다.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30일 이상 근무할 시 만근수당까지 지급된다. 수익금이 발생하면 절반은 한국에 있는 자금세탁 조직의 몫이 된다. 나머지 절반은 조직원의 성과도에 따라 분배된다. 3분의 1은 금원 편취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조직원들이, 3분의 1은 조직원이 소속된 팀이, 나머지 3분의 1은 총책이 가져간다. 그렇기 때문에 총책은 금원 편취액이 낮은 팀장에게 실적 압박을 가하고 팀장은 팀원들을 닦달하는 상황도 연출된다. 보이스피싱을 주력으로 하다 실적 부진에 최근 신사업 개념으로 로맨스스캠 팀을 신설한 캄보디아의 한 조직에서 제안을 받고 근무한 이영혁(가명) 씨에게서도 조직의 체계성에 관한 증언이 나왔다. 그는 “연봉제를 적용하는 조직이라 성과를 바탕으로 연봉 테이블을 마련해 협상을 하기도 했다”며 “정장 혹은 깔끔한 캐주얼 정장 차림을 해야 한다는 복장 규정은 물론 담배를 피우는 시간이나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었고 업무 중에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지각을 하면 일정 금액의 벌금을 내야 하는 규칙이 있을 정도로 회사 내규가 철저했다”고 밝혔다. 조직의 총책은 직원 복지 개념으로 숙식을 제공했다. 특히 한국인 직원들에게는 한식을 배달시켜 주기도 했으며 여성 직원 숙소에는 퀸사이즈 침대까지 설치했다. 사무실 청소를 담당하는 인원도 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기 조직도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20대 박민지(가명) 씨가 근무하던 인천 구월동의 한 로또 당첨 번호 제공 사기 업체는 한술 더 떠 정보통신업 정식 업체로 등록하고 직원들을 상대로 4대 보험 가입까지 진행했다. 해당 업체는 본사 1개에 산하 지사 10여 개로 구성돼 있었으며 직원은 지사를 포함하면 100여 명에 달했다. 본사는 소형 빌라 3~7층을 임대해 대표실, 식당, 업무 공간 등으로 분리돼 운영됐다. 본사 영업팀은 5개였으며 행정 업무를 하는 사무팀과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설득하거나 협박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고객 대응팀도 있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이력이 있는 안정엽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 팀장은 “정산을 확실히 하기 위해 주급 명세서를 발행하고 직원과 조직이 모두 급여 계산을 크로스체크하는 등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들의 운영 방식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세련돼졌다”며 “내부 체계뿐 아니라 인력 충원을 위해 팀을 따로 두고 중국으로 수급된 인원을 초대해 각종 유흥과 관광을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교수 출신이 성인지 교육…'베스트 드레서' 뽑아 상여금 주기도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조직 운영 체계 마련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사기 대본 숙달과 시나리오 내 신기술 도입을 위해 이론 및 실습 등 철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직원의 배신을 방지하고 충성심 고취를 위해 ‘베스트 드레서’ 선정 등 각종 복지 제도까지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부터 2년가량 우리나라의 한 복권 번호 추천 사기 조직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박민지(가명) 씨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입사 당시 회사 내 교육 담당 부서에 파견돼 수 주간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여느 업체와 같이 설립부터 최근 확장된 사업까지의 회사 역사에 대한 교육으로 시작된 일정은 업무 목적에 대한 이해, 목적 달성을 위한 수법 이론, 이를 실제로 시행하기 위한 대본과 시나리오 숙지 등으로 이어졌다. 박 씨는 콜센터처럼 피해자들에게 전화해 사기 사이트 가입이나 상품 추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심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문장을 강조해야 하는지 등 대본 흐름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마치고 교육 담당 직원과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실습을 진행한 뒤 현장에 투입됐다. 교육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수정돼 대본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모두의 사인’이라는 전자결재 시스템이 출시되자 총책은 해당 기술이 피해자들에게 더욱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사기 시나리오에 녹일 것을 지시했다. 상담원 역할을 하는 조직원들은 실제 피해자들에게 전자결재를 통한 회원 가입을 권유하기 전 시스템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우리나라 국민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대규모 사기 조직의 경우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직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한 조직은 매주 조직원들에게 주급을 정산해주기 전 1시간 반에서 2시간가량 그 주에 금원 편취에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의 녹취본을 번갈아 들려주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은 피해자의 반응을 틀어주고 해당 상황에서 조직원이 어떤 멘트를 해야 하는지 문답식으로 진행됐다. 2023년부터 지난해 사이 우리나라 경찰에 순차적으로 검거된 한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은 내부에 여성 조직원들이 다수 있다는 이유로 조직원 간 성비위를 막기 위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 교육을 진행한 담당자는 우리나라 지방 소재의 한 대학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대학교수로 은퇴 후 권유를 받고 해당 조직에 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신한 조직원이 수사기관에 조직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에 거점을 둔 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매주 옷을 가장 세련되게 입은 직원을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해 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가장 옷을 갖춰 입지 못한 직원을 ‘워스트 드레서’로 선정하지만 이 경우에도 일정 금액을 쥐어주며 새 옷을 구매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경우 과거 성매매 업소가 랜덤 채팅 앱으로 변신한 것처럼 불법 테두리 내에 있던 사업을 양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조직은 조직원의 도주 우려나 밀고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일종의 배분 차원에서 철저한 교육과 조직원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딥시크로 시나리오 짜고 번역… '로맨스 스캠' 그놈 중국인이었다 ‘[쿠팡 연말 이벤트] 축하합니다! iPhone 14 당첨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율이에요. 친구가 추천해준 번호를 잘못 저장했나 봐요. 이건 인연인가요?’ 서울경제신문이 ‘사이버 사기에 활용할 문구를 작성해달라’고 하자 ‘중국판 챗GPT’ 딥시크는 불과 몇 초 만에 이 같은 답변을 생성해냈다. 취재진은 최근 중국 현지 사기 조직이 딥시크를 활용하는 상황을 최대한 재연하기 위해 먼저 중국어로 질문한 뒤 답변을 한국어로 바꿔달라고 했는데 문법 오류 하나 없는 깔끔한 번역을 받아볼 수 있었다. 더 놀라운 진가는 원문과 번역본을 비교해봤을 때 드러났다. 원문 메시지의 ‘타오바오’를 ‘쿠팡’으로, 중국식 이름인 ‘소우(小雨)’는 ‘소율이’로 바뀌어 있었다. 별도 주문이 없었는데도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해 알아서 현지화를 해준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1~2년 새 챗GPT, 딥보이스·딥페이크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사기 범죄가 유례없는 속도로 첨단화하고 있다. 기존에도 무작정 전화를 돌리는 보이스피싱부터 시작해 로맨스스캠·투자리딩방 등으로 꾸준히 진화해왔지만 AI 등장 이후에는 아예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요 총책 자리를 중국인이 꿰차게 됐다는 점이다. 다짜고짜 피해자에게 전화해 사기를 쳐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부분 메신저를 통해 사기를 치기 때문에 한국어 능통자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AI가 번역은 물론 사기 시나리오까지 다 짜줄 정도로 고도화됐기 때문에 한국인이 총책을 맡을 이유가 더욱더 없어졌다. 안정엽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 팀장은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총책을 도맡았다면 이제는 검수 역할만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환경 등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중요해지면서 근무지 역시 대도시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 시골에서 주로 활동을 했다면 이제는 중국의 2선급 도시인 칭다오·쑤저우 등에 사무실을 두고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근무하는 추세다. 규모가 큰 일부 조직들은 베이징·상하이까지 진출한 경우도 있다. 최근 캄보디아의 대도시들이 ‘사기 성지’로 급부상 중인 것도 최첨단 IT 인프라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수도 프놈펜에서 25㎞가량 떨어진 곳에는 아예 ‘망고단지’라고 불리는 범죄 단지가 조성돼 있다. 대규모 오피스텔에 층층마다 조직들이 입주해 있는데, 각 조직마다 상대하는 국가와 전문 사기 분야가 세분화돼 있다. 이들은 같은 생활권 안에서 이웃처럼 지내면서 유기적으로 협업해 사기를 친다. 안 팀장은 “과거 중국에서 프놈펜·시아누크빌 등을 카지노 도시로 만들겠다고 하자 다수의 중국인들이 몰려가 IT 인프라를 조성해놓았다”며 “하지만 중국이 말을 바꿔 해외 도박까지 금지하며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이주자들이 궁여지책으로 보이스피싱 등 사기 조직 결성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기꾼들은 AI 활용 능력은 기본으로 깔고 각종 IT 신기술을 개발·활용하며 더욱 치밀하게 사기를 벌이고 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직원들이 순차 검거됐던 ‘김군일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조직은 의사 피해자 한 명에게만 무려 41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유명해졌는데 각종 창의적인 기술과 시나리오를 선보여 ‘보이스피싱계의 삼성’으로 불릴 정도였다. 예컨대 조직은 피해자 휴대폰에 좀비 프로그램을 심어 피해자가 아무리 다른 곳으로 전화를 해도 조직이 당겨서 받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자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당직 시스템을 도입해 심야에도 피해자와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역시 기발했다. 이들은 콜센터 사무실 안에 가짜 검사실을 차려놓고 영상통화를 통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또 단순히 예치금을 편취하는 과거 방식과 달리 대출을 실행시켜 돈을 추가로 뜯어내는 시나리오까지 개발했다. 해당 시나리오를 도입한 후 피해 건수는 줄었지만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안 팀장은 “1인당 편취 금액 기록을 이 조직이 모두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은 푼돈장사"…기업형 사기 목표는 온라인 도박장 전북 전주에서 조폭으로 활동하던 오상철(47·가명) 씨는 2014년 돌연 중국 산둥성으로 넘어가 폐공장에 콜센터를 차렸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할 대포통장을 수집해 조직에 팔아넘기는 이른바 ‘장집(통장 관리하는 집)’으로 돈을 벌겠다는 발상이었다. 실제 그는 이후 4년간 대포통장 1만 4400개를 팔아넘겨 144억 원을 벌어들였고 개인적으로도 최소 21억여 원을 챙겼다. 떼돈을 번 오 씨는 이내 불법 파워볼 도박장 운영에 손을 뻗었다. 조직원 수십 명과 함께 콜센터를 풀가동하며 돈을 벌어야 했던 장집 시절과 비교하면 워라밸이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도박금을 대리 충전해주거나 베팅해주는 방식으로 판돈을 불과 10개월 만에 31억 원까지 불렸다. 또 떼돈을 긁어모은 그는 유흥과 도박에 탐닉하다가 지난해 결국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보이스피싱에 이어 리딩방·로맨스스캠까지 사기 범죄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들의 야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기는 그저 관문일 뿐 최종적으로는 도박장을 개설해 수수료 장사로 떼돈을 버는 게 사기꾼들의 최종 목표다. 직장인들이 평사원에서 시작해 사장직까지 꿰차는 ‘샐러리맨 신화’를 꿈꾼다면 사기꾼들에게는 ‘도박장 신화’가 있는 셈이다. 백의형 경찰청 피싱수사계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이스피싱·로맨스스캠 등은 사기꾼들 사이에서 푼돈 만지는 일로 인식된다”면서 “이들의 최종 목표는 사기 범죄로 ‘초기 자금’을 모은 뒤 도박장을 개설해 편하게 돈을 버는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실제 도박장은 사기꾼들 사이에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한 번 개설하면 손을 거의 대지 않고도 수수료 장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박 사이트의 경우 실물 도박장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대부분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검거 가능성도 낮다. 2023년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 운전을 하다 행인을 치어 죽인 ‘롤스로이스남’ 신 모(30) 씨가 몸담았던 불법 도박 조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조직은 2020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캄보디아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불과 7개월 만에 판돈 규모를 8600억 원까지 불렸다. 조직원들은 이후 3년간 호화 생활을 하다가 경찰이 사고를 계기로 신 씨의 자금 출처를 1년 가까이 캐고 난 후에야 덜미를 잡혔다. 백 계장은 “도박 사이트는 초반에 피해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해 신뢰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며 “다만 초기 투자에만 좀 공을 들이면 이후 자동으로 돈이 벌리는 만큼 도박장 개설은 모든 사기꾼들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마약 사업에 손을 뻗는 사기 범죄 조직들 또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기에서 시작해 도박·마약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뿌리 뽑기 위해 범죄 조직들을 척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는 “사기 범죄 조직이 ‘범죄 기업’으로 진화하면서 사기·도박·마약 등 여러 범죄를 동시에 저지르고 있다”며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잠입 수사와 통신 감청, 플리바게닝(사법 협조자 형량 감면 제도)을 도입하고 증인 보호를 위한 예산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딥시크로 시나리오 짜고 번역… '로맨스 스캠' 그놈은 중국인
사회 사회일반 2025.05.15 18:04:26‘[쿠팡 연말 이벤트] 축하합니다! iPhone 14 당첨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율이에요. 친구가 추천해준 번호를 잘못 저장했나 봐요. 이건 인연인가요?’ 서울경제신문이 ‘사이버 사기에 활용할 문구를 작성해달라’고 하자 ‘중국판 챗GPT’ 딥시크는 불과 몇 초 만에 이 같은 답변을 생성해냈다. 취재진은 최근 중국 현지 사기 조직이 딥시크를 활용하는 상황을 최대한 재연하기 위해 먼저 중국어로 질문한 뒤 답변을 한국어로 바꿔달라고 했는데 문법 오류 하나 없는 깔끔한 번역을 받아볼 수 있었다. 더 놀라운 진가는 원문과 번역본을 비교해봤을 때 드러났다. 원문 메시지의 ‘타오바오’를 ‘쿠팡’으로, 중국식 이름인 ‘소우(小雨)’는 ‘소율이’로 바뀌어 있었다. 별도 주문이 없었는데도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해 알아서 현지화를 해준 것이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1~2년 새 챗GPT, 딥보이스·딥페이크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사기 범죄가 유례없는 속도로 첨단화하고 있다. 기존에도 무작정 전화를 돌리는 보이스피싱부터 시작해 로맨스스캠·투자리딩방 등으로 꾸준히 진화해왔지만 AI 등장 이후에는 아예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요 총책 자리를 중국인이 꿰차게 됐다는 점이다. 다짜고짜 피해자에게 전화해 사기를 쳐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부분 메신저를 통해 사기를 치기 때문에 한국어 능통자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AI가 번역은 물론 사기 시나리오까지 다 짜줄 정도로 고도화됐기 때문에 한국인이 총책을 맡을 이유가 더욱더 없어졌다. 안정엽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 팀장은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총책을 도맡았다면 이제는 검수 역할만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환경 등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중요해지면서 근무지 역시 대도시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 시골에서 주로 활동을 했다면 이제는 중국의 2선급 도시인 칭다오·쑤저우 등에 사무실을 두고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근무하는 추세다. 규모가 큰 일부 조직들은 베이징·상하이까지 진출한 경우도 있다. 최근 캄보디아의 대도시들이 ‘사기 성지’로 급부상 중인 것도 최첨단 IT 인프라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수도 프놈펜에서 25㎞가량 떨어진 곳에는 아예 ‘망고단지’라고 불리는 범죄 단지가 조성돼 있다. 대규모 오피스텔에 층층마다 조직들이 입주해 있는데, 각 조직마다 상대하는 국가와 전문 사기 분야가 세분화돼 있다. 이들은 같은 생활권 안에서 이웃처럼 지내면서 유기적으로 협업해 사기를 친다. 안 팀장은 “과거 중국에서 프놈펜·시아누크빌 등을 카지노 도시로 만들겠다고 하자 다수의 중국인들이 몰려가 IT 인프라를 조성해놓았다”며 “하지만 중국이 말을 바꿔 해외 도박까지 금지하며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이주자들이 궁여지책으로 보이스피싱 등 사기 조직 결성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기꾼들은 AI 활용 능력은 기본으로 깔고 각종 IT 신기술을 개발·활용하며 더욱 치밀하게 사기를 벌이고 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직원들이 순차 검거됐던 ‘김군일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조직은 의사 피해자 한 명에게만 무려 41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유명해졌는데 각종 창의적인 기술과 시나리오를 선보여 ‘보이스피싱계의 삼성’으로 불릴 정도였다. 예컨대 조직은 피해자 휴대폰에 좀비 프로그램을 심어 피해자가 아무리 다른 곳으로 전화를 해도 조직이 당겨서 받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자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당직 시스템을 도입해 심야에도 피해자와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역시 기발했다. 이들은 콜센터 사무실 안에 가짜 검사실을 차려놓고 영상통화를 통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또 단순히 예치금을 편취하는 과거 방식과 달리 대출을 실행시켜 돈을 추가로 뜯어내는 시나리오까지 개발했다. 해당 시나리오를 도입한 후 피해 건수는 줄었지만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안 팀장은 “1인당 편취 금액 기록을 이 조직이 모두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
미래에셋 中 테크 ETF, 상장일 개인 순매수 100억…올 최대 규모
증권 국내증시 2025.05.14 16:28:51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자사 상품인 ‘TIGER 차이나테크TOP10’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일 개인 순매수 100억 원을 돌파하며 올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TIGER 차이나테크TOP10 ETF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105억 원이다. 이는 커버드콜 상품을 제외한 올해 국내 신규 상장한 주식형 ETF 중 개인 순매수 최대 규모다. TIGER 차이나테크TOP10 ETF는 중국 차세대 기술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홍콩 상장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 상장된 기업까지 투자 대상을 확대했다. 전날 기준 편입 종목은 중국판 M7으로 불리는 비야디(BYD), 텐센트(Tencent), 알리바바(Alibaba), 메이투안(Meituan), 샤오미(Xiaomi), SMIC, 레노보(Lenovo)와 중국 본토에 상장된 캠브리콘(Cambricon), CATL 등이다. 이 중 캠브리콘(Cambricon)은 딥시크(DeepSeek) 이후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반도체 국산화 및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관련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능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 외에도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텐센트(Tencent)와 알리바바(Alibaba)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갖춘 기업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중국의 산업 고도화는 전기차를 넘어 AI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며 “또한 미중 관세 협상에 따른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완화로 중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TIGER 차이나테크TOP10 ETF를 통해 장기 성장성이 기대되는 중국 기술주에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차이나테크TOP10 ETF 신규 출시를 기념해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상장 기념 이벤트를 진행한다. KB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에서 해당 ETF의 일 거래 및 순매수 조건을 충족한 일부 고객에게 문화상품권이 증정된다. -
"2학기 자퇴생 확인하기 두렵다"…서울대 공대 교수의 우려
사회 사회일반 2025.05.14 08:11:01학령인구 감소와 의대 쏠림 등으로 인해 이공계 인재 유입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국내 1위 서울대 공대 신입생 850여 명 중 약 130명이 지난해 자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을 방치할 경우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경쟁에서 완전히 낙오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다음 달 대선을 계기로 이공계 인재 육성 정책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13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1차 첨단과학기술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 포럼’에서 “서울대 공대 약 850~900명의 입학 정원 중 120~130명이 등록을 포기한다. 올해 2학기는 (의대 증원 등의 여파로) 자퇴생이 더 급증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김 학장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2019년 이후 서울대 공대 자퇴생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면서 “특히 의대와 관련성이 있는 바이오 분야의 화학생물공학부와 재료공학부의 경우 25% 가까이가 입학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컴퓨터공학 인재들이 해외 빅테크로 진출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조선·건설 분야 인재들은 반도체 분야로 취업해 구인난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첨단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 분야도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유재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은 “수능 과목 선택 변화로 상대적으로 고득점이 어려운 물리와 화학 교과 선택이 줄어들고 있고, 이는 대학에서의 기초 교육 부실로 이어져 전문 이공계 인력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 문제와 맞물려 2040년 이후에는 상위 20대 대학 외에는 이공계 대학원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및 주도권을 점점 빼앗기는 현실 속에서 국내 이공계 대학생 중 상위 1%를 위한 특별 교육센터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딥시크 쇼크’ 배경에 중국의 천재 특별반이 있듯 양보다 질에 집중한 인재 육성 방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가 주도로 인공지능(AI) 인재들에게 5억 원 이상의 연봉을 제공하는 AI 혁신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 학장은 포럼에서 ‘세상을 바꾸는 혁신 인재 프로젝트’를 차기 정부에 제안했다. 매년 이공계로 진입하는 10만 명의 대학생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1000명을 선발해 혁신 인재를 양성하자는 게 프로젝트의 골자다. 김 학장은 “선행학습 위주의 입시 정책을 바꾸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지만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다”면서 “대신 과학기술 인재양성센터를 만들어 1박 2일 캠프 등의 방법으로 전국 대학생 1000명을 뽑은 뒤 집중 육성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 초격차 경쟁에 필수적인 AI 인재 양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가가 주도하는 AI 혁신 연구원을 설립해 최정예 전문 인력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 국가 단위의 인력 유출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박사급 전임연구원에게는 초봉 5억~10억 원의 연봉과 주택 제공 등의 파격적인 혜택으로 설립 초기 200명에서 5년 내 1000명으로 규모를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더 나은 처우를 찾아 해외로 인재가 유출된다는 현실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도 이공계 박사 평균 연봉은 1억 34만 원인 반면 미국 빅테크의 경우 최소한 초봉 10억 원부터 시작한다. 김 학장은 “이 모든 비용에 1조 원이 들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대선 공약에 ‘AI 분야 100조 원 단위 투자’가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는 딥시크 쇼크를 창출한 원동력으로 꼽히는 중국 칭화대 야오(姚班)반처럼 초우수 공학 인재 지원 ‘엑셀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이는 서울공대 학부생 중 20명을 뽑아 1인당 연구장학금 2000만 원을 지원하고 교수들과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편입학시키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정부의 비효율적인 연구개발(R&D)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포럼에서 “연구실 운영이 교원의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연구비 수주에 유리한 분야에 R&D가 집중되고 사회적 필요와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구 감소까지 예상되면서 절대적인 인재풀마저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박 선임연구위원은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각 대학원 역량에 맞춰 특성화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연구 활동 상위 대학은 핵심 연구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전략·미래원천을 연구하는 한편 차상위 대학은 특정 영역 연구나 지역 학문 R&D 인프라 거점 등을 진행하고 그 외 대학은 산업·지역 특화 학·석사를 양성하는 방식이다. 인력 구조의 전환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과학기술 인재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양성하고 활용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면서 “반도체·AI·양자컴퓨팅 등 미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기술들은 최고 수준 달성에 성공 여부가 달린 만큼 소수의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공계 상위 1000명에 특별 교육…AI혁신硏 세워 파격 대우를"
사회 사회일반 2025.05.13 17:44:08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및 주도권을 점점 빼앗기는 현실 속에서 국내 이공계 대학생 중 상위 1%를 위한 특별 교육센터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딥시크 쇼크’ 배경에 중국의 천재 특별반이 있듯 양보다 질에 집중한 인재 육성 방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가 주도로 인공지능(AI) 인재들에게 5억 원 이상의 연봉을 제공하는 AI 혁신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13일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1차 첨단과학기술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 포럼’에 참석, 이 같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 인재 프로젝트’를 차기 정부에 제안했다. 매년 이공계로 진입하는 10만 명의 대학생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1000명을 선발해 혁신 인재를 양성하자는 게 프로젝트의 골자다. 김 학장은 “선행학습 위주의 입시 정책을 바꾸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지만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다”면서 “대신 과학기술 인재양성센터를 만들어 1박 2일 캠프 등의 방법으로 전국 대학생 1000명을 뽑은 뒤 집중 육성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 초격차 경쟁에 필수적인 AI 인재 양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가가 주도하는 AI 혁신 연구원을 설립해 최정예 전문 인력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 국가 단위의 인력 유출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박사급 전임연구원에게는 초봉 5억~10억 원의 연봉과 주택 제공 등의 파격적인 혜택으로 설립 초기 200명에서 5년 내 1000명으로 규모를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더 나은 처우를 찾아 해외로 인재가 유출된다는 현실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도 이공계 박사 평균 연봉은 1억 34만 원인 반면 미국 빅테크의 경우 최소한 초봉 10억 원부터 시작한다. 김 학장은 “이 모든 비용에 1조 원이 들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대선 공약에 ‘AI 분야 100조 원 단위 투자’가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는 딥시크 쇼크를 창출한 원동력으로 꼽히는 중국 칭화대 야오(姚班)반처럼 초우수 공학 인재 지원 ‘엑셀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이는 서울공대 학부생 중 20명을 뽑아 1인당 연구장학금 2000만 원을 지원하고 교수들과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편입학시키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정부의 비효율적인 연구개발(R&D)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포럼에서 “연구실 운영이 교원의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연구비 수주에 유리한 분야에 R&D가 집중되고 사회적 필요와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구 감소까지 예상되면서 절대적인 인재풀마저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박 선임연구위원은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각 대학원 역량에 맞춰 특성화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연구 활동 상위 대학은 핵심 연구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전략·미래원천을 연구하는 한편 차상위 대학은 특정 영역 연구나 지역 학문 R&D 인프라 거점 등을 진행하고 그 외 대학은 산업·지역 특화 학·석사를 양성하는 방식이다. 인력 구조의 전환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과학기술 인재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양성하고 활용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면서 “반도체·AI·양자컴퓨팅 등 미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기술들은 최고 수준 달성에 성공 여부가 달린 만큼 소수의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美스타게이트, 1000억 달러 투자유치 지연…트럼프 리스크에 발목 잡히나
국제 정치·사회 2025.05.12 21:11:53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위험이 투자자 모집과 자금 조달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세부적인 투자 논의를 아직 개시하지 않은 상태다.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와 오픈AI 공동창업자 샘 알트만은 지난 1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1000억 달러를 '즉시' 투입하고 시간이 지나면 약 5000억 달러(약 665조원)까지 증액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즈호와 JP모건, 아폴로글로벌, 브룩필드 자산운용 등 수십 개 금융기관과의 예비 회담이 올해 초에 시작됐지만 투자 논의에 대한 진전은 없었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금융기관들이 경제 변동성 확대와 AI 서비스 가격 하락 속에서 데이터센터 투자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이 AI 산업의 수익성 전망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대출기관과 채권 투자자들이 고위험 투자를 기피하면서 자본 비용이 상승했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데이터센터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TD 코웬 애널리스트들은 "서버랙부터 냉각 시스템, 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관세로 인해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5~15%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등 저가 AI 모델의 등장이다. 이들이 오픈AI 관련 프로젝트의 장기적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문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있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는 1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 자금 조달을 위해 비전펀드 내에 20~30명 규모의 전담팀을 구성한 상태다. 이 팀에는 비전펀드에서 자동화 및 기업용 소프트웨어 투자를 주도한 비카스 J. 파레크 미주 지역 매니징 파트너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로 진행된다. 소프트뱅크가 주식으로 약 10~20%의 소액 지분을 보유하고, 은행과 연기금, 보험사 등을 상대로 선순위 대출과 메자닌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나머지를 조달하는 구조다. 한편 데이터센터 건설 등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일부 사업은 진행 중이다. 샘 알트만은 지난주 미 의회 청문회에서 텍사스주 애빌린에 위치한 스타게이트의 첫 데이터센터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오라클이 개발 중인 이 복합단지는 세계 최대 AI 훈련 시설이 될 예정이다. 이 시설에는 최대 40만 개의 엔비디아 칩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콤제스트 자산운용의 리처드 케이 일본 주식 전략 공동책임자는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에 대한 500억 달러 투자로 5~6년 내 15~2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적정' 데이터센터 사용률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
"구글 없어도 된다" 中 알리바바, 새 AI 검색 훈련 기법 개발
산업 IT 2025.05.12 13:38:46중국 알리바바가 검색엔진 없이 인공지능(AI)의 인터넷 검색 능력을 학습시켜 훈련 비용을 90%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제로서치’로 불리는 기술을 통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검색엔진으로 변환해 AI 훈련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챗GPT를 비롯한 주요 AI 모델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취합·정리해 구글·네이버 등 검색엔진의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 구글 등 검색엔진에 질의를 보내 검색어에 따른 결과물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제로서치는 이를 가상화해 학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알리바바 연구진은 논문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한 논문에서 “기존에는 검색엔진 문서 품질을 예측할 수 없어 강화 학습 과정에서 불안정성이 초래됐고 수십만 건의 검색 요청을 보내는 과정에서 앱인터페이스(API) 비용이 발생했다”며 “제로서치는 미세 조정을 통해 LLM을 검색엔진으로 변환한다”고 설명했다. AI 챗봇 자체를 검색엔진처럼 활용해 강화 학습에 활용한다는 뜻이다. 알리바바는 구글 검색을 활용할 경우 6만 4000건의 질의를 처리하며 586.7달러의 비용을 지불했으나 검색엔진보다 우수한 결과를 내놓은 140억 매개변수(14B) 모델에서 훈련하는 비용은 70.8달러로 88% 저렴했다고 주장했다. SCMP는 “이 연구는 AI 검색 발전에 대한 알리바바의 노력과 일치한다”며 “바이두·딥시크·문샷AI 등 다른 중국 기업들도 AI 검색 기술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해외칼럼] 中 맷집만 키운 무역전쟁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5.05.09 05:30:00이제 한발 뒤로 물러나 우리의 현 위치를 살펴보자. 미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이들 두 나라는 지구촌 전체 생산량의 45%, 전 세계 교역량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미국은 어이없게도 충분한 사전 계획과 검토조차 거치지 않은 채 다짜고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일단 총부터 쏘고 생각은 나중에 하자는 미국의 무책임한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스마트폰의 80%와 컴퓨터 모니터의 78%는 중국에서 들어온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단 몇 달 안에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원을 찾을 수 있을까. 반면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대량으로 수입하는 오일과 가스, 대두와 돼지고기는 전 세계의 다른 여러 나라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집권 2기부터 수년에 걸쳐 몽유병자처럼 의식이 몽롱한 상태로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그 당시의 경제전쟁은 미미한 충돌에 불과했다. 지금 미국으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에는 145%의 관세가 매겨졌다. 이에 맞서 중국도 자국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말대로 이는 기본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금수 조치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베선트의 직속 상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도대체 왜 지속 불가능한 전략을 채택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은 양국 관계 훼손에 중요한, 어쩌면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가 45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인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서방측 기술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야심 찬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경제 프로젝트를 발진시켰다. 이에 앞서 시 주석은 전임자들에 비해 훨씬 야심 차고 모험적이며 군국주의적인 일련의 대외 정책을 추진해 미국의 의심을 샀다. 여기에 중국과의 교역이 특히 선거에서 중요한 여러 주에서 일자리 손실을 초래하는 현실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매파적인 시각이 강화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덜 얽힌 관계가 전략적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첫째, 두 나라 경제의 분리(decoupling)는 미국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제시한 관세 시나리오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관세가 없는 때에 비해 1.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매년 수천억 달러에 상당하는 부의 손실을 의미한다. 또한 기업들의 공급망 이전에 따른 인플레이션, 전문화 감소로 인한 생산성 손실과 혁신 생태계 교란으로 발생하는 기회비용 등 2차 영향도 따라온다. 미국이 취하는 모든 조치는 중국의 반응을 불러온다. 테크놀로지를 생각해보라. 워싱턴은 베이징의 최고급 칩 접근을 제한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과연 그것이 효과적일까. 칩 제조와 인공지능(AI) 부문에서 화웨이와 딥시크 같은 중국 기업들은 이제 최첨단에 근접한 결과물을 미국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다. 최근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전 세계 AI 연구원의 절반이 중국인이고 중국은 전반적인 AI 역량에서 미국에 간발의 차로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기술 분야에서 승리하는 국가는 때로는 혁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나라이지 선구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비싸고 거추장스러운 기술 접근 금지 조치는 오히려 베이징의 혁신을 촉진해 발 빠른 추격자가 되도록 부추긴 것인가.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 관계가 거의 없는 세계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교역, 투자와 상호 교류 등으로 두 나라를 경제적으로 깊숙이 엮어놓는 것은 전면적인 갈등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쟁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전쟁을 억제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 과거의 교훈적인 사례가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침략 행위가 확대되던 1940년 미국은 도쿄를 상대로 특정 품목에 대한 금수 조치를 취했다. 이어 1941년 7월 미국은 일본의 본격적인 동남아시아 침공에 따른 대응으로 일본 자산을 동결하고 석유 수출을 중단했다. 당시 일본은 국내 석유 수요의 거의 90%를 미국에서 수입했다. 그 결과는 일본의 항복이 아니라 진주만 공습이었다. 중요한 수입품 공급이 끊기고 외교적 출구조차 없는 상황에서 도쿄는 목이 졸려 죽기보다 차라리 전쟁을 택하는 편이 낫다고 결론지었다. 일본이 전쟁을 선택한 것은 제재, 관세, 분리와 고립이 평화와 번영으로 끝나는 역사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
“국내 사모펀드 경쟁력, 인공지능 활용에 달려"
증권 증권일반 2025.05.08 17:58:38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은 인공지능(AI)의 적극적 도입에 달렸다는 제언이 나왔다. PEF는 기존 금융권 대비 규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AI를 하루빨리 도입해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8일 열린 제13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PEF는 무조건적으로 AI를 적용해야 한다”며 “얼마나 빨리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효율성 제고와 발전 속도가 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업계가 금융권에 속해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점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의원은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을 보면 생성형 AI를 활용하지만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면서 “생성형 AI가 내놓은 답변이 어떻게 나왔는지 확률적이고 블랙화돼 있어 사내 내부 검증용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성형 AI에 대한 정부 지원이 본격화돼 있지만 개별 PEF와 기업의 자발적 도입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한테 감사했던 게 올해 2월 딥시크가 나오면서 처음”이라며 “한국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난 계기”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나서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8000장 정도를 확보할 예산이 추경으로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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