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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코딩·가성비 중점 둔 GPT-4.1로 구글·앤스로픽 견제
산업 IT 2025.04.15 09:51:26오픈AI가 코딩 성능을 높인 한편 비용을 낮춘 신형 인공지능(AI) 모델 ‘GPT-4.1’ 시리즈를 공개했다. 현 챗GPT 기본 AI인 GPT-4o를 대체하는 대신 기업용 앱인터페이스(API) 전용으로 개발자 시장을 노리는 모델이다. 구글·앤스로픽 등 경쟁사가 코딩에 집중한 AI로 개발자 수요를 장악하자 오픈AI가 반격에 나서는 구도다. 14일(현지 시간) 오픈AI는 GPT-4.1 시리즈 API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GPT-4.1은 기본형과 소형 모델 미니, 초소형 나노로 나뉜다. GPT-4.1은 철저히 코딩 성능 강화에 집중한 모델이다. 오픈AI는 “GPT-4.1 코딩 성능은 GPT-4o보다 21.4%, GPT-4.5보다 26.6% 높다”고 설명했다. GPT-4.1 기본형은 코딩 능력을 평가하는 SWE 벤치마크에서 작업 완료율 54.6%를 달성해 GPT-4o의 33%는 물론 앞서 발표한 대형 모델 GPT-4.5의 38%도 넘어섰다. 추론 모델인 o3 미니의 49%보다도 높은 점수다. 수학 평가인 AIME24에서는 기본형과 미니, 나노가 각각 48.1%, 49.6%, 29.4%를 기록해 GPT-4o의 13.1%를 압도했다. 나노를 제외하고는 GPT-4.5의 36.7%를 넘어선다. 복잡한 작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긴 문맥’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GPT-4.1은 최대 100만 토큰(AI 연산 단위)을 처리할 수 있다. 12만8000개에 머물던 GPT-4o의 8배에 달해 구글 제미나이 등이 내세우던 장점을 따라잡게 됐다. 오픈AI는 "GPT-4.1은 전체 100만 토큰 길이에 걸쳐 정보를 안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학습됐고 GPT-4o보다 관련 정보를 더 잘 찾아내고, 불필요한 요소는 무시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GPT-4.1 100만 토큰 당 입·출력 비용은 기본형이 각각 2달러, 8달러, 나노는 0.1달러, 0.4달러에 불과하다. 기존 GPT-4o는 각각 5달러, 20달러였고 GPT-4o 미니는 0.6달러, 2.4달러였던 데 비해 최대 6배 저렴해졌다. 오픈AI는 “GPT-4.1은 중간 수준 요청에서 GPT-4o보다 26% 저렴하고 나노는 역대 가장 저렴하고 빠른 모델”이라며 “반복되는 요청의 경우 할인율을 기본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AI 모델 경량화로 가동비를 낮춰 최종 사용료를 내린 것이다. 실제 오픈AI는 저비용에도 높은 성능을 지닌 GPT-4.1 출시에 따라 현재 API로 제공 중인 GPT-4.5 서비스를 7월 종료한다고 밝혔다. GPT-4.1을 일반 사용자용 챗GPT가 아닌 API 전용 모델로 출시했다는 점에서는 생성형 AI 주 수익원이 개발자와 기업용거래(B2B) 시장이라는 것이 재확인된다. 실제 앤스로픽은 지난 2월 ‘클로드 3.7 소넷’ 출시와 함께 코딩에 특화한 ‘클로드 코드’를 내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다. 구글 또한 2월 제미나이 코드 어시스트를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사실상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체 클라우드를 지닌 구글은 제미나이 ‘플래시 라이트’ 등 초저가 모델을 내놓으며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다. 딥시크 등 중국발 저가 모델에 이어 미국 빅테크까지 API 가격을 낮추며 개발자 시장을 공략하자 오픈AI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
"AI 고급인재에 軍 면제 필요"…韓 AI 특허, 中 8% 수준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15 06:49:00인공지능(AI)을 둘러싼 전 세계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인재 양성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초등학교 때부터 AI 전문 교원을 두고 천재 육성에 나선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교 AI 학과마저 법 규제에 가로막혀 증원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는 최근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 강화를 위해 AI 전문 교사 100명, 핵심 교사 1000명 등 총 1100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미 중국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대학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AI를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인재 양성 인프라가 세계 후진국 수준으로 뒤처져 있다. 교육부는 기존 초중고 교사 32만 명을 대상으로 AI 연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AI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도 중국이 2020년부터 시행한 데 반해 한국은 올해 상반기부터 일부 과목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에 나선 수준이다. 대학 교육의 수준 차이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중국에는 AI 학과가 535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나 베이징대에서는 AI 천재를 집중 육성하는 특수반이 개설돼 있고 이곳에서는 민간을 대표하는 석학들이 미래의 량원펑(딥시크 창업자)을 길러내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은 입학 정원이 1999년에 정해진 11만 7145명으로 26년간 묶여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대학이 실제 선발하는 입학 정원은 그보다 적어 7000명 가까이 정원을 더 늘릴 수 있지만 교원 확보율 규제 등으로 AI 학과 정원 증가가 소폭에 그치고 있다. 2023년 이후 2년 동안 수도권이 늘린 AI 학과 증원 수는 205명에 그쳤다. 中, 전 교육과정에 'AI 커리큘럼'…최고급 AI 인재 키워낸다 중국의 컴퓨터 천재들이 모이는 일종의 특수 교육시설인 베이징대 투링반. 최근 찾아간 투링반 건물 앞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전략연구원장 저우홍이 강의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최고의 인공지능(AI) 전문가가 중국 각지에서 모인 인재들을 집중 육성하는 천재 교육 시스템이 현장에서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최고경영자(CEO)가 가끔 서울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기는 하지만 대부분 인재 채용을 위한 특별 강의 형태여서 100% 실무 교육이 진행되는 투링반과는 성격이 다르다. 투링반은 컴퓨터과학의 아버지인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성을 음차한 것으로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베이징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인 배호진 씨는 “요즘은 2학년만 돼도 1저자로 논문이 나오기도 한다”며 “박사생들의 지도만으로 논문을 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웃 칭화대에서도 AI가 실제 산업에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사례를 예로 든 세미나가 열린다는 예고가 교내 정보망에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우리 교육 시스템도 중국을 벤치마킹해 AI 인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창조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 교육 시스템 자체가 범용 인재를 길러내는 쪽으로 특화돼 있고 어쩌다가 인재가 발굴돼도 의대 입학을 목표로 암기식 교육에 빠져 있어 AI 시대를 선도할 천재를 키워낼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저 수준의 처우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인재들도 늘고 있다. 첨단 학과를 전공한 석박사급 인재들이 졸업과 동시에 해외 기업이나 연구소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 모(30) 씨는 미국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시장 규모부터 차이가 많이 나고, 억대 연봉을 주는데 안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AI 미국기업인 오픈AI의 박사급 AI 연구원 초임 연봉은 약 12억 2000만 원에 달한다. 중국의 천재들이 자국에 남아 딥시크와 같은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교하면 출발선 자체가 다른 셈이다. 실제 베이징대와 칭화대 소속 특수반 학생들은 수학·물리 등의 수업을 최고 난이도로 배운 뒤 대부분 석박사까지 학업을 이어가고 이후에도 중국에 남아 연구를 계속한다.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도 중국 저장대를 졸업한 토종 인재다. 이원석 베이징대 박사과정생은 “중국에서는 조교도 주말 없이 자정까지 연구하는 게 일상”이라며 “학생들의 몰입도와 환경, 제도 모든 면에서 한국과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 고급인재에 고액 장학금 지급해야…전문가 “軍 면제 필요” 파격 대책 주문 국내에서도 ‘AI 고급인재 별동대’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위 1% 수준의 AI 고급 인재들이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만큼 고급 인재를 집중 지원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전액 등록금 면제 △연 1억 5000만 원 수준의 고액 장학금 △산업계와의 실질적 연계 트랙 등이 거론된다. 심지어 단순 병역특례 확대가 아니라 병역 면제까지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 인재를 열심히 키워도 다들 글로벌 회사로 가버리면서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우리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1% 인재들이 국내에 남을 수 있도록 군 면제 같은 정책을 파격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파격 정책은 정부가 앞장서 설계하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어렵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창의 인재를 키우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학제 개편 중심 교육 개혁으로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최고의 두뇌가 AI나 반도체·컴퓨터 쪽으로 진로를 틀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강력한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연구원 “AI 연구 과정에서 인재 확보 가장 중요” 인공지능(AI) 연구원들이 AI 연구 과정에서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투입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분야로도 데이터 확보나 컴퓨팅보다 ‘인재 확보’라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14일 미국 조지타운대 내 정책 연구 조직인 CSET가 발간한 ‘핵심 자원은 인재입니다(The Main Resource is the Human)’ 보고서에 따르면 AI 연구자의 90%가 프로젝트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문지식·인재·기술’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대량의 컴퓨팅 자원(51%)과 고유 데이터(5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CSET는 410명의 AI 연구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자들은 예산을 가장 우선적으로 투입할 의사가 있는 분야로도 ‘인재’를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52%가 추가 자금이 생길 경우 ‘연구원 고용’이나 ‘프로그래머 또는 엔지니어 추가 고용’에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뒤이어 22%가 ‘데이터 수집과 정리’, 20%가 ‘컴퓨팅’을 꼽았다. 보고서는 “추가 자금을 사용해 더 많은 인력 고용을 선택할 것이라는 결과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인재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인재 확보의 중요성은 중국의 AI 개발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 신화를 만든 연구진 대부분이 중국 본토 대학 출신의 토종 AI 인재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인 ‘마르코폴로’의 ‘글로벌 AI 인재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20% 수준 AI 연구자 가운데 중국 출신 인재의 비중은 2019년 19%에서 2022년 47%로 크게 늘었다. 최고 수준 AI 연구원의 출신 국가 비중은 2019년 △중국 19% △미국 20% △유럽 17%였으나 2022년 △중국 47% △미국 18% △유럽 12%로 나타났다. 중국 출신 연구자는 압도적으로 증가해 2위인 미국과의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반면 한국의 인재 개발 속도는 더디다. 상위 20% 수준 AI 연구자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두 기간 모두 동일하게 2%를 기록했다. 국내 연구 인력도 감소세다. 과학기술인재정책 플랫폼에 따르면 국내 학사 기준 과학기술 전공 인력은 2018년(93만 6183명)부터 꾸준히 줄어 지난해에는 89만 3249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AI 산업을 이끌고, 그와 함께 국내 기업과 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동반돼야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은경 이화여대 인공지능대학 교수는 “한국은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협업하는 경우는 많아도 국내 기업끼리 협업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실력 있는 국내 기업끼리의 협력과 정부·기업·학교 간 협력이 활성화돼야 큰 효과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中 특허출원 30만건…韓 특허출원, 중국의 7.8% 그쳐 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 관련 특허출원 건수가 중국의 8%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술 분야 혁신의 ‘지휘자’ 역할을 도맡아 AI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인재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미국의 특허관리 회사 트라이앵글 IP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AI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 30만 510건 △미국 6만 7773건 △일본 2만 6429건 △인도 2만 5991건 △한국 2만 3666건 등이다. 중국의 기술기업인 텐센트는 지난해 4794건의 특허를 출원해 미국의 구글(4456건)을 앞지르기도 했다. 보고서는 “바이두·텐센트·화웨이는 ‘기록적인 속도’로 AI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미국 기술 대기업인 구글·마이크로소프트·IBM을 앞지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의 7.8% 수준에 그쳤다. 특허청의 지난해 상반기 잠정 통계도 비슷하다. 국내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의 특허 출원 건수는 1만 309건으로 이 가운데 AI 분야는 3701건에 그친다. AI 분야는 학습 및 추론과 언어·청각·시각·복합지능, AI 서비스를 포함한다. 중국은 2015년부터 제조업의 질적 성장을 꾀하기 위한 전략을 담은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지능 제조’의 개념을 언급했고 같은 해 7월 11가지 ‘인터넷+’ 전략으로 AI를 지정했다. 이후 2017년 ‘신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통해 AI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한국도 지난해 ‘국가 인공지능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차 국가AI위원회에서 발표했지만 대통령의 공석으로 지난해 9월 출범 이후로 눈에 띄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AI위원회 기술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특훈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비해 시장과 인재 풀이 작은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1%의 인재를 키우되 그들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 당근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의 AI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보편 교육뿐만 아니라 필요한 인재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전략적으로 인재를 키워나갈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
中은 화웨이 임원이 직접 강의…"韓도 몰입교육 시스템 갖춰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14 17:42:32중국의 컴퓨터 천재들이 모이는 일종의 특수 교육시설인 베이징대 투링반. 최근 찾아간 투링반 건물 앞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전략연구원장 저우홍이 강의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최고의 인공지능(AI) 전문가가 중국 각지에서 모인 인재들을 집중 육성하는 천재 교육 시스템이 현장에서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최고경영자(CEO)가 가끔 서울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기는 하지만 대부분 인재 채용을 위한 특별 강의 형태여서 100% 실무 교육이 진행되는 투링반과는 성격이 다르다. 투링반은 컴퓨터과학의 아버지인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성을 음차한 것으로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베이징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인 배호진 씨는 “요즘은 2학년만 돼도 1저자로 논문이 나오기도 한다”며 “박사생들의 지도만으로 논문을 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웃 칭화대에서도 AI가 실제 산업에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사례를 예로 든 세미나가 열린다는 예고가 교내 정보망에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우리 교육 시스템도 중국을 벤치마킹해 AI 인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창조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 교육 시스템 자체가 범용 인재를 길러내는 쪽으로 특화돼 있고 어쩌다가 인재가 발굴돼도 의대 입학을 목표로 암기식 교육에 빠져 있어 AI 시대를 선도할 천재를 키워낼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저 수준의 처우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인재들도 늘고 있다. 첨단 학과를 전공한 석박사급 인재들이 졸업과 동시에 해외 기업이나 연구소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 모(30) 씨는 미국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시장 규모부터 차이가 많이 나고, 억대 연봉을 주는데 안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AI 미국기업인 오픈AI의 박사급 AI 연구원 초임 연봉은 약 12억 2000만 원에 달한다. 중국의 천재들이 자국에 남아 딥시크와 같은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교하면 출발선 자체가 다른 셈이다. 실제 베이징대와 칭화대 소속 특수반 학생들은 수학·물리 등의 수업을 최고 난이도로 배운 뒤 대부분 석박사까지 학업을 이어가고 이후에도 중국에 남아 연구를 계속한다.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도 중국 저장대를 졸업한 토종 인재다. 이원석 베이징대 박사과정생은 “중국에서는 조교도 주말 없이 자정까지 연구하는 게 일상”이라며 “학생들의 몰입도와 환경, 제도 모든 면에서 한국과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AI 고급인재 별동대’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위 1% 수준의 AI 고급 인재들이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만큼 고급 인재를 집중 지원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전액 등록금 면제 △연 1억 5000만 원 수준의 고액 장학금 △산업계와의 실질적 연계 트랙 등이 거론된다. 심지어 병역 면제까지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 인재를 열심히 키워도 다들 글로벌 회사로 가버리면서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우리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1% 인재들이 국내에 남을 수 있도록 군 면제 같은 정책을 파격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파격 정책은 정부가 앞장서 설계하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어렵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창의 인재를 키우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학제 개편 중심 교육 개혁으로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최고의 두뇌가 AI나 반도체·컴퓨터 쪽으로 진로를 틀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강력한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美 연구자 90% "인재 경쟁력에 AI 성패 달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4.14 17:40:25인공지능(AI) 연구원들이 AI 연구 과정에서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투입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분야로도 데이터 확보나 컴퓨팅보다 ‘인재 확보’라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14일 미국 조지타운대 내 정책 연구 조직인 CSET가 발간한 ‘핵심 자원은 인재입니다(The Main Resource is the Human)’ 보고서에 따르면 AI 연구자의 90%가 프로젝트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문지식·인재·기술’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대량의 컴퓨팅 자원(51%)과 고유 데이터(5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CSET는 410명의 AI 연구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자들은 예산을 가장 우선적으로 투입할 의사가 있는 분야로도 ‘인재’를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52%가 추가 자금이 생길 경우 ‘연구원 고용’이나 ‘프로그래머 또는 엔지니어 추가 고용’에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뒤이어 22%가 ‘데이터 수집과 정리’, 20%가 ‘컴퓨팅’을 꼽았다. 보고서는 “추가 자금을 사용해 더 많은 인력 고용을 선택할 것이라는 결과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인재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인재 확보의 중요성은 중국의 AI 개발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 신화를 만든 연구진 대부분이 중국 본토 대학 출신의 토종 AI 인재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인 ‘마르코폴로’의 ‘글로벌 AI 인재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20% 수준 AI 연구자 가운데 중국 출신 인재의 비중은 2019년 19%에서 2021년 47%로 크게 늘었다. 최고 수준 AI 연구원의 출신 국가 비중은 2019년 △중국 19% △미국 20% △유럽 17%였으나 2022년 △중국 47% △미국 18% △유럽 12%로 나타났다. 중국 출신 연구자는 압도적으로 증가해 2위인 미국과의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반면 한국의 인재 개발 속도는 더디다. 상위 20% 수준 AI 연구자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두 기간 모두 동일하게 2%를 기록했다. 국내 연구 인력도 감소세다. 과학기술인재정책 플랫폼에 따르면 국내 학사 기준 과학기술 전공 인력은 2018년(93만 6183명)부터 꾸준히 줄어 지난해에는 89만 3249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AI 산업을 이끌고, 그와 함께 국내 기업과 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동반돼야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은경 이화여대 인공지능대학 교수는 “한국은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협업하는 경우는 많아도 국내 기업끼리 협업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실력 있는 국내 기업끼리의 협력과 정부·기업·학교 간 협력이 활성화돼야 큰 효과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막무가내 관세에 美빅테크 쑥대밭…국채·물가불안 부담도
국제 정치·사회 2025.04.14 17:39:5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에 있어 불과 며칠 만에 180도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달 11일(현지 시간)에는 반도체 및 제조 장비,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예외를 발표했다가 13일에는 돌연 품목 관세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의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해 일단 최장 270일간 조사를 시행돼야 하는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에도 실제 부과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품목 관세를 둘러싼 궁금증을 Q&A로 정리했다. Q. ‘유연성’ 두 번이나 강조한 속내는 A.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관세와 관련해 ‘유연성’이라는 단어를 두 번 언급했다. 아이폰과 태블릿PC에 대한 관세 질문에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누구도 그렇게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곧 발표될 예정이고 논의도 할 것이다. 기업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볼 것”이라며 기업인의 이야기를 듣겠다고도 했다. 이는 사실상 애플을 언급한 발언으로 읽힌다. 막무가내로 관세를 매길 경우 애플 등 미국 빅테크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버코어ISI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의 약 90%, 아이패드는 80%, 맥북은 55%를 생산하며 만약 중국에 대한 145%의 관세 폭탄이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전자와의 가격경쟁에서 크게 밀릴 수 있다. Q. ‘물가 상승’ 전망에 약한 모습 왜? A. 물가 불안 역시 트럼프의 정책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는 사실상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품목인 만큼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전자제품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하다. 미 CBS 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와 이달 8~11일 미 성인 남녀 24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트럼프 행정부의 새 관세정책이 단기간에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비난해 당선됐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요동치는 물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Q. AI 경쟁 격화 관세정책에 부담됐나 A. 중국의 ‘딥시크’ 출현으로 미중 인공지능(AI)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AI 개발에 필수적인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는 “미국에 세계 유수 반도체 기업이 많이 있지만 해외 공급 업체에 반도체 생산을 많이 의존한다”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1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AI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그의 관세정책이 실리콘밸리의 기술 개발 노력을 훼손하고 중국과의 경쟁을 약화시킬 위협이 있다”고 꼬집었다. Q. 국가 안보 위해 한발 양보했나 A. 반도체는 미국의 거의 모든 군사 장비에 쓰이는 만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부품이다. 협상용이 될 수 있는 상호관세와 달리 정교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심사숙고 끝에 도입하는 만큼 의사 결정 과정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약품 관련 언급을 하면서 “우리는 해외 기업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에서 의약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Q. ‘美 국채 던지기’ 부담 키웠나 A.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로 미국 국채 시장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 30년물 국채금리가 4.422%에서 8일 4.777%로 급등하며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9일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했다. 최근 미 상원에 이어 하원도 향후 10년간 최대 5조 3000억 달러(약 7700조 원)를 감세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 재정적자 우려가 상승한 것도 국채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14일 장중 99.3까지 떨어지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자산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일부 투자자는 미국 자산을 매도하고 유럽을 포함한 다른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켰다”고 짚었다. -
베이징만 1100명인데…韓 AI전문교사 '0명'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14 17:28:08인공지능(AI)을 둘러싼 전 세계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인재 양성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초등학교 때부터 AI 전문 교원을 두고 천재 육성에 나선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교 AI 학과마저 법 규제에 가로막혀 증원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는 최근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 강화를 위해 AI 전문 교사 100명, 핵심 교사 1000명 등 총 1100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미 중국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대학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AI를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인재 양성 인프라가 세계 최후진국 수준으로 뒤처져 있다. 교육부는 기존 초중고 교사 32만 명을 대상으로 AI 연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AI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도 중국이 2020년부터 시행한 데 반해 한국은 올해 상반기부터 일부 과목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에 나선 수준이다. 대학 교육의 수준 차이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중국에는 AI 학과가 535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나 베이징대에서는 AI 천재를 집중 육성하는 특수반이 개설돼 있고 이곳에서는 민간을 대표하는 석학들이 미래의 량원펑(딥시크 창업자)을 길러내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은 입학 정원이 1999년에 정해진 11만 7145명으로 26년간 묶여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대학이 실제 선발하는 입학 정원은 그보다 적어 7000명 가까이 정원을 더 늘릴 수 있지만 교원 확보율 규제 등으로 AI 학과 정원 증가가 소폭에 그치고 있다. 2023년 이후 2년 동안 수도권이 늘린 AI 학과 증원 수는 205명에 그쳤다. -
"美中 무역전쟁 전례 없는 수준" 골드만삭스, 中 목표가 또 하향
증권 정책 2025.04.14 15:54:28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14일 중국 주요 주가지수 목표치를 내렸다. 이달 들어 두 번째 하향 조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킹거 라우 골드만삭스 중국 주식 수석 전략가는 이날 MSCI 중국 지수 12개월 목표치를 81에서 75로 낮췄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 12개월 목표치도 4500에서 4300으로 하향조정했다. 새로운 목표치는 현재 대비 각각 12%, 15% 높은 수준이다. 라우 수석 전략가는 이날 메모에서 미중 무역 긴장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으며 세계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하고 세계 최대 경제인 두 국가 사이의 위험을 디커플링하고 있다”며 목표치 하향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그는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의 등장이 중국 증시의 랠리를 더욱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 2월 MSCI 중국 지수 목표치를 75에서 85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가 발효된 직후인 이달 6일에는 목표치를 81로 조정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이날 중국 증시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시간 3시 50분 기준 상하이종합지수는 0.80%, CSI 300 지수는 0.36%, 홍콩 항셍지수는 2.19%,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1.97% 각각 오른 상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다음 주(한국 시간 이번 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상호 관세가 면제된 스마트폰, PC·노트북 등 전자 제품에 대한 관세가 반도체와 함께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
AI 공급 과잉? 아직 논할 때 아니다 [김세중의 여의도 커피챗]
증권 IB&Deal 2025.04.14 13:54:57대공황 당시를 연상시켰던 트럼프의 고율관세 집행이 90일간 유예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관된 기대를 하기 힘들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10%의 기본관세 부과를 고집하고 있고, 중국에게는 대공황 당시에도 경험하지 못한 145% 관세로 협상 압박을 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높은 관세율이 실제로 집행된다면, 글로벌 경제는 신자유주의 흐름에 의해 형성된 자유무역시대와 작별해야 할 지도 모른다. 대공황이 있었던 100년 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이다. 당시 스무트홀리(Smoot-Hawley Tariff Act)법에 의해서 미국은 캐나다, 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최고 59%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금도 미국은 당시 유럽, 캐나다와 같은 경계대상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고 당시보다 훨씬 더 높은 145% 관세 부과를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ECB 총재 라가르드는 고율 관세와 대공황 연계성을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반응도 미국의 강한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고율관세 부과 발표 이후 주식시장은 미국 나스닥 중심으로 급락했고, 미국의 달러 인덱스는 이례적으로 하락했다. 상위소득자에 의해 편중적으로 소유된 미국 증시(상위 10% 가계가 전체 주식 및 뮤추얼펀드 자산의 89% 소유) 보다도 트럼프가 더욱 관심을 갖는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30년물 국채금리는 고율 관세가 불러올 물가상승 위험을 반영하여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고율 관세가 심각한 경기침체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것은 일방적 해석일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은 고율관세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결과에 가깝다. 당시 농업이든 제조업이든 산업내 심각하게 존재했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투입 등 적극적 노력이 필요했고, 그 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수입을 억제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1930년대의 대공황은 직전인 1920년대에 있었던 미국 경제의 대호황이 만든 결과이다. 1920년대 미국은 신기술에 의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당시 에디슨이 발견한 전기가 산업과 가정에 보급되었다. 자동차는 포드의 대량생산 시스템이 공장에 적용되고, 자동차의 대량 생산에 의한 대중화 시대를 맞이했다. 라디오의 확산이 말하듯, 가전과 통신의 결합이 이루어졌다. 신기술 도입과 경제의 팽창을 경험한 10년이었다. 대개 신기술의 도입과 확산은 옆으로 누운 S자 커브의 궤적을 따라간다. 신기술 도입 초기에는 기술의 확산이 천천히 이루어진다. 검증과 확신 단계를 거치면 신기술 제품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지지부지하던 시장침투율이 크게 치솟는다. 일종의 특이점(Singularity)을 지나면 실생활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미국 신기술은 1920년대 중반 특이점을 지나 후반에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침투했다. 문제는 신기술이 생산성 향상을 촉발하면서 경제가 팽창하지만, 대중화 진행 이후에는 공급은 증가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해 줄 수요가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주식시장도 생산성 향상과 기업수익 개선을 확인하고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기술에 대한 과잉 기대로 급상승하고 나면 급기야 버블이 터지고 만다. 버블이 터지고 나면 부족한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재정이 동원된다. 자국의 재정을 동원한 유효수요 창출이 대외요인에 의해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고율관세가 필요해진다. 과거 경험을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우려와 달리 트럼프의 고율관세가 대공황 발생 위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20년대처럼 신기술에 의해 실물 팽창과정이 있고, 주식시장이 과잉 기대를 반영하여 버블을 만들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신기술로 주목받는 분야는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며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는 AI이다. AI 기술로 인해 급상승한 미국의 나스닥 지수를 주목함으로써, 현재 주식시장이 버블 상태인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AI가 특이점을 지나 대중화와 공급과잉 단계를 거치고 있는지, 주식시장 급락이 이를 반영한 결과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척도로 AI 공급과잉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동향이 하나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AI 시대 도래를 예상하며 데이터센터 투자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왔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AI 작동에 필수적인 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고, 엔비디아 주가는 고점에서 25%가 물러나 있는 상태이다. 우려를 자극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우려와 달리 AI의 확산이 특이점을 지나 팽창기를 지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딥시크 출범 이후 기존 AI 작동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발생하는 과도기적인 대응과정으로 본다. 딥시크 출현으로 AI 기술은 더욱 효율화될 것이고, 생활 속에서 생산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AI방식이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형태의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급격하게 전환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경제 대공황 발생 위험도 경계해야 하지만, AI 기술 변화의 과도기 속에서 어떻게 기술발전을 주도할 지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시대가 요구하는 AI 기술 발전을 위해서 민관역량 강화와 AI생태계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또 전략적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
미중 무역전쟁 맞닥뜨릴 새 대통령, '리턴 이니셔티브' 고민하길[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4.13 18:08:56최근 며칠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조변석개하는 증시를 보면서 허탈감이 밀려왔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 반도체·스마트폰 관세 면제 소식에 지난 한 주간 전 세계 언론의 분석과 관측은 무의미해졌다. 8년 전에도 그는 트위터(현 X) 한 줄로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트위터가 ‘트루스소셜’로 바뀌었을 뿐,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다. 어쩌면 스스로도 내일 어떤 말을 뱉을지 모를 수 있다. 다만 큰 틀에서 트럼프의 주 표적이 중국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 당시처럼 글로벌 공급망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 속에서 한국은 새우일 뿐이다.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에 시장은 환호했으나 10%의 보편관세는 그대로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기기가 관세 면제 대상에 올랐으나 트럼프는 “14일에 구체적으로 답하겠다”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특별 적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역장벽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거래 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 인상과 투자 감소는 상수다. 그간 증시를 이끌었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이미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경기를 앞뒀을 때 최우선 삭감 대상은 당장 돈이 안 되는 미래 투자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펀딩도 벌써부터 얼어붙고 있다. 벤처캐피털(VC)들은 스타트업에 “당분간 최근 받은 투자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는 살벌한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불운만 탓할 수도 없다. 격변하는 시장에서는 지푸라기 같은 기회라도 잡아야 한다. 미국이 트럼프 1기 당시보다 더욱 강력한, 자해에 가까운 정책까지 동원해 중국을 억누르려 한다는 점에서는 기회 요인도 엿볼 수 있다. 미중이 소모전에 휘말려 AI 패권 강화와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어부지리로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양대 수출품은 ‘달러’와 ‘학위’라는 말이 있다. 세계 각지의 뛰어난 인재들이 미국에서 학위를 받아 정착하면서 미국 기술 패권의 기틀을 이뤘다. 이런 흐름에 균열이 감지된다. 최근 네이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지성·이민 정책에 미국 과학자 75%가 ‘탈(脫)미국’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전했다. 미국에 인재를 빼앗기던 한국으로서는 기회다.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천인계획’ 등으로 인재 유턴에 나섰다. 딥시크 등장 전부터 주목받던 AI 스타트업 문샷AI, 링이완우 창업자는 모두 구글 출신이다. 한국도 ‘리턴 이니셔티브’를 고민해야 할 때다. 물론 선결 과제는 있다. 뛰어난 인재일수록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중시한다. 세계적인 고급 인재가 고국에 돌아와 활개 칠 수 있는 ‘판’부터 깔아줘야 한다. 한국의 AI 생태계는 너무 좁다. 최근 공개된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 민간 투자는 13억 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6000만 달러 줄었다. 미국 1090억 달러, 중국 92억 9000만 달러는 물론 오스트리아(15억 1000만 달러), 이스라엘(13억 6000만 달러)에도 밀린 11위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정책 확대가 절실하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보화 혁명이 있었다. 덕분에 모바일 시대까지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이미 현실로 온 AI 혁명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트럼프가 관세 유예 기간으로 언급한 90일 뒤에는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확정돼 있을 것이다. 새 대통령에게는 미중 2차 무역전쟁에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AI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사명이 주어져 있다. 혹여 반시장·기업 기조로 투자 의지를 꺾거나 엘리트 배격으로 인재가 고국을 등지도록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여명] AI혁명의 대유행
산업 산업일반 2025.04.13 18:03:11힘들지 않은 시절은 없었겠지만 삶이 참 고달픈 시대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드니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이 지났지만 계속되고 있고 북한까지 뛰어들었다. 1차 관세전쟁으로 미국이 구축한 자유무역을 뒤흔든 도널드 트럼프는 4년 만에 귀환해 2차 관세전쟁으로 세계 무역 질서를 초토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급변하는 지정학적 정세를 뒤로하고 역사책에 묻힌 줄 알았던 ‘비상계엄’을 꺼내 든 대통령은 열흘 전 파면됐다. 세계사와 한국사에 묵직하게 한자리를 꿰찰 거대 사건들이 잇따르며 국가와 정권이 위태롭지만, 소시민이 진짜 고단한 것은 인공지능(AI)이 시나브로 삶과 세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AI 혁명이 산업혁명보다 더 광범위하게 지금 경제와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는데 혁명기의 삶은 팬데믹처럼 체감도가 높지는 않다. 실제로 1760년대 영국에서 움튼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과 대량생산으로 농업 사회를 산업화하는 데 유럽과 미국에서도 100년이 넘게 걸렸다. 혁명은 도도하고 거대하지만 느리다는 속설이 AI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3000년 바둑 역사에서 처음으로 인간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해 쇼크를 줬지만 2022년 11월 30일 오픈AI는 챗GPT를 소개하며 AI를 잘 쓰면 삶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 엿보게 했다. 수많은 직업을 대체하고 일자리 수백만 개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재 진행형이지만 AI는 그 막대한 능력으로 계속 진화하며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픈AI는 2년여 만에 최신 버전을 GPT-4o(옴니)까지 발전시켜 올 1분기 말 유료 회원 2000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GPT를 이용해 일본의 세계적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지브리’ 화풍으로 상상하는 그림을 만들거나 사진을 변형하는 것이 광풍을 일으켜 지난달에는 주간 사용자가 5억 명을 넘기도 했다. 오픈AI의 질주를 뒷짐 지고 구경만 할 리 없는 구글·메타 등 빅테크도 제미나이 2.5 플래시와 라마4 등 AI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업그레이드해 개인과 기업 고객을 흡수하려 애쓰는 형국이다. 중국 역시 1월 하순 저비용·고성능 AI인 ‘딥시크-R1’을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해 AI 혁명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챗GPT에 대해 “인쇄술 이후 최대의 지적 혁명”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도 핵무기가 아니라 결국 AI가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미중 전쟁은 관세보다 AI 혁명을 둘러싸고 훨씬 근본적이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구와 시장·자본의 한계로 전 세계 AI 플랫폼을 주도하기 쉽지 않은 한국 기업들도 자체 AI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반도체와 휴머노이드 기술을 발전시켜 AI 시대를 리드하려 애쓰고 있다. KT·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테크 기업들은 산업 각 분야의 AI 전환에 전도사를 자처하고, 삼성·SK·현대차·LG 등 대기업들은 AI 연관 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해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K팝을 대표하는 가수인 지드래곤은 AI를 활용해 만든 뮤직비디오로 ‘엔터 테크’의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AI 혁명의 고단함에서 국민을 도와주고 AI의 물결을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은 웬만해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넉 달의 탄핵 정국 속에 정쟁만 일삼아온 거대 양당은 서로 시급하다고 촉구했던 추가경정예산안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협의해 조속히 처리할지 어떠한 믿음도 주지 못하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와 자리보전에 급급한 고위 관료들은 정치권 눈치만 보며 추경 규모와 사용처를 소신 있게 밝히지 못해왔다. 추경 예산의 고작 10분의 1을 AI에 배정하려 한다는 본지 보도가 제발 ‘가짜뉴스’가 되기를 바란다. 혁명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만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시련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변화에 발맞추기 어려운 저소득층 서민과 고령층,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및 근로자에게 고통은 배가된다. AI 혁명의 대유행을 안착시킬 정부와 정치권의 통 큰 협치를 기대한다. -
“전설의 서막”…그래픽카드 팔던 엔비디아, 반도체 정점 찍었다[biz-플러스]
산업 산업일반 2025.04.12 14:58:00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처음으로 인텔과 삼성전자(005930)를 제치고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섰다.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가 11일 발표한 지난해 반도체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6559억 달러(약 952조 원)로 2023년(5421억 달러)보다 21.0% 증가했다. 기업별 실적을 보면 엔비디아가 AI 칩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120.1% 늘어난 767억 달러(약 11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램 등 메모리 가격 반등에 매출이 60.8% 증가한 657억 달러(약 95조 원)로 집계돼 2023년에 이어 2위를 지켰다. 반면 인텔은 매출이 0.8% 늘어난 498억 달러에 그쳐 반도체 왕좌를 내주고 3위로 주저앉았다. 인텔은 지난해 실적 부진에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일부 투자를 미루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며 동맹 관계를 맺은 SK하이닉스(000660)는 4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SK하이닉스의 매출 역시 91.5%나 급증한 442억 달러(약 64조 원)를 기록했다. 퀄컴은 매출이 12.8% 늘어난 330억 달러였지만 업계 순위는 한 계단 떨어진 5위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에서 반도체 위탁 생산만을 하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제외됐다. “또 당신입니까”…AI가 희비 갈랐다 한때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업체였던 엔비디아가 단숨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에 등극하고 전통의 강자 인텔이 3위로 추락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SK하이닉스가 두 계단이나 훌쩍 뛰어오른 4위를 기록한 것도, 삼성전자가 2위 자리조차 불안해하는 것도 결국 AI의 물결에 올라탔는지 여부에서 갈렸다는 평가다. AI가 정보기술(IT)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도 AI 대응 능력에 따라 반도체 업계의 지형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발표된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조사에는 AI가 촉발한 패러다임 변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간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해온 단골 기업들은 개인용 컴퓨터 산업으로 부상한 인텔과 모바일·컴퓨터 등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며 덩치를 키운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면서 막을 연 생성형 AI 혁명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이 무대 한가운데로 올라선 것이다. AI 반도체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병렬 컴퓨팅과 클러스터링 기술 등이 핵심 기술력이다. 엔비디아는 어떤 업체보다 AI 시대를 빠르게 예측해 AI 연구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GPU 설계 역량을 키워왔다. 또 멜라녹스 같은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여러 GPU를 통합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내재화했다. 클러스터링 기술은 수많은 GPU와 서버들이 한 몸처럼 작동하게 하는 기술로 AI 모델 훈련과 추론 등에서 막강한 능력을 드러내며 타사를 압도하는 원동력이 됐다. 엔비디아 상승세에 SK하이닉스도 4위 껑충 SK하이닉스의 약진도 AI 덕분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액 성장률은 91.5%로 엔비디아(120.1%)를 제외하면 상위 10개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올해 같은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충분히 3위를 노릴 수 있다. 메모리 만년 2위로 불렸던 SK하이닉스는 AI 시대를 예측해 단기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HBM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주력 공급처로 자리매김하며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도 엔비디아는 최선단 HBM인 5세대 HBM(HBM3E)의 85% 이상을 가져갈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도 HBM 매출 신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반면 AI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인텔은 1위에 올라선 지 1년 만에 3위로 내려앉았다. 인텔 역시 가우디 시리즈라는 AI 가속기를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 매출이 60.8%나 올랐지만 이는 HBM 등 미래 기술의 기여보다는 최악의 한파를 맞았던 2023년 이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반등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HBM 등에서는 SK하이닉스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HBM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올해 반도체 산업 역시 AI 흐름을 탄 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AI 혁신은 언어 처리와 이미지 생성을 넘어 로봇·자율주행 등 물리적인 응용처, 인간을 대신하는 AI 에이전트 등으로 확산 중이다. 이에 발맞춰 AI 연산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딥시크의 R1, 메타의 라마4 신규 출시 등으로 값싸고 똑똑해진 모델은 AI 비용까지 낮추며 AI 확산을 자극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자사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지난해 전 세계가 잘못 알았다”며 “올해 AI에 필요한 컴퓨팅 연산량은 지난해 이맘때 예측했던 것의 100배는 더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연산 수요를 충당해줄 수 있는 곳은 결국 엔비디아밖에 없다”며 “엔비디아와 밀접한 SK하이닉스 등 AI 생태계 기업들의 영향력이 한동안 굳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AI 개발에 양자컴 쓴다는 중국…거세지는 양자굴기 [김윤수의 퀀텀점프]
산업 IT 2025.04.12 09:00:007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자국에서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통한 인공지능(AI) 모델의 파인튜닝(미세조정) 학습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안후이 양자컴퓨팅공학연구센터는 자국 기업 ‘오리진퀀텀’의 72큐비트 양자컴퓨터 ‘오리진오공’을 활용해 10억 파라미터(매개변수) 모델의 학습 손실을 기존보다 15% 줄이고 수학적 추론 작업의 정확도를 65%에서 82%로 높였다고 합니다. 미국 등 다른 나라 기업들도 양자컴퓨터를 다양한 분야에 이미 활용하고 있는 만큼 ‘세계 최초’의 기준과 진위 여부는 모호해보입니다만, 어쨌든 중국이 AI 모델 학습, 즉 AI 모델 개발에 양자컴퓨터를 쓸 정도로 상용화에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0억 매개변수는 빅테크들이 통상 소형언어모델(SLM)으로 부르는 상용 AI 모델 규모인데 이 정도 규모를 양자컴퓨터로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또 여기에 쓰인 ‘양자 가중 텐서 혼합 매개변수 미세조정’이라는 오리진퀀텀 특유의 양자·AI 결합 기술은 앞선 편에서 소개했던 엔비디아의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떠올리게 합니다. ‘양자굴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은 양자기술을 두고도 미국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양자굴기를 좀더 체감해보겠습니다. AI 분야도 그렇지만 구글·IBM 등 민간이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로 중국과학원(CAS) 국가 연구기관들이 크게 활약하고 있죠. 물론 그 안에서도 딥시크 같은 민간 기업들이 존재하고 오리진퀀텀이 대표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오리진오공을 출시했는데요. 현재까지 139개국에서 2000만 건 이상 쓰였다고 특히 경쟁국인 미국의 사용자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설명입니다. 차세대 제품인 오리진오공2도 개발 막바지에 들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오리진퀀텀은 AI 학습뿐 아니라 바이오와 양자 간 결합도 꾀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벙부의대와 함께 양자컴퓨터를 의학 연구에 활용하는 자국 최초의 연구기관 ‘허페이 양자컴퓨팅·데이터 의학연구소’를 출범했습니다. 방대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양자컴퓨터로 분석·관리하고 신약 연구 등에도 응용해 의학 분야에서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것이죠. 중국의 양자 분야 국가 연구개발(R&D) 수준은 미국 빅테크와 맞먹거나 일부 우위에 선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는 중국 ‘양자과학의 아버지’ 판젠웨이 CAS 원사를 알아야 하는데요. 그는 양자인터넷의 근간인 양자전송 실험에 성공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안톤 차일링거의 제자라고 했죠. 귀국 후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 ‘묵자호’ 개발은 물론 최신 양자컴퓨터 칩 ‘주총즈 3.0’ 개발까지 주도해왔습니다. 우선 주총즈 3.0은 105큐비트의 양자컴퓨터 칩으로 최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그 성능이 공개됐습니다. 구글의 전 세대 양자칩 ‘시커모어’를 압도한다는 주장인데 이에 따르면 구글의 현 세대 제품 ‘윌로’와 맞먹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윌로가 공개되자 중국은 논문이 정식 게재되기 전 피어리뷰(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사전 논문 상태에서 주총즈 3.0을 공개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판 원사가 창업한 퀀텀시텍은 같은 달 504큐비트 양자칩 ‘샤오홍’과 이를 탑재한 ‘톈옌 504’를 선보이기도 했죠. 양자통신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세계 최초 위성 묵자호에 이어 지난달 19일(현지시간)에는 네이처에 새로운 양자통신위성 ‘지난 1호’를 활용해 베이징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잇는 1만 2900㎞ 구간의 양자통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묵자호의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잇는 7600㎞를 뛰어넘는 세계 최장 기록인데요. 당시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GTC) 사상 첫 양자세션 ‘퀀텀데이’ 개최를 하루 앞두고 성과를 발표한 것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1호는 묵자호 대비 무게가 10분의 1인 23㎏에 불과하고 제작 비용도 45분의 1 수준인 마이크로(초소형) 위성으로 개발됐습니다. 지상국 규모도 1만 3000㎏에서 100㎏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이는 초소형 위성을 대거 하늘에 올려 양자통신 위성망을 구축하는 이른바 ‘양자판 스타링크’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은 내년에 통신사 차이나텔레콤과 초소형 위성 4기를 추가로 발사할 계획입니다. 정부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은 2019~2023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전략으로 39억 달러(5조 6000억 원), 올해부터 2029년까지 18억 달러(2조 6000억 원)를 추가로 투입할 전망입니다. 중국의 정부 투자 규모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20년 제14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혁신계획을 통해 누적 150억 달러(21조 5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국가 자연과학기금 조례’가 개정되면서 양자 분야도 지원 확대 전망도 나오고 있죠.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첨단바이오·인공지능(AI)·양자 글로벌 R&D 전략지도안’에 따르면 미국의 양자컴퓨터 기술 수준을 100점으로 할 때 2위인 중국은 35점에 그쳤습니다. 양자통신은 미국 84.8, 중국 82.5점으로 비등했고요. 지금은 중국이 2위지만 공격적 투자를 앞세운 양자굴기가 갈수록 거세진다면 향후 우열이 어떻게 바뀔지는 장담할 수 없어보입니다. -
'엔비디아 동맹' SK하이닉스도 매출 92% 급증…두 계단 점프 4위로
산업 산업일반 2025.04.11 18:22:45한때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업체였던 엔비디아가 단숨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에 등극하고 전통의 강자 인텔이 3위로 추락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SK하이닉스(000660)가 두 계단이나 훌쩍 뛰어오른 4위를 기록한 것도, 삼성전자(005930)가 2위 자리조차 불안해하는 것도 결국 AI의 물결에 올라탔는지 여부에서 갈렸다는 평가다. AI가 정보기술(IT)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도 AI 대응 능력에 따라 반도체 업계의 지형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가트너가 발표한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조사에는 AI가 촉발한 패러다임 변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간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해온 단골 기업들은 개인용 컴퓨터 산업으로 부상한 인텔과 모바일·컴퓨터 등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며 덩치를 키운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면서 막을 연 생성형 AI 혁명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이 무대 한가운데로 올라선 것이다. AI 반도체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병렬 컴퓨팅과 클러스터링 기술 등이 핵심 기술력이다. 엔비디아는 어떤 업체보다 AI 시대를 빠르게 예측해 AI 연구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GPU 설계 역량을 키워왔다. 또 멜라녹스 같은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여러 GPU를 통합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내재화했다. 클러스터링 기술은 수많은 GPU와 서버들이 한 몸처럼 작동하게 하는 기술로 AI 모델 훈련과 추론 등에서 막강한 능력을 드러내며 타사를 압도하는 원동력이 됐다. SK하이닉스의 약진도 AI 덕분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액 성장률은 91.5%로 엔비디아(120.1%)를 제외하면 상위 10개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올해 같은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충분히 3위를 노릴 수 있다. 메모리 만년 2위로 불렸던 SK하이닉스는 AI 시대를 예측해 단기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HBM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주력 공급처로 자리매김하며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도 엔비디아는 최선단 HBM인 5세대 HBM(HBM3E)의 85% 이상을 가져갈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도 HBM 매출 신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반면 AI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인텔은 1위에 올라선 지 1년 만에 3위로 내려앉았다. 인텔 역시 가우디 시리즈라는 AI 가속기를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 매출이 60.8%나 올랐지만 이는 HBM 등 미래 기술의 기여보다는 최악의 한파를 맞았던 2023년 이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반등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HBM 등에서는 SK하이닉스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HBM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올해 반도체 산업 역시 AI 흐름을 탄 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AI 혁신은 언어 처리와 이미지 생성을 넘어 로봇·자율주행 등 물리적인 응용처, 인간을 대신하는 AI 에이전트 등으로 확산 중이다. 이에 발맞춰 AI 연산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딥시크의 R1, 메타의 라마4 신규 출시 등으로 값싸고 똑똑해진 모델은 AI 비용까지 낮추며 AI 확산을 자극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자사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지난해 전 세계가 잘못 알았다”며 “올해 AI에 필요한 컴퓨팅 연산량은 지난해 이맘때 예측했던 것의 100배는 더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연산 수요를 충당해줄 수 있는 곳은 결국 엔비디아밖에 없다”며 “엔비디아와 밀접한 SK하이닉스 등 AI 생태계 기업들의 영향력이 한동안 굳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美中 치킨게임에 중학개미 등터진다…보유 홍콩주식 일주일 새 6000억 증발
증권 증권일반 2025.04.10 17:50:44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전면전으로 돌입하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홍콩 주식 보관액이 최근 일주일 새 약 6000억 원 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개미들은 중국의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산업 성장 등 기대감에 지난달 말까지 계속해서 매수세를 확대해왔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의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며, 중국 당국의 통화 및 재정정책 대응을 살펴볼 것을 권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보관금액은 20억 5011만 달러(약 2조 9819억 원)로 일주일 전(1일) 24억 4130만 달러(약 3조 5509억 원)에 비해 5690억 원가량 줄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7억 달러대에 불과했던 주식 보관액은 1월 20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 이후 급증한 바 있다. 이후 보관액은 지난달 19일 25억 7661만 달러(약 3조 7562억 원)까지 올라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주식 보관액이 크게 준 것은 항셍테크지수가 지난달 18일 연 고점 6105.50 대비 전날 4689.19까지 23.20% 급락해,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진 여파로 풀이된다. 중학 개미는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3월 말까지 계속해서 순매수 행렬을 이어오다, 이달(2일, 4일, 8~9일) 들어서야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중국의 AI·전기차 기업들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약세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포착했지만, 주가는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 이달(1~9일 기준) 중학 개미들의 순매도액 상위 종목은 BYD(183억 원), ESR케이먼(108억 원), 텐센트(97억 원) 순이었는데, 그마저도 매도 금액이 적었다. 하락 국면에서 적절한 시기에 손절하지 못하고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의미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국과 중국의 ‘치킨 게임’이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날 미국의 125% 대중국 관세 발표에 대해 보복관세를 84%까지 올리고, 방산·기술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8~2020년 미국의 중국 관세가 19.3%까지 올랐을 당시 중국의 수출은 3.0% 줄었다”며 “10% 관세가 추가 부과될 때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씩 떨어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샤오미의 2022~2024년 평균 해외 매출 비중은 45.4%, 비야디(BYD)와 알리바바가 각각 25.6%, 8.7%에 이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이날 귀주모태·화룬전력 등 필수소비재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보유)’으로 상향한 반면, 정보기술(IT) 섹터는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 경기 부양책 등이 반등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허한 행보가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주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이달 말 수출 부진을 상쇄하기 위한 내수 부양책을 추가로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 뿐만 아니라 신생아 보조금 지원, 이구환신 등 소비 촉진을 위한 움직임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엔비디아 H20 中수출길 열렸다…삼성·SK, 일단 '안도'
산업 기업 2025.04.10 17:40:21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에 대한 중국 수출 제한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로 AI 칩과 결합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자적으로 중국에 수출할 수 없는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AI 칩을 계속 공급할 수 있게 돼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H20에 관한 이번 조치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한 이후 이뤄졌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내 AI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며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부터 중국 AI 시장을 겨냥한 추가 수출규제를 준비해 왔으며 여기에 H20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이 같은 추가 수출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H20이 규제 리스트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H20은 트럼프 정부가 강도 높은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서도 중국에 합법적으로 공급 가능한 최고급 사양의 AI 칩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블랙웰보다는 성능이 낮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들이 올해 1∼3월 엔비디아의 AI 칩 H20을 160억 달러(23조 5000억 원) 이상 주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딥시크의 출현과 함께 중국 내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데 H20까지 미국이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미리 물량 확보에 나섰던 것이다. 미국 정부가 H20 수출 규제를 철회하면서 국내 HBM 생산 업체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메모리 회사들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AI 칩 바로 옆에 장착되는 HBM은 D램을 여러 겹으로 쌓아 만드는데 엔비디아는 전 세계 HBM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AI 칩 회사인 만큼 HBM 제조사들에는 가장 중요한 고객사다. H20에는 최신 HBM 제품인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이 쓰인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제품이 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H20에 들어가는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했지만 최근에는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공급망에 재진입하기 위해 퀄(승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독으로 중국에 HBM을 수출할 수는 없지만 미측 규제가 강화되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바이든 전 대통령은 글로벌 메모리 회사들의 중국 HBM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제곱밀리미터(㎟)당 초당 2GB를 넘는 HBM이 대상이어서 현재 출시된 모든 단일 HBM을 중국에 판매할 수 없었다. 다만 예외 조항으로 ‘패키징된 HBM’은 수출할 수 있다고 명시된 바 있다. 엔비디아·AMD 등 미국의 AI 칩 회사들이 만든 반도체와 결합한 HBM은 중국에 공급할 수 있도록 사잇길을 파놓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H20에 수출규제를 하지 않으면 이 같은 예외 조항 역시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4세대 HBM(HBM3) 이하의 범용 제품을 중국에 상당량 판매하고 있었다”며 “중국 매출을 유지하려면 엔비디아 공급망에 빠르게 진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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