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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P리스크' 직격탄…건전성 악화 경고등
경제·금융 은행 2024.12.10 17:51:41금융권이 탄핵 정국 장기화에 따른 ‘P(정치)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았다. 불확실성 극대화로 원·달러 환율이 연내 최고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한국 금융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과 금융 업계는 해외 언론, 투자자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열어 “문제 없다”며 안심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금융사들은 가뜩이나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지표가 꺾인 상황에 정치 리스크마저 덮치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비상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일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건체이스 등과 간담회를 열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경제문제만큼은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을 중심으로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준비 태세는 확고히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본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지주들도 탄핵 정국 장기화 여파로 해외 금융 당국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금융사와 시장은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총동원에 나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미국·영국·독일·싱가포르 등 금융 허브 국가의 당국과 현지 투자자들에 ‘(금융) 펀더멘털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105560)도 유동성 위기는 없다는 점을 해외 당국과 투자자에 전하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원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금융사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글로벌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은행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환율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높아질 때마다 금융사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제 기준에 비춰서도 높은 편이지만 해외투자자들은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지속은 배당 축소로 이어져 국내 금융사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투자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의 배당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역시 환율이 뛰면 반대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한국 금융지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CET1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국내 금융사들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가계대출 급증과 대출이자 인상 영향으로 실적 신기록을 세웠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다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NIM은 올 1분기(1.63%)에서 2분기(1.60%), 3분기(1.52%)로 갈수록 하향 추세다. 내년에는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이자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P 리스크’가 아니더라도 금융권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은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주주 환원까지 강화해야 하는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금융사들은 P리스크 장기화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미 수립을 마친 내년 경영 계획에 각종 리스크를 반영해 보수적으로 잡은 만큼 위기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속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고 전했고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탄핵 정국 장기화가 내년 사업 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미는 은행주, 외인·기관은 AI주 담았다
증권 국내증시 2024.12.10 17:51:18계엄과 연이은 탄핵 정국 여파로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은행주를 주워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동력 약화 우려에 금융주는 외국인의 이탈로 극심한 하락세를 보였는데 향후 주주 환원 정책 등에 따른 반등 가능성을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4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는 KB금융(105560)(2959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1429억 원), 신한지주(055550)(808억 원)를 집중 매수했다. 개인들이 은행주 매수에 나선 것은 호실적, 밸류업 공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지수가 3.29% 하락하는 동안 KB금융은 17.69%,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각각 13.18%, 11.44%씩 주가가 빠졌다. 세 종목뿐만 아니라 은행주 전반이 약세다. KRX은행지수는 이날 0.35% 올랐지만 지수 상승률(2.43%)을 밑돌았다. 4일과 5일 각각 4.33%, 5.63% 하락했다가 6일에는 1.55% 올랐으나 전날에는 다시 3.70% 하락한 상황이다. 은행주가 유독 급락한 것은 계엄·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현 정부의 추진 정책인 밸류업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공시를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배당 등 주주 환원 등을 기대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에 따른 시가배당률이 높아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매력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계엄·탄핵 국면에서 SK하이닉스와 네이버(NAVER(035420))를 사들이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SK하이닉스를 1288억 원, 2212억 원씩, 네이버는 1376억 원, 905억 원씩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에 대해서는 외국인은 4910억 원가량 팔아치운 반면 기관은 4769억 원어치를 주워담았다. 외국인이 던지고 있는 물량을 사실상 기관이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와 네이버는 이 기간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SK하이닉스는 6일을 제외하고 3일부터 5거래일간 주가가 상승세다. 이날에는 1500원(0.89%) 올라 17만 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D램 가격 하락 등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시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8월 5일 15만 1100원까지 하락했는데 이날에는 7500원(3.72%) 상승하며 20만 9000원에 마감했다. 3분기 호실적과 함께 AI 사업 계획을 공개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 7156억 원과 52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38.2%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분기 최대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SK하이닉스 생산 물량이 내년까지 완판된 상태”라며 “향후 12개월간 HBM 부문에서 정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 결합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범, 배송 서비스 강화, 멤버십 강화 등의 방안을 발표했는데 성과 창출이 가시화되면 주가 상승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
‘계엄쇼크’에 발목…두산, 밥캣 분할합병 결국 포기
산업 기업 2024.12.10 16:29:53두산밥캣(241560)을 두산에너빌리티(034020)에서 떼어 내 두산로보틱스(454910)와 합병하려고 했던 두산(000150)그룹의 사업 재편안이 끝내 무산됐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밸류업’ 기조에 동참하라며 두산을 강하게 압박하던 정부가 오히려 초유의 계엄령 사태로 ‘밸류다운’을 자처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각각 열고 두산밥캣 분할합병 관련 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분할합병안을 의결하기 위해 12일 예정됐던 임시 주주총회 역시 철회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06%)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재편안을 추진해 왔다. 원자력 발전과 협동로봇, 인공지능(AI)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두산그룹이 6개월 동안 공들여 추진해 온 사업재편안을 결국 포기한 것은 초유의 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날까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19.94% 급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정권이 바뀔 경우 친원전 정책이 다시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18.77% 하락했다. 문제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 회사의 주주는 회사가 사전에 정해 고지한 가격에 보유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만 890원을, 두산로보틱스는 8만 472원을 주식매수청구 가액으로 제시했다. 시장 가격이 매수청구 가액과 비슷하거나 높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처럼 주가가 낮을 경우 주주들이 주식매수 청구에 응할 유인이 커진다. 두산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사전에 정해둔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예상보다 큰 비용을 안게 돼 분할합병을 강행하더라도 실익이 사라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6000억 원으로,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 원으로 주식매수청구 한도를 설정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합병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점도 두산그룹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두산그룹의 두산에너빌리티 보유 지분은 30.67%에 불과해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했지만, 최근 하락한 주가 탓에 찬성은커녕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조차 주식매수청구 가액보다 낮은 주가를 빌미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두산그룹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2대주주다.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 승인의 건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결정했다. 다만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액보다 같거나 낮을 경우 기권할 것이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두산그룹 측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 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며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보여 빠른 의사결정으로 회사의 방향성을 알리기 위해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4차 주주서한을 통해 “현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회사 역시 당장 본건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해 대안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
“밸류업, 정권 상관없이 추진…증안펀드 투입은 시기상조”
증권 증권일반 2024.12.10 15:06:02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장기화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야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권과 상관없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등 야 3당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2명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 현안 대응 및 현장 점검’ 간담회를 열고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전날 국내 증시가 급락한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이를 통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도입, 밸류업 프로그램 등 국내 증시가 직면한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 거래소의 역할로 일본 주식시장 밸류업이 상당 부분 성공한 사례가 있다”며 “한국거래소가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 일정 부분을 차용하고 있는 만큼 역할 확대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과 상관 없이 (증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건 그냥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투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드러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9일) 주가가 크게 빠졌지만 이는 (탄핵 불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안정됐다는 신호들이 나타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안펀드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야 3당 정무위원들은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원인으로 지난 7일 탄핵 표결이 무산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된 점을 꼽았다.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비상 계엄과 탄핵 거부 사태 여파로 국가 신용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다”며 “국민 주권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을 서슴지 않는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
금감원장, 주한 일본대사 면담…“'탄핵 정국' 경제 충격 일시적”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4.12.10 15:00:00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 대사를 만나 탄핵 정국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과거 사례를 볼 때 정치 등 비경제적 요인의 충격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을 갖고 “금융당국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시장안정조치 등을 통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밸류업 프로그램, 외환시장 선진화 등 현재 추진 중인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즈시마 코이치 대사는 “한국 경제의 회복탄력성 및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응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 “동아시아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일 금융당국의 긴밀한 공조 노력 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
"정치문제와 투자 분리해 달라"…글로벌 IB에 호소한 김병환
증권 국내증시 2024.12.10 11:30:00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무산 등 정치적 불안에 외국인투자가들의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자 금융 당국이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과 연속적으로 만나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강조하면서 “경제·금융 상황을 정치와 분리해 판단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일 외국계 금융회사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한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를 비롯해 17개 외국계 은행·증권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의 근간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나 경제 문제만큼은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을 중심으로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준비 태세는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밸류업, 자본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 과제들도 계획된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전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들을 만나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믿어달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비롯한 주주 친화 정책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등 주주 보호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야권에서도 추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결실을 거두도록 협업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밸류업 우수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게을리하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법제화 작업과 전산 시스템 구축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내년 3월 말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
KB운용, 국내 고배당 금융주 ETF 출시
증권 국내증시 2024.12.10 11:09:13KB자산운용이 국내 고배당 금융주에 투자하는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를 10일 상장했다.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 ETF는 금융지주, 은행, 증권, 보험 업종 내 기업 중 4개 부문(자기자본이익률, 배당수익률, 주가순자산비율,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선정해 총 13개 종목에 투자한다. 다만 팩터 상위기업이어도 배당수익률을 우선으로 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의 평균보다 낮은 기업은 최종 편입에서 제외한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투자종목은 JB금융지주(10.33%), DB손해보험(10.29%), KB금융(10.27%), 하나금융지주(10.10%), 우리금융지주(10.06%) 등이다. 국내 금융업종(59개 종목)의 직전년도 평균 배당수익률은 4.84%로, 동일 기간 코스피(1.83%) 대비 2배 이상 높다. 편입 종목의 직전년도 현금배당수익률을 살펴보면 기업은행(8.30%), 하나금융지주(7.83%), NH투자증권(7.74%), 우리금융지주(7.69%) 순이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종목별 투자 비중을 고려한 가중평균 배당수익률은 연 6.82% 수준이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지주, 은행, 증권, 보험의 금융 업종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국내 주식형 ETF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추구하고자 설계된 ETF”라며 “안정적인 배당 흐름을 고려하면 연금 투자 상품으로 활용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
개인 1.2조 패닉셀…탄핵정국發 '블랙먼데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09 17:42:07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초토화됐다.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코스닥은 하루에만 5% 넘게 폭락했고 원화 가치가 2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치 리스크에 대한 대가를 경제가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탄핵 국면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지 않는 한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에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8월 5일(장중 최저가 2386.96)보다 더 낮은 수치로 연중 최저치다. 코스닥도 34.32포인트(5.19%) 내린 627.01에 거래를 마쳐 2020년 4월 21일 이후 4년 8개월 만에 630 선을 내줬다. 국내 증시는 이날 시가총액이 73조 원 감소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거래일 동안 144조 원이 증발했다. 외국인은 4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했지만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총 1조 1866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양대 지수를 끌어내렸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개인들이 공포에 질려 투매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후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개인은 이미 국내 증시에 희망을 잃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8원 오른 1437.0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 2022년 10월 24일(1438.7원) 이후 최고치이자 나흘 연속 연고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열고 “증시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밸류업펀드를 통해서만 다음 주까지 최대 43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투자의 창] 탄핵정국과 증시
증권 국내증시 2024.12.09 17:37:30과거 국내 정치 혼란이 증시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치거나 제한적이었다. 1979년 10·26사태 당시 국내 증시는 11월까지 큰 변동이 없다가 12월 이후 2차 석유 파동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 영향이 컸다. 2004년 4월 중국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7%에서 7.5%에서 올리자 당시 코스피 지수는 한 달간 23% 급락했다. 2016~17년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코스피 지수는 잠시 하락 후 올랐다. 탄핵소추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주가는 오히려 더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정치적인 사건보다는 대외 여건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안 요인이 컸던 2004년(노무현 대통령)과 2016~17년(박근혜 대통령) 당시를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드러난다. 2004년 국내 증시에서는 화학·철강·운송 등 중국 수출 관련 업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소프트웨어, 필수 소비재, 유틸리티 등 방어적 업종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수출과 내수 여건이 모두 양호했다. 전자기기(IT), 반도체, 조선 등 수출주들과 증권, 은행 등 경기에 민감한 금융주들이 강했다. 반면 유틸리티 등 방어 업종은 약했다. 정치적으로 불안했던 국면은 유사하나 주식시장 방향과 내부적인 흐름은 전혀 달랐다.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봤을 때 현재 국면은 노 대통령 탄핵 당시 상황과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수출도 개선됐고 내수도 투자 중심으로 양호했다. 반면 현재 국내 수출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수출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내수 부진도 여전하다. 민간 소비 증가율은 연 1%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 분기 설비 투자가 반등했지만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위험을 상쇄해 줄 만한 여건을 찾기 어렵다. 2004년 당시도 국내 내수는 2003년 ‘카드 대란' 사태 충격에서 벗어나 겨우 회복하고 있던 터라 소비 여건이 약했다. 수출 여건이 괜찮다면 정치적 불안에 따른 주가 하락은 기회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업체들의 실적 부담을 줄일 순 있지만 회복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내수는 탄핵 논란이 완전히 잦아들기 전까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현실화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문제다. 박 대통령 탄핵 당시 학습 효과를 감안하면 현 여당이 쉽게 탄핵에 동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상 계엄 소동이 빨리 마무리됐고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내수 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전망한다. 내수가 나쁘지 않았던 2016년 12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도 소비 심리 지수는 급격히 하락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호텔, 레저 등 경기에 민감한 내수주 접근은 어려울 듯 보인다. 현재 주식 시장은 현 정부의 정책 동력이 상실될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 밸류업, 대왕고래, 원전 등 업종에 대한 심리는 위축됐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반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투자 대안은 2004년 탄핵과 수출 둔화 국면에서 강했던 업종들이다. 당시 소프트웨어, 필수 소비재 등 업종 주가가 양호했다. 그 밖에 최근 금리 상승으로 모멘텀이 약해졌으나 경기 여건에 덜 민감한 제약 바이오 업종에 대한 관심도 가능하다. -
현대무벡스, 250억원 자사주 매입·소각 추진…상장 후 처음
산업 산업일반 2024.12.09 14:29:18현대그룹의 물류 자동화 계열사 현대무벡스(319400)가 25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는 주주환원 계획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현대무벡스의 자사주 소각 추진은 2021년 코스닥시장 상장 이후 처음이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지난 6일 종가(2820원) 기준 총 886만5248주로 전체 주식 수의 7.5%에 해당한다. 향후 6개월간 보통주를 장내 매수할 계획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위탁 업무를 수행한다.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주지분 가치를 높이면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는 평가다. 현대무벡스는 현재 5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17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3억 원으로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인공지능(AI)·로봇 등 기술을 앞세운 글로벌 수주를 바탕으로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수주액 4000억 원을 돌파했고 올해 그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무벡스는 "주주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짧은 기간 내에 빠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주주 환원과 회사의 성장이 병행할 수 있는 기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해외 사업 확장에 계속 주력하면서 글로벌 기업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복현 "여야 이견 없는 금투세 폐지 등 주요 정책 추진해야"
증권 국내증시 2024.12.09 11:48:5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여·야 이견이 없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투자 심리 안정화에 긴요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은 이 원장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그동안 감독 당국이 중점을 둔 규제 선진화 등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일반주주 보호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거래소 등과 올해 밸류업 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제시하는 동시에 해외 투자자, 글로벌 투자은행(IB) 등과 소통을 강화하며 변함없는 자본시장 선진화 의지를 적극 설명하는 등 감독 노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안정과 신뢰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도 주문했다. 금감원은 자금중개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업에 대해선 빈틈없이 자금을 공급하고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은 맞춤형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이미 마련된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즉각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실행하고 외화자금 동향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해 금융회사의 충분한 외화유동성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환율 상승 및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 영향도 세밀히 점검하고 대비할 방침이다. -
금융위원장 “밸류업·공매도 정비 등 차질없이 추진”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4.12.09 08:47:28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표결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금융 당국 수장들이 나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과 공매도 제도 정비 등 금융 현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시장에 이미 예고한 정책마저 연기하거나 취소하면 대외 신인도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정책 현안은 당초 일정과 계획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부담 완화, 실손보험 개혁 등 이달 중 발표하기로 한 대책도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 원장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일반주주보호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과 여야 이견이 없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연내 마무리 방침이 공표된 주요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대외 국가 신임도 유지를 위해 금융지주가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사는 대외 신인도 측면에서도 최전방에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투자가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은 물론 우리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서도 적극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금융 당국도 금융 시스템 안정과 금융 부문의 대외 신인도 유지를 위해 흔들림 없이 주어진 책무를 다할 것”이라면서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증권금융의 외화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적기에 시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금융시장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해외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시장 상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외환 리스크 등 더 걱정되는 부분이 없나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
[속보]F4 “정치의 경제 영향 최소화”…다음주까지 밸류업 펀드 1000억 원 투입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09 08:29:26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재정·통화 당국 수장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치적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현단 간담회(F4회의)를 열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관계 기관이 더욱 긴밀한 비상 공조·대응 체계를 유지하면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7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 등은 3일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긴급 F4 회의를 개최한 이후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 7일을 제외하고 매일 모여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주식·채원·외환 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 또 이미 300억 원 집행된 밸류업 펀드도 추가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이번 주 중 700억 원을 풀고 다음주까지 300억 원을 더 집행한다. 여기에 더해 3000억 원 규모의 2차 밸류업 펀드를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회사채·CP 매입, 외화 RP 매입 프로그램도 이어갈 계획이다. -
“野, 예산 볼모로 탄핵 흥정…위기 대응 골든타임 지나간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09 05:30:00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현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들이 표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급히 처리돼야 할 반도체특별법과 상속세제 개편안 같은 주요 경제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고 밸류업과 양극화 해소 정책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정부 예산을 추가로 7000억 더 삭감해 오는 10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선포 과정의 불법은 철저히 따져 묻되 경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자세로 예산과 경제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정무위원회에 계류된 경제 법안은 총 1764건으로 집계됐다. 정무위에서 발의한 국가보훈부·국민권익위원회 관련 법안과 과방위의 방송 및 통신 관련 일부 법안은 제외한 수치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근의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각종 경제 관련 법안 처리가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 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이 대표적이다. 반도체특별법에는 보조금 지급 근거 명시와 반도체 지원 기구 구성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여야 모두 반도체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에서 경제 현안 관련 논의가 재개된다고 해도 정치 이슈에 묻힐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전력·에너지 부문에서도 입법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그 예다. 평균 4~5년이 걸리는 입지 선정 기간을 송전설비 입지 결정 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송전망 설치 속도가 전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관련 법률 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시설 설치 근거를 담은 고준위특별법도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경제는 중국의 추격으로 전기차는 물론 반도체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산업 육성에는 여야 없이 협업해서 첨단산업 지원 관련 입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법 중에도 개정이 시급한 사안이 많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20%의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없애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야당 반대가 강해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기업의 통합투자세액 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높이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연구개발(R&D) 시설 투자를 포함하는 정부 지원책도 뒤로 밀릴 공산이 커졌다. 배당 증가분을 저율 분리과세하고 주주환원 증가액만큼 법인세에 5%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밸류업 세제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시 불안을 감안하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학계에서는 대통령 탄핵과는 별개로 경제 분야에서는 야당이 수권 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요청이 나온다.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인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대통령은 당과 정부에 위임하겠다고 했는데 국민의힘 의석수는 100석 남짓”이라며 “야당의 협조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은 정치의 문제가 아닌 만큼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협치를 통해 예산안이라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을 공모한 반헌법적 정부와 합의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 탄핵 없이는 예산 협의도 없으며 기존의 감액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1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면서도 추가 삭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증액을 해도 모자랄 판에 추가 감액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전날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여당과 합의가 없다면 총 4조1000억원을 감액한 기존 안에서 7000억원을 더 감액한 예산안을 수정안으로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내란 사태까지 반영해 정책위 중심으로 추가 감액 요소를 발굴했다"고 전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아무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비서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급여를 삭감하고, 여론조사 등 대통령실이 수행하는 사업비, 통일부의 글로벌 통일체험 활동비 등도 삭감했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야당의 기조는 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종웅 한국재정학회장은 “정부가 절대 감액하면 안 된다고 보는 사안을 정의하고 국회와 협의해 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예산안 부수 법안인 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력 잃은 4대 개혁, 논의의 끈은 놓지 말아야" -노동·의료계 정부와 대화 중단 -혼란에 연금 개혁도 뒤로 밀려 -"정치 떠나 경제체질 바꾸는일" -전문가들 "대화는 계속" 조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불발로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도 동력을 상실했다. 전문가들은 4대 개혁 자체는 여야의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한국 경제 체질을 바꾸는 일인 만큼 논의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9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4대 개혁 논의는 중단됐다. 당초 정부는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동 개혁 논의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이후 대화가 중단됐다. 노동계 대표 격으로 경사노위에 참여 중이던 한국노총은 정권 퇴진 후에나 대화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 개혁을 위해 구성한 여야정 협의체는 파행 수순이다. 정부는 이달 말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을 중심으로 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의료계 불참으로 발표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연금 개혁 역시 여야가 예산안 협상을 매듭지은 후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언제 논의가 재개될지 안갯속이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하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던 양극화 대책도 멈춰 설 수밖에 없게 됐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육·노동·의료·연금 개혁은 잠재성장률 1% 시대를 막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절실한 과제들”이라며 “이미 수년 전부터 개혁 필요성이 제기된 내용들인데 (마무리되기 전에) 논의가 진전되기 어려워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치 상황상 당장은 구조 개혁을 논하기가 어렵더라도 논의는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할 동력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러다가 갑자기 구조 개혁이 가능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개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물밑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
탄핵 정국 장기화…패닉셀에 매수세도 실종 '살얼음판 증시'
증권 국내증시 2024.12.08 19:24:04계엄 쇼크를 버텨낸 한국 증시가 탄핵 정국 연장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수출 둔화, 강달러 등 이미 대내외적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질 경우 극도의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증시가 일시적 ‘패닉’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총 953개로 집계됐다. 전체 상장종목 2631개의 36%에 달한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S&P가 "비상 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음에도 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탄핵 부결로 정치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더 큰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계엄령으로 한 차례 시장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된 영향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 등 많은 투자회사가 (탄핵표결 무산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앞서 지난 6일 "정책 결정의 효율성과 경제적 성과, 재정이 약화될 경우 (신용) 하방 위험이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비상 계엄 사태 후폭풍이 길어질 수록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정책 수혜를 받던 금융과 원전, 방산 등 테마는 하락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주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연초부터 크게 상승했지만 계엄령 이후 급락했다. 정부가 추진하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수출도 동력 상실 우려가 제기되며 관련 종목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탄핵 실패로 외인 탈출도 한층 빨라질 개연성이 있다. 외국인들은 비상계엄 선포 후 3거래일 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86억 원을 순매도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만큼 외국인의 저가 매수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현실은 달랐다.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일단 돈부터 빼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재평가를 위한 명확한 계기가 없는 한 (주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내년 한국 주식 투자 비중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했다”가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첨언했다. 문제는 이미 우리 대내외적 여건과 증시 상황이 이미 좋지 않다는 점이다. 수출 둔화와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한국 기업들의 실적 하향 사이클이 지속되고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달러와 높은 장기금리, 관세 불확실성 등 역풍에도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하장권 LS증권 연구원은 "과거 두 차례 탄핵 정국 때는 코스피 기업의 수출 증가율이 확장 추이를 지속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지난 1월 고점 이후 둔화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탄핵 시기에는 4차 산업혁명 기대감과 반도체 업황 회복 사이클이 맞물려 경제 전망이 비교적 긍정적이었지만 현재는 저성장 우려와 함께 경제 펀더멘털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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