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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발명의 역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2.16 20:45:43오늘날 키보드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쿼티(QWERTY)' 자판. 1873년 이 자판이 처음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원래 용도는 타이핑 속도를 빠르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당시 타자기는 피아노처럼 알파벳 28자를 순서대로 배열했는데 타이핑을 빨리 하다 보면 글쇠가 엉키는 경우가 많았다. 쿼티 자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th'나 'a' 등을 위해 t, h, a 문자들을 세개의 단에 따로 배치 -
[만파식적] 1054년 교회 대분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2.15 19:59:59교황 레오 9세의 특사 3명이 1054년 7월16일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성소피아성당에 나타났다. 이들은 성당 제단 위에 뭔가를 올려놓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외쳤다. 이어 신발을 벗고 교회를 향해 먼지를 터는 시늉을 하더니 사라졌다. 동방교회 성직자들이 제단 위에서 발견한 것은 교황의 파문장이었다. 파문장은 '회개하지 않으면 악마와 함께하는 것이다. 아멘.'이라는 말로 끝나 있었다. 특사가 외친 말 -
[만파식적] 해리 포터의 귀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2.14 21:58:10집안에 냉기가 너무 심했다. 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며 글도 쓰고 싶었다. 한 '싱글맘'이 제부(弟夫)가 운영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카페를 찾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커피를 부탁한 후 지쳐 잠들어 있는 딸을 유모차에 태운 채 글을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몇 해 전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떠올랐던 신기한 이야기들이 원고지에 술술 풀려나왔다. 그렇게 쓰인 8만여 자를 다시 구식타자기로 한자 한자 쳐 -
[만파식적] 밤도깨비 야시장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2.11 20:49:22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지역은 서울로 치면 홍대나 강남역처럼 항상 젊은이들로 넘실대는 거리로 유명하다. 빈티지숍들이 몰려 있어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낮에 쇼핑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주말 저녁을 더 기다리는 관광객도 많다고 한다. 야(夜)시장, '브루클린 나이트 바자(Brooklyn Night Bazaar)' 때문이다. 거리 한 켠 실내에 마련된 이곳은 금·토요일 밤에 문을 연다. 영업시 -
[만파식적] 저출산, 민족의 소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2.10 20:53:57인류가 지구 상에 출현한 이래 가장 오랜 시간 속에서 최고로 여긴 자산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가임여성이다. 유목민들의 삶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거친 환경에서 부족의 노동력과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구려의 형사취수제(兄死娶嫂制)처럼 가임여성을 홀로 두지 않았다. 종족 유지의 당위성은 동서고금이 매한가지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독신자는 인간 이하 취급을 받았다.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출산 포 -
[만파식적] '참수 작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2.04 20:58:21손자(孫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것은 사실 손자니까 가능한 일일 뿐 범인에게 필요한 것은 백전백승의 용병술이다. 아이들 싸움에서 상대의 코피를 터뜨리면 이기는 것처럼 전투에서는 적장의 목을 취하면 승리한다. 인류가 싸움을 시작한 후 백전백승의 용병술은 적장의 참수(斬首)였다.참수의 달인은 아마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일 것이다. 동탁과 반(反)동탁 연합군 사이에 벌 -
[만파식적] 축하 난(蘭) 수난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2.03 20:59:46김대중 전 대통령의 76회 생일을 하루 앞둔 2001년 1월5일. 야당인 한나라당의 정태윤 비서실 차장이 난(蘭)을 들고 청와대에 들어섰다. 김 전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 차장도, 난도 그날 청와대 면회실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문전박대 받았다'며 격앙했고 청와대는 '방문 내용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여야가 안전기획부 예산의 15대 대선 자금 유입 여부를 -
[만파식적] 아이오와 코커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2.02 21:08:07지난 2008년 2월 치러진 미 아이오와주(州)의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대이변이 연출됐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34%의 높은 지지율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압승을 거둔 것이다. 당시 매스컴은 예비 후보 꼴찌였던 허커비의 약진에 대해 아이오와에 포진한 복음주의자들의 열렬한 지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허커비는 곧바로 열린 뉴햄프셔 선거에서 3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미국 -
[만파식적] 금융신상품과 경제위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2.01 20:20:141994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파산은 당시 큰 충격이었다. 애너하임·오렌지 등 대표적 부자동네인 이 카운티가 일개 재정담당자의 투자 실패로 미국 지방자치단체로는 드물게 파산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직접 원인은 재정을 담당했던 로버트 시트론이 운영한 200억달러의 채권투자가 그해 15억달러의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시트론은 당시 최첨단 기법인 '역환매조건부채권(Repo)'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했다. -
[만파식적] 세운상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31 20:05:261980년대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세운상가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 있을 수 있다. 세운상가 2층에 오르면 아저씨가 "비디오?"를 외치며 다가온다. "아니요"라고 사양해도 아저씨는 자꾸만 "좋은 거 있으니 보고 가"라며 붙잡는다. 학생들이 찾는 물건은 대부분 불법으로 복제한 LP레코드 즉 '빽판'이었다. 정품의 4분의1 정도 가격에 빽판을 사면 비록 음질은 좋지 않아도 핑크 플로이드(another brick in the wall pa -
[만파식적] 조지 소로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8 20:51:521992년 9월16일자 독일 신문에 당시 독일 연방은행 총재이던 헬무트 슐레징거의 인터뷰가 실렸다. "슐레징거 총재는 독일의 금리 재편 이후에도 한두 가지 통화가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조치로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를 본 조지 소로스는 '압박을 받아' 평가 절하될 가능성이 있는 통화 중 하나가 영국 파운드라는 것을 직감했다. 행동을 개시할 순 -
[만파식적] 푸틴vs레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7 21:34:27러시아 정가에는 일찍부터 '대머리 법칙'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역대 크렘린 궁을 차지한 인물을 살펴보면 대머리 지도자들이 번갈아가며 권력을 잡아왔다는 것이다. 러시아 혁명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레닌은 젊을 때부터 대머리였고 검은 머리의 이오시프 스탈린을 건너뛰면 니키타 흐루쇼프, 미하일 고르바초프, 보리스 옐친 등의 모발 상태가 신기할 정도로 들어맞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대머리인데다 레닌과 이 -
[만파식적] 소두증(小頭症)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6 20:54:50지난해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낙타에 의한 전염, 중동지역에서 주로 발병하는 것밖에 알려지지 않은 이 외래 감염병이 수천㎞ 떨어진 한국에 전파된 후 보여준 빠른 감염 확산이 의문의 핵심이다.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된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체 전장 분석 결과 특별한 유전적 변이는 없었던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자체보다 다른 요인에 의한 가능성 -
[만파식적] 덕수궁 돌담길 산책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5 20:33:18매서운 추위가 여전한 25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정동사거리를 찾았다. 덕수궁 돌담길 전 구간(1.1㎞)이 131년 만에 연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둘러볼 생각이었다. 이 돌담길은 1884년 영국이 정동 대사관 부지를 사들이면서 170m 구간이 단절돼버렸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담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추위 탓인지 평소와 달리 인적이 뜸했다. 평소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곤 하던 장소다. 가는 -
[만파식적] 검은 튤립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4 21:00:411637년 1월까지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황금보다 비싼 '신의 꽃'이었다. 튤립 한 뿌리만 있으면 살찐 소 4마리, 밀 27톤을 살 수 있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에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집과 토지를 파는 것도 모자라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튤립을 사들였다. 그런데 그해 2월 갑자기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환상에서 깨어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넉 달 만에 가격이 95%나 떨어졌고 파산자가 넘쳐났다. 네덜란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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