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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공룡의 구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10 20:20:57호주·뉴질랜드에 서식하는 바우어새(Bower bird)는 부동산에 관심이 무척 많다. 이 새의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무기는 화려한 집짓기다. 우선 잔가지를 엮어 높이 1m 남짓의 정자 모양 집을 만들고 주위에 정원까지 꾸민다. 각종 열매와 꽃, 아름다운 빛깔의 돌, 조개껍데기를 달아 집안을 장식하는 것은 기본. 딸기즙으로 벽에 색칠도 한다.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에야 소리를 내 지저귀며 암컷을 유인한다. 요즘으로 치면 집 -
[만파식적] 차르봄바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07 20:58:40공상과학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에는 땅속에서 핵폭탄을 마치 신처럼 떠받들며 모여 사는 돌연변이 인간종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침팬지의 공격에 맞서 싸우다 모조리 죽음을 맞는데 영화 속 주인공 테일러는 마지막 수단으로 핵폭탄의 버튼을 눌러 지구라는 별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다. 그가 모래에 파묻혀 윗부분만 간신히 드러낸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이 혹성이 지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절규하던 마지막은 지금도 명 -
[만파식적] 카르텔 정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06 20:28:06"출판기념회서 책 판매도 못하게 하면서 그들(현역 의원)은 사실상 150쪽짜리를 그냥 돌리면 공정한 게임이 되겠습니까." 4·13총선에 나서는 한 예비후보의 호소가 눈물겹다. 개정 공직선거법이 출판기념회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회와 책자 형식의 의정보고서 살포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다. 인터넷 검색 창에 '의정보고회'를 쳐봤더니 과연 현역 의원들의 의정보고회가 -
[만파식적] 한탄강 주상절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05 20:50:4330만년 전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 일대에 용암이 분출했다. 백두산처럼 중심이 뻥 하고 터지는 중심분출이 아니라 땅의 갈라진 틈으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열하분출'이었다. 어떤 용암은 중력 작용으로 이곳에 흐르던 강 밑에 빠졌고 또 어떤 용암은 내려가기도 전에 식어 굳었다. 미처 입수하지 못한 용암은 높이 30~40m의 절벽이 돼 양안에 병풍처럼 줄지어 시립했고 용케 강 밑까지 들어간 용암은 변화무쌍한 굽이와 세 -
[만파식적] 사우디-이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04 20:21:43이란의 청명한 상공에 갑자기 수백 대가 넘는 수호이와 미그 전투기가 나타났다. 이들의 목표는 이란 수도 테헤란 등 10곳의 공군 비행장. 곧이어 융단 폭격이 이뤄졌다. 1980년 9월22일의 일이었다. 이튿날에는 이라크 지상군이 1,300㎞에 달하는 국경선을 뚫고 일제히 밀려들었다. 무려 8년을 끈 이란-이라크 전쟁의 서막이었다.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수니파가 다수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만 국가들은 이라크 지원에 팔을 걷 -
[만파식적] '스마트 반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03 21:40:252001~2003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관통하는 단어는 '절대 반지(The One Ring)'다. 암흑 군주인 사우론이 세상을 지배하려고 비밀리에 만든 절대 반지. 그는 강력한 힘을 지닌 절대 반지를 이용해 신들을 위협하지만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만다. 이 반지의 행방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추격전과 전쟁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룬다. '반지의 제왕'처럼 반지가 중요한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영화와 소설 -
[만파식적] '도(跳)' '희(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5.12.31 21:15:20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어느 날 실험실에서 물체에 열을 점점 더 가했더니 물체의 색깔이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그리고 다시 하얀색으로 바뀌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와 동료들은 빛을 발산하는 원자의 에너지가 연속적 흐름의 형태가 아니라 단계별로 끊어서 내보낸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연이 불연속적인 '양자(量子·quantum)적인 것'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플랑크가 주창한 퀀텀점프(quantu -
[만파식적] 슈퍼엘니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5.12.30 20:40:02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는 1997년 외환위기는 그해 12월3일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연초부터 매월 이어진 대그룹들의 연쇄 부도로 가뜩이나 흉흉하던 한국 경제에는 그야말로 '결정적 한방'이었다. 때마침 겨울로 접어들었기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스산함이 증폭되면서 심정적으로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7년 겨울(12 -
[만파식적] 비만의 역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5.12.29 21:42:4865세 이상 뇌졸중 환자는 뚱뚱할수록 일상생활 회복능력이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29일 나왔다. 한국뇌졸중재활코호트연구단이 2,057명의 뇌졸중 환자를 상대로 분석한 일상생활 회복 속도를 보면 고도비만그룹이 가장 빨랐고 이어 비만·과체중·정상·저체중 그룹 순이었다. 지난 10월에는 김신곤 고려대 교수팀이 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포함된 100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저체중인 사람의 사망위험률이 과체중의 2.2배에 달 -
[만파식적] '혼술' 고독과 낭만 사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5.12.28 20:39:42대학 시절 독특한 행동으로 유명한 동창이 한 명 있었다. 그의 가방 속에는 책이 없었던 적은 있어도 녹색의 소주 두 병 이상이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의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날이면 언제나 근처 잔디밭에서 혼자 깡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그의 발길이 머물면 그곳은 어김없이 술자리가 됐다. '혼자 마시는 술(獨酌)은 석 잔을 마시면 위대한 도에 통하고 한 말이면 자연과 합치된다'고 -
[만파식적] 바티칸과 '스타워즈'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5.12.27 20:12:56로마 가톨릭의 성지인 바티칸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스타워즈. 언뜻 보기에는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한 조합이다. 하지만 약 3년 전 사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연관지으면 사정이 다르다. 2005년 4월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에 선출되자 네티즌 사이에 스타워즈와 관련된 패러디가 급속히 퍼졌다. 교황의 강렬한 첫인상 때문이다. 짙은 다크서클과 함께 얼굴 주름 상태, 머리 모양 등이 네티즌의 눈을 사로잡은 것. 새 교황을 -
[만파식적] 버핏의 IT주 기피증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5.12.23 22:59:36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가 어느 날 절친 사이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장장 9시간에 걸쳐 MS의 사업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버핏은 그의 얘기를 귀담아듣더니 MS 주식 100주를 매수했다고 한다. 버핏은 훗날 "세상에 게이츠보다 더 나은 스승이 없겠지만 나보다 더 바보 같은 학생도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버핏은 라디오도 켜지 못할 만큼 지독한 기계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버 -
[만파식적] '아기공룡 둘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5.12.22 21:55:271980년대 후반의 서민과 청소년들의 일상을 재연한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서울의 도봉구 쌍문동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벌어지는 따뜻하고 복고적인 에피소드들이 그 시대를 겪은 세대뿐만 아니라 당시를 전혀 체험하지 못한 요즘 10대, 20대들에게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 만화 '아기공룡 둘리'다.같은 지역을 소 -
[만파식적] 방사선 증후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5.12.21 20:36:011980년대 인기 드라마 '두 얼굴의 사나이'를 보면 주인공이 방사선에 노출돼 괴력을 지닌 헐크로 바뀐다. 여기 나오는 '방사선=괴력'이라는 전제는 드라마니까 가능한 허구다. 지금은 방사선을 많이 쬐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방사선이 막 발견된 1890년대에는 방사선이 괴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용이나 정신치료 등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그 시절 방사선을 연구한 세계 최초의 여성 노벨상 -
[만파식적] 냉면 전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5.12.20 20:11:24"처녀 둘이 한 포장마차 안에서 속삭이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밥 대신) 하루에 달걀 여덟 개를 열흘 동안 먹으니까 소화가 잘 안 돼야…겁나게 독한 달걀 방귀가 자꾸 나와…그래도 밥값 아껴서 중학교 들어간 남동생 운동화 사서 보냈어.' 그날 (내가) 먹던 냉면에는 눈물처럼 시큰하고 매운맛이 났다." 소설가 성석제가 산문집 '칼과 황홀'에서 묘사한 냉면은 결코 차가운 음식이 아니었다. 우리 누나들이 달걀로 끼니를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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