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귀는 각기 칼륨(K), 칼슘(Ca), 나트륨(Na), 마그네슘(Mg), 알루미늄(Al), 아연(Zn), 철(Fe), 니켈(Ni), 주석(Sn), 납(Pb), 구리 (Cu), 수은(Hg), 은(Ag), 백금(Pt), 금(Au)을 의미하는데 앞쪽에 위치한 금속일수록 이온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쉽게 산화된다.
금은 이온화 경향에서 가장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곧 금이 쉽게 산화되지 않고 용액에도 잘 녹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금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대표적인 금속으로 인류 역사에서 항상 귀한 대접을 받았다.
세계 각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금의 용도는 무엇일까. 아마도 결혼반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를 선호하지만 서구에서 다이아몬드는 결혼이 아닌 약혼반지로 통용된다.
아무튼 결혼식장에서 신랑과 신부의 손가락에 끼워지는 금반지는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의 맹세를 대변한다. 이는 금이라는 금속이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사랑이 영속할 것이라는 믿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금은 다이아몬드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불 속에 넣으면 연소돼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하지만 금은 비록 불에 녹아 형태는 변하지만 물리적, 화학적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금은 다이아몬드보다 결혼에 더 어울리는 귀금속인 듯싶다. 그렇다면 금은 과연 영속적일까.
오스트리아 빈 공대의 연구원 게오르그 슈타인하우저 박사는 결혼을 하면서 1년간 자신의 금반지가 얼마나 닳을지 알아보겠다는 다소 엉뚱한 결심을 했다. 슈타인하우저 박사는 결혼 후 매주 목요일마다 자신의 금반지를 초음파 세척기를 사용해 세척한 후 정밀한 저울을 사용, 질량을 측정했다.
그가 끼고 있는 5.58387g짜리 18캐럿 금반지는 매주 약 0.12mg씩 닳고 있었다. 결혼한 지 1년 후에 슈타인하우저 박사의 금반지는 6.15mg 줄어들었다. 대략 0.11% 정도 줄어든 셈이니 결혼 50주년인 금혼식 무렵에는 결혼식 때 주고받은 금반지의 20분의 1 이상이 닳아 없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계산은 물론 결혼 후 계속 금반지를 빼지 않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다. 아무튼 이 비율로 계속 닳는다면 금반지도 900년 후에는 완전히 닳아 없어질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오래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부부는 지구상에 없을 테니 이 정도면 금이 변하지 않는 귀금속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금은 산화되지 않는 성질, 즉 잘 부식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고대 이후 장신구 외에 화폐로도 많이 사용됐다. 잘 부식되지 않는 성질 외에도 금은 전기와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 전자부품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다. 매년 수백 톤의 금이 TV, 휴대전화, 컴퓨터, 반도체 등의 제작에 쓰인다.
금은 실이나 막 형태로 가공하기 쉬운 특성을 가지는데, 이를 이용해 유리창을 아주 얇은 금박으로 코팅하면 빛은 투과되지만 열은 반사하는 성질을 갖는다. 그래서 항공기 조종석의 창을 얇은 금으로 코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불투명한 금박을 우주선의 취약 부분에 코팅하면 우주의 강렬한 방사선으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다양한 쓰임새가 있는 금이 가장 많이 보관돼 있는 곳은 반도체나 우주선, 여인의 손가락이 아니다. 전 세계의 금 가운데 상당량은 가공되지 않고 금괴 형태로 은행의 금고에 쌓여 있다.
또한 금 자체는 깨끗한 금속이지만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가 너무 커 채금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산업으로 손꼽힌다.
글_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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