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도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에 시공 중인 버즈두바이(162층)를 비롯해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가 속속 추진되고 있다. 건설은 보류됐지만 200층, 1,600m 높이의 사우디아라비아 킹덤 타워처럼 1km 이상의 마천루를 보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이렇게 빌딩의 키 높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각국은 초고강도 콘크리트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빌딩의 무게를 감당해 낼 콘크리트의 존재 없이 초고층 빌딩은 모래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강도 40㎫ 이상을 고강도 콘크리트, 120㎫ 이상을 초고강도 콘크리트라고 부른다. 1㎫는 1㎠당 10kg의 하중을 견뎌내는 강도로서 120㎫면 1㎠ 면적의 콘크리트가 1.2 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06년 200㎫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개발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구조재료연구실의 김성욱 박사는 “세계 최고의 초고강도 콘크리트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는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라며 “우리나라도 독일과 일본에 이어 3대 강국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까지 개발된 최강의 콘크리트는 300㎫급. 건축물에 실제 적용된 사례로는 200㎫가 최고다. 독일·일본·미국·호주 등지의 교량들 다수가 이 200㎫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우리나라도 김 박사팀의 200㎫를 포함해 지난 2년 동안에만 GS건설 240㎫, 포스코 건설과 현대건설이 각각 250㎫의 초고강도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한 상태다. 특히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김 박사팀은 건설기술연구원 본원과 신축 연구동을 잇는 보행용 사장교에 200㎫ 초고성능 콘크리트를 적용했고, 현대건설이 인천타워에 200㎫급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실용화 기술력 또한 세계적 수준이다.
김 박사는 “초고강도 콘크리트는 물 배합량이 적어 점성이 높기 때문에 현장 타설과 고층압송에 많은 난관이 있다”며 “초고강도 콘크리트 자체를 개발하는 것만큼 이 부분의 기술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초고강도 콘크리트 개발의 역사는 지난 2000년 완공된 한강 선유도의 선유교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기술이기는 했지만 선유교에 200㎫의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처음 쓰이면서 국내에 연구의 불이 당겨진 것.
국내 건설사들이 초고강도 콘크리트 개발에 적극 뛰어드는 기폭제로 작용했던 건설기술연구원의 초고강도 콘크리트 역시 선유교에 자극받은 바 크다. 김 박사는 “초고강도 콘크리트는 초고층 빌딩뿐만 아니라 초장대 교량 건설에도 필수적 소재”라며 “현재 세계 최고 기록인 345m를 2 배 이상 뛰어넘는 800m의 초장대 교량의 건설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초고층빌딩·초장대 교량 외에도 건물 기둥과 외벽의 두께, 교량 및 교각의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여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등 건축학적 이점이 크다. 또한 미래사회에 등장할 예술적이고 기하학적인 건축물의 건설에도 초고강도 콘크리트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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