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KPE, 신성홀딩스, 미리넷솔라, 동진쎄미켐 등 국내 태양전지 생산업체들도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일본, 독일, 미국, 중국의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기 위해 설비 확충과 생산라인의 증설에 앞 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이 와중에 국내 태양전지 업계에 나타난 특징적인 모습이 하나 있다. 4~5년 전부터 관련기술을 개발해왔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던 대기업들이 뒷짐지었던 두 손을 풀고 대대적이고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올해 5월 현대중공업이 충북 음성 소이 공단 내에 연간 30㎿ 규모의 태양전지 생산 공장을 준공,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태양전지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중공업은 이 공장의 준공식과 동시에 제2 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협약식을 갖고 3,000억 원을 들여 오는 2009년까지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330㎿로 늘릴 계획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한화석유화학이 태양전지 사업을 미래 주력사업으로 육성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이 회사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30㎿급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제조공장 건설 작업에 들어갔으며, 2015년까지 총 8,000억 원을 투자해 생산규모를 1GW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수년간 태양전지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키 위해 노력해온 LG도 최근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독일의 에너지 전문기업인 코너지 그룹과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및 모듈의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한 것.
삼성은 얼마 전 태양전지와 모듈사업을 LCD총괄에서 진행키로 결정하고 내년 중 30㎿ 규모의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생산라인 가동을 목표로 설비를 발주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처럼 대기업들의 잇단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됐던 국내 태양전지 시장에 대대적인 변혁의 바람이 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전지의 제조가 대규모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이르면 내년 중 대대적인 인수합병(M&A) 열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물론 이 전망이 현실에서 실제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국내 태양전지 시장을 이끌어왔던 중견기업들과 자금력으로 중무장한 대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을 놓고 한판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될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
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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