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4일 후부터 이식한 심장세포가 콜라겐 조직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일러는 “작은 심장의 일부 영역이 다시 뛰는 것을 볼 수 있었고 8일이 지나자 심장 전체가 살아 움직였다”며 “심장 재생의 최초 성공 사례였다”고 강조했다.
이 실험은 올해 네이처 메디신 저널에 발표됐으며, 이 분야 연구의 분수령적인 사건으로 평가됐다. 과학자들이 생체조직을 사용해 실험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심장을 최초로 만들어낸 셈이다.
현재 심장이 몸 전체에 피를 공급해주지 못해 병을 앓고 있는 심장질환자는 무려 6,200만 명이나 된다. 약물치료나 심장수술은 완전한 치료법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최초로 심장질환 진단을 받은 후 5년 이내에 약 60%의 환자들이 사망하는 실정이다.
테일러가 발표한 심장세포 이식술은 심장질환 완치의 가능성을 열어준 최초의 사례다. 특히 테일러는 이 기술을 혈관 재생에도 적용함으로서 실용화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캘리포니아 소재 세포공학 회사인 사이토그래프트의 최고경영자 토드 맥칼리스터는 “이 분야에는 사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쟁이들이 많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10년 내에 심장을 완전히 새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테일러의 연구에 대해서는 “간단하고도 세련된 방법으로 보다 현실적”이라면서 “이는 모든 구조 조직을 기존 심장에서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테일러의 연구결과를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물의 심장을 세척해 심장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심장의 형태를 유지하는 형성부만 남겨야 한다. 이때 심장은 거의 텅 빈 상태가 된다.
이 상태의 심장에 환자에게서 추출한 성체 심장세포를 주입함으로써 이식에 따른 거부반응을 차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 이유를 규명하지 못했지만 환자에게서 추출한 심장세포들이 세척된 심장 내에서 분할 및 증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테일러는 현재 이식 가능한 맞춤형 인간 장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쥐 심장 실험결과를 발표한 직후 그녀는 돼지 심장에도 심장세포를 이식해 혈액을 펌프질하고 전기 자극을 발생시키는데 도전하고 있다. 돼지 심장은 모양과 크기 면에서 인간 심장과 매우 비슷하다.
테일러는 “세포를 없앤 인간 장기나 돼지 장기에 환자의 세포를 이식, 환자에게 꼭 맞는 대체 장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한다. 하지만 신뢰성 있는 인간 장기를 배양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심장은 단순히 뛰는 것 이상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심장학자인 로버트 보노는 “심장은 단순한 근육 덩어리가 아니다”면서 “동맥은 물론 여러 가지 조직이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테일러는 모터를 이식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추가해서 달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
현재 테일러는 그 작업을 하는 중이다.
테일러는 인간의 관상동맥과 비슷한 크기를 지닌 쥐의 대동맥을 이용해 혈관의 세포를 모두 없앤 후 여기에 쥐의 내피세포를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이 혈관은 1㎠ 당 1.33kg의 압력을 견딜 만큼 강하며, 이 정도 수준이면 이식되는 심장에 사용하기 충분하다.
테일러는 가까운 장래에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할 계획인데, 앞으로 10년 이내에 자신이 연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대체 장기가 실용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테일러는 “우리는 심장뿐 아니라 신장, 폐, 간 등의 장기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며 세포 이식을 통해 수많은 다른 치료법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심장 이식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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