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된 수소자동차는 연구용과 콘셉트 카를 포함해 약 50여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혼다가 개발한 수소자동차 ‘FCX 클래러티’는 이르면 이번 달부터 시판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연구용 콘셉트 카 수준에 머물러 있던 수소자동차가 상용화 시대로 본격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거 침없이 도로를 질주하던 수소자동차의 연료 경고등이 깜박거린다. 마침 인근에 수소충전소가 보인다. 연료탱크에 수소를 가득 채우고 난 수소자동차는 다시 매끄럽게 도로를 향해 충전소를 빠져 나간다.
이처럼 수소자동차는 더 이상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수소자동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 시대가 펼쳐진다는 얘기다. 출력, 속력, 주행거리, 소음, 승차감, 내구성 등 주행성능 부분은 물론 수소저장 용기, 연료전지 등 주요부품 및 설비 부분에서도 상용화를 앞당길 눈에 띄는 성과들이 속속 도출되고 있다.
본격적인 수소자동차 상용화 시대를 열어젖힐 첫 테이프는 일본에서 끊었다. 최근 일본 혼다자동차는 자사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FCX 클래러티’ 상용화 모델을 공개했다. 혼다는 이르면 이번 달부터 미국시장에서 판매를 시작, 앞으로 3년간 200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혼다가 일본이 아닌 미국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이 어느 곳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기존 가솔린 자동차보다 연료 효율성이 3배 이상 높은 FCX 클래러티는 한번 충전으로 4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연비 또한 일반 휘발유 자동차에 비해 월등히 높은 ℓ당 31.45㎞ 수준에 달한다.
도요타 자동차도 조만간 신형 SUV형 수소자동차 ‘FCHV 어드밴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내 일본에서 리스 판매를 시작할 이 수소자동차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83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이외에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도 2010년경 시판을 목표로 수소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다.
내연기관과 연료전지로 구분
수소자동차는 기존 휘발유 자동차와 달리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자랑하면서도 공해를 배출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개발된 수소자동차는 연구용과 콘셉트 카를 포함해 약 50여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소자동차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바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Hydrogen Fuel Cell Vehicle)’와 ‘수소내연기관 자동차(Hydrogen Fueled Car)’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내장된 연료전지에 수소를 주입, 이때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구동력을 얻는 방식이다. 국내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많은 미국·일본·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료전지를 탑재한 차량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수소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료전지 자동차와 달리 일반 가솔린 차량처럼 엔진 내부에서 수소를 직접 연소시켜 동력을 얻는다. 이 연소 엔진은 연료전지보다 무게가 가볍고 제조비용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극히 짧은 시간에 적절한 양의 수소가 공기와 혼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등 높은 기술적 완성도가 요구된다. BMW, 포드, 마쯔다 등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만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국내에서 시승 행사를 진행해 관심을 모았던 BMW의 수소자동차 하이드로젠 7은 액체수소와 가솔린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듀얼모드 엔진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한 번의 액체수소 충전과 가솔린 주입으로 총 700km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다. 수소로 200km, 가솔린으로 500km를 달리는 것.
12기통 엔진에서 260마력의 힘을 뿜어내는 하이드로젠 7은 9.5초 만에 100km/h까지 도달 할 수 있다. 최고 시속은 230km. 또한 버튼 하나로 수소와 가솔린 모드의 자유로운 변환이 가능하다.
이미 하이드로젠 7은 미국을 포함해 수소 충전 인프라가 구축된 영국, 독일, 프랑스에 진출한 상태다. 정치계 인사, 할리우드 스타 등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전 차량으로 제공된 것. 이들 차량은 200만km 이상의 주행기록을 세워 안정성과 주행성능에서 인정을 받았다.
▒ 1 수소내연기관 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장단점
수소내연기관 자동차
원리: 액체 또는 기체수소를 엔진에서 직접 연소하는 방식
동력원: 수소 내연기관 엔진
장점: 제조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열효율은 높다
단점: 연료전지에 비해 낮은 에너지 효율성
개발업체: BMW(액체수소), 포드(기체수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원리: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 사용
동력원: 수소 연료전지
장점: 에너지 효율성이 내연기관의 2배
단점: 고가에 달하는 연료전지 가격
개발업체: GM, 혼다, 다임러 크라이슬러, 현대 등
▒ 2 제조사별 수소자동차 개발 현황
현대·기아-싼타페·투싼·스포티지·아이블루 FCEV
BMW-H2R, 하이드로젠 7
아우디-A2
폭스바겐-하이모션, 하이파워
다임러크라이슬러-NECAR, F-Cell, 벤츠 B-Class 등
포드-하이드로젠 FCV, P2000 HFC, E450
GM-하이드로젠 3, 하이와이어, 시보레 에퀴녹스 등
혼다-FCX 크래러티 등
도요타-RAV 4 FCEV 등
미쓰비씨-그랜디스 FCV 등
닛산-엑스테라, 엑스트레일
푸조-하이드로젠, H2Origin 등
르노-EU FEVER
피아트-Seicento Elettra 등
수소자동차 개발 경쟁 치열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GM은 오는 2010년부터 양산체제를 갖춰 연간 100만대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 1위의 수소자동차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것.
GM의 제4세대 크로스오버형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보레 에퀴녹스’는 1회 충전에 약 240km의 주행이 가능하다. GM의 래리 번스 부사장은 “GM은 현재 도로주행 등 상용화 테스트를 위해 약 60여대의 시보레 에퀴녹스를 제조한 상태”라며 “오는 2012년까지 1,000대 규모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GM은 올 가을까지 총 100대의 시보레 에퀴녹스를 추가 생산해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등 3개 대도시에 거주하는 일반인들이게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LA지역에 약 4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추가 건설해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나설 예정이다.
프랑스의 푸조 자동차 역시 최근 새로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선보였다. 푸조는 최근 미국의 수소에너지 전문기업인 인텔리전트 에너지사와 3년간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밴(van) 형태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콘셉트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H2Origin’으로 명명된 이 자동차의 최대 주행거리는 약 300km이며, 영하 20℃에서도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가 연료전지시스템을 장착한 싼타페를 개발해낸 이래 투싼, 스포티지 등 4종의 수소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공개된 ‘아이블루’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로 평가된다.
압축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을 적용한 아이블루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60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 시속은 165km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2년경 본격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소인프라 구축이 상용화 관건
하지만 수소자동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조단가, 인프라,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고가에 달하는 수소자동차의 가격이다. 현재 시중에 선보인 대다수 수소자동차의 제조단가는 대당 약 10억 원에 달한다. 연료전지 자체의 가격만 하더라도 출력량 I kw의 경우 억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하면 어느 정도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비싼 실정이다.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수소충전소는 200여개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물론 지금 현재도 수소충전소가 건립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수요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 보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이들 충전소 중 약 70%가 미국·독일·일본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상태다.
웬만한 크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만 수 십 억 원에 달한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여기에 kg당 8유로(1만2,000원)에 달하는 수소연료 가격도 낮아져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소자동차 상용화의 관건은 자동차 자체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가와 수소 인프라 구축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규모 투자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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