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이지스함을 몇 척 정도 갖고 있어야 일본의 해상자위대와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한국 해군은 6척의 이지스함을 주축으로 3개 기동전단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현재의 국방개혁 2020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세종대왕함은 현존하는 서방 세계의 군함 중에서 가장 강력한 무장을 하고 있다. 대함, 대대지, 대공, 대잠 등 모든 부분이 세계 수준급이다.
세종대왕함은 수직발사시스템(VLS)을 통해 128발의 각종 미사일을 탑재하는데, 여기에는 SSM-700K(해성) 대함미사일, 천룡 함대지 순항미사일, SM-2 미사일, 그리고 홍상어 대잠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최대 사정거리가 150~180km로 추정되는 해성 대함미사일은 30~200m 정도의 고도로 날아가다가 마지막 단계에서는 5~7m 정도의 초저공비행을 해 적함을 공격한다. 해성 대함미사일은 세계 최신예 기술을 모두 가진 미사일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로점(Way Point)’ 기술이다.
경로점 기술은 일단 여러 발의 미사일을 쏘아 놓은 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대기시켜 적함을 포위, 360도 전(全) 방위에서 공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적함이 미사일을 요격할 확률을 확 떨어뜨리는 것이다.
세종대왕함은 이 같이 우수한 성능의 대함미사일을 16발이나 탑재하고 있다. 이는 8발의 대함미사일을 탑재한 대부분의 군함에 비해 2배의 대함 공격력을 갖춘 것이다.세종대왕함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함대지 순항미사일 천룡은 사정거리가 무려 500~1,500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대지 순항미사일의 대명사는 미국의 토마호크인데, 한국 해군의 천룡도 이와 유사한 능력을 갖고 있다. 즉 500km 이상의 표적에 대해 2m x 2m 크기의 목표를 명중시킬 수 있는 정밀함을 자랑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제정된 평화헌법에 의해 타국의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할 수 없는 일본 이지스함에는 없는 능력이다.
1,000파운드 규모의 비교적 큰 탄두를 장착한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무려 32발이나 탑재한 세종대왕함은 적의 육상 지휘부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에 충분하다.
세종대왕함은 대공 능력도 탁월하다. 80발 정도 탑재된 SM-2 미사일은 사정거리 150km 이내에서는 어떤 적의 전투기도 접근을 불허한다. 대함미사일은 물론 초음속과 아음속을 가리지 않고 모두 요격할 수 있는 것.
SM-2 미사일의 작동시스템 역시 탁월하다. 다량의 적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에는 충분한 수량의 SM-2 미사일을 쏘아 올려 표적 근처로 날려 보낸다. 그리고 SPG-62 표적조사기로 목표를 찍어주면 목표물을 할당받은 SM-2 미사일이 목표물을 요격하는 방식이다.
다행히 SM-2 미사일의 요격을 피한 목표물도 안심할 수는 없다. 그런 목표물은 다시 사정거리 12km의 RAM 대공미사일에 의해 요격을 받기 때문이다.
RAM은 적외선추적미사일인 공군의 AIM-9 사이드와인더를 개량한 것으로 SM-2처럼 표적조사기로 목표물을 찍어줄 필요도 없이 스스로 위협 목표물로 날아가 요격한다.
세종대왕함은 이처럼 대함, 대지, 대공 능력이 탁월하지만 대잠 능력에 있어서는 다소 떨어지는 평가를 받고 있다.현재 미국이나 일본의 이지스함은 장거리 탐지에 유리한 저주파 소나인 SQQ-89시스템을 사용한다. 군함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은 작은 덩치로 인해 탐지거리가 짧은 노르웨이의 MSI-2500F 대잠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잠수함 탐지 시스템인 대잠 헬리콥터 역시 미국과 일본 해군에 비해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함은 16발이나 장착한 홍상어 대잠미사일로 이 같은 단점을 커버하고 있다. 홍상어는 사정거리가 약 20km로 미국이나 일본의 대잠미사일인 ASROC보다 2배 정도 길다. 이 같은 점을 감안 해 보면 세종대왕함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군함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효율성 높은 기동함대 전투
한국 해군은 일본 등 주변국의 1급 전투함대와 대적할 수 있는 기동함대를 보유하고 싶어 한다. 이 기동함대는 3개의 기동전단으로 구성되며, 1개의 기동전단은 2척의 KDX-3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4척의 KD-2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등 총 6척의 구축함으로 이뤄진다.
6척의 구축함이 전단을 이뤄 적과 교전한다면 사령관은 이 군함들은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누어 3명의 지휘관을 선임한다. 바로 대공전, 대잠전, 대함전 그룹인데 가장 중요한 대공전과 대잠전 지휘를 세종대왕함 같은 KDX-3 이지스함이 맡게 된다. 이때 함장 외에 전단장이나 전대장 등 다른 지휘관이 승함해 전투 지휘를 할 수도 있고, 함장이 조함의 전투 지휘를 병행할 수도 있다.
장차 한국 해군은 합동교전능력(CEC) 시스템을 구축해 KDX-3 이지스함들이 탐지하는 모든 정보를 같은 함대의 KD-2와 KD-1 구축함들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저성능의 레이더를 가진 KD-2라고 할지라도 이지스 레이더를 탑재한 것과 같은 탐색 능력을 갖게 된다. 각각의 지휘관은 CEC 시스템으로 인해 시현되는 정보를 토대로 각 군함에 교전을 할당한다.
하지만 CEC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하더라도 범용 구축함인 KD-2가 이지스함이 되는 것은 아니다. KD-2는 단지 자함이 보유한 레이더보다 광범위하고 정확한 정보를 취득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SM-2 미사일 역시 대공전 지휘함인 세종대왕함이 마치 자신의 미사일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D-2는 대공전 지휘관이 할당해 준 표적에 대응해 자신의 능력으로 요격 임무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적 함대가 보유한 대함미사일을 한꺼번에 쏜다면 우리 해군의 기동전단은 약 3분 30초의 대응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시간 동안 기동전단은 CEC 시스템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공전 지휘관이 할당하는 적의 미사일을 각자의 능력껏 요격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대함전 지휘관이 할당하는 숫자의 대함미사일을 발사해 적을 공격한다. 이때 대잠전 지휘관은 대공과 대함 교전은 수동적으로 하면서 모든 신경을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잠수함에 집중한다.
대략 이 같은 방법으로 함대전투가 이루어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6척의 이지스함과 12척의 KD-2구축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방개혁 2020은 앞으로 편성할 해군 기동전력을 이지스함 3척, KD-2 구축함 6척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일본 해상자위대에 맞설 수 있을까.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력
일본 해상자위대는 기동함대격인 호위대군과 한국 해군의 해역함대격인 지방함대가 있다. 하지만 2020년 일본의 모든 지방함대는 호위대군으로 예속되고, 모든 전투함은 4,000톤급 이상의 중대형 전투함으로 완전 편제되며, 각 함대의 위치도 재조정된다.
또한 4개의 호위대군에는 각 2척의 이지스함에 ‘19DD’로 통칭되는 최신예 구축함이 다량 배치될 것이다.
만일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부딪힌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지난 2005년 독도 사태에서 보았듯이 독도를 위협하는 일본 함대는 바로 마이즈루의 제4호위대군과 쿠레의 제2호위대군이 될 것이다.
제1호위대군의 임무는 수도인 도쿄 방어이기 때문에 섣불리 해역을 이탈하지 못한다. 제주도 남서쪽에 위치한 사세보를 모항으로 하는 제3호위대군은 유사시 제주도의 기동함대를 견제하며 한반도를 봉쇄할 것이다.
그리고 혼슈와 큐슈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간몬해협 안에 있는 쿠레를 모항으로 하는 제2호위대군은 예비대 성격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이즈루의 제4호위대군에 합류 할 것이다. 일본 함대의 각 호위대군은 총 64발의 대함미사일과 수백발의 대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해군은 제주도의 기동함대 기지에 약 6척의 구축함을 배치하고, 부산 또는 진해에 3척 정도의 구축함을 정비 및 훈련 목적으로 배치해 놓을 것이다.
한국 해군의 1개 기동전단 6척은 세종대왕함급 이지스함이 16발의 대함미사일을 장비했기 때문에 공격력은 일본의 1개 호위대군과 동등하지만 방어력은 약간 열세다.
이처럼 제주도의 기동전단과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사세보)은 서로의 전력이 팽팽한 만큼 대치만 하며 결코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산이나 진해에 있던 1척의 이지스함과 2척의 KD-2 구축함은 다급히 독도 해상으로 진출하려 하지만 쿠레에서 나온 제2호위대군에게 중과부적이기 때문에 함대 간 전투가 벌어진다면 상대에게는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하고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 결과를 아는 우리 군함들은 제2호위대군의 봉쇄에 막혀 동해로 진출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것이 뻔하다. 이 와중에 독도에 진출한 한국 해군 1함대의 광개토대왕함과 몇 척의 FFX호위함은 빈약한 방공 능력으로 마이즈루의 제4호위대군과 제14호위대의 공격에 완전 전멸할 수밖에 없으며 독도에는 일장기가 나부낄 것이다.
‘리베르타의 법칙’에 의해 한국 해군은 비슷한 성능의 군함을 보유했지만 수적 열세로 적에게 거의 피해를 주지 못하고 전멸하거나 패전하게 되는 것이다.
기동함대를 구성한다면?
그렇다면 한국 해군의 희망대로 6척의 이지스함과 12척의 KD-2급 구축함으로 3개의 기동전단을 구성한다면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승부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때는 2개의 기동전단이 제주도의 강정기지에 배치될 것이고, 1개의 전단은 부산의 해군작전사령부에 배치 될 것이다.
독도 해상에서 해경의 충돌에 이은 한국 해군 1함대와 마이즈루의 제14호위대가 충돌해 양국의 기동함대들이 기지를 박차고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제주도에 있던 2개의 기동전단은 총 4척의 이지스함을 포함한 초강력 방공망을 구축한 대규모 함대다. 이에 비해 사세보의 제3호위대군은 ‘리베르타의 법칙’에 의해 한국 해군 2개 기동전단에 의해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력화된다.
이때 부산의 1개 기동전단은 쿠레에서 나온 제2호위대군과 팽팽하게 대치하며 견제한다. 약 6시간 후 사세보의 제3호위대군을 전멸시키고 전속 항해를 하며 달려온 2개의 기동전단은 부산으로 들어가 미사일을 재보급 받는다.
쿠레의 제2호위대군은 이지스함 6척이 포함된 18척의 최신예 한국 군함이 우글거리는 대한해협으로 오금이 저려 나올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몇 시간 후 미사일 재보급을 끝낸 2개의 기동전단은 동해로 진출하게 된다. 2개의 기동전단이 동해로 들어오면 마이즈루의 제4호위대군은 압도적인 전력 열세를 느끼고 기지로 후퇴해 버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폴레옹이 즐겨 썼던 리베르타의 법칙에 의한 기동전이다. 비록 총병력은 적지만 분산된 적에 비해 우리의 전력은 집중돼 있기 때문에 각개격파가 가능한 것이다.한국 해군이 국방개혁 2020처럼 3척의 이지스함에 그친다면 독도에서 영원히 기(氣)를 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해군의 열망대로 6척의 이지스함을 포함한 기동함대를 만든다면 비록 총 전력은 일본 해상자위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넓게 분산된 일본 해상자위대에 비해 동·남해에 집중된 전력을 바탕으로 오히려 제해권을 쥘 수도 있다.
국방개혁 2020은 약 6조원의 예산을 투자해 9척의 현대적 구축함을 건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전력으로는 결코 주변국에게 견제력을 발휘할 수 없다.
국방개혁 2020의 총 예산 621조원 중에서 다시 6조원만 더 투자한다면 동해와 남해의 제해권은 우리에게 있으며, 일본은 독도를 두고 결코 큰소리를 치지 못할 것이다. 우리 또한 일본의 눈치를 보며 미국의 중재를 바라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라 큰소리치며 협상을 받아 주는 입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글_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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