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컴퓨터 시대는 의사소통의 효율성 극대화는 물론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의 도래를 의미한다.
실제 웨어러블 컴퓨터는 앞으로 개인 휴대형 정보단말기(PDA), 전자지갑 등 지니고 다니는 전자비서 형태에서 손목시계와 같은 액세서리형, 신체내장형 PC인 먹는 컴퓨터로까지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분당에 거주하는 문 모씨는 마트에 가서 물건을 구입했지만 나올 때는 값을 지불하지 않고 그냥 나온다. 물건 값은 문 씨가 손목에 착용하고 있는 스캐너가 자동으로 인식,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던 문 씨는 입고 있는 바이오 셔츠에서 심장박동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자 곧바로 병원에 들러 전문의에게 건강 상담을 받는다.
그의 안경에 달린 특수 카메라는 건강기록 정보를 촬영한다. 이처럼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가까운 미래에 제공할 생활상이다.
컴퓨터를 옷처럼 신체에 착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는 초소형, 착용형, 인체내장형 등의 플랫폼 기술과 근거리통신, 인체통신 등의 네트워킹 기술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독립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구성단위인 모듈별로 컴퓨터를 분해해 마치 안경이나 의복을 착용하는 것처럼 신체에 편하게 부착해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의 경우 등에는 배낭 형태의 소형 컴퓨터 본체, 허리에는 팩 형식의 배터러 전지가 장착되며, 스크린은 머리에 장착하는 HMD(head-mounted display)로 구성된다.
HMD란 안경이나 헬멧의 형태로 작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내장, 눈앞에 스크린이 펼쳐지는 기기다.
또한 손목에는 터치패드 또는 특수시계, 어깨에는 무선통신 모듈을 착용함으로써 인간의 모든 신체에 컴퓨터가 장착되는 셈이다. 사용자는 그림이나 글자, 또는 비디오 등을 보면서 작업할 수 있으며 이동 중에도 편리하게 네트워킹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인간 중심의 컴퓨팅 환경 제공
웨어러블 컴퓨터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오감 정보처리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인간 중심의 컴퓨팅 환경을 지향한다.
오감정보처리 기술은 시각, 청각, 촉각 중심에서 후각과 미각을 융합해 보다 현실감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로 발전할 전망이다.
또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상황 인식을 지원하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기술로 발전하게 된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무한한 편의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만간 선보이게 될 웨어러블 컴퓨터는 사용자(착용자)의 스케줄 관리는 물론이고, 건강 모니터 기기들과 장치들이 셔츠 내에 장착돼 생체 기능을 지속적으로 체크할 수도 있다.
또한 슈퍼마켓에서는 물건을 사고 난 후 값을 치르지 않은 채 그냥 나오기만 하면 된다. 구입한 물건들은 손목에 장착된 스캐너로 스캔돼 개인 컴퓨터에서 자동 계산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입는 컴퓨터를 제작한 MIT 미디어랩의 스티븐 슈왈츠 박사는 “2010년경이면 너무나 작아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PC들을 입고 다니게 될 것”이라며 “컴퓨터가 사용자 몸의 일부가 될 것이기 때문에 PC와 인간의 구분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슈왈츠 박사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미트릴(MIThril)’ 프로젝트는 인간과 PC의 완벽한 조화 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완벽한 개인 컴퓨터 네트워크인 미트릴은 착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습관을 기록하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자동으로 기록해 준다.
미트릴에 내장되는 컴퓨터에는 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비롯해 신체에 부착된 여러 네트워크 기기들이나 인터넷의 접속을 위한 이더넷 카드와 모뎀, 착용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GPS 기능의 카메라 등이 탑재된다.
저 전력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안경에 장치된 디스플레이와 주머니형 입력장치가 몸에 장착된 메인 컴퓨터와 연결되면서 구동되는 원리다.
이 같은 기기들을 옷처럼 입어도 착용자 외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완벽한 조화
미국의 카네기 멜론 대학이나 IBM, 제록스사의 팔로알토 연구소 등에서는 이처럼 인간과 PC의 일체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개발한 ‘오라(Aura)’ 시스템은 외부 네트워크로 연결,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 시스템의 경우 PDA나 칩으로 된 ID 카드 안에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고유의 식별 장치를 가지고 있다.
이 장치는 전신주와 가로등, 회의실, 공항, 레스토랑과 심지어 사무실의 무선 인터넷과도 연결돼 있다.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는 댄 시위어록 연구원은 “이 시스템은 항상 착용자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비보메트릭스사의 벤츄라가 고안해 낸 ‘구명 셔츠(LifeShirt)’에는 사람의 심장박동과 호흡뿐만 아니라 땀 분비까지도 모니터해 주는 전극과 전도체 띠들이 심어져 있다.
이 구명셔츠는 웹에 접속해 착용자의 신체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업 로드해 이상 수치와 비교,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는 방광 기능에서부터 심장판막과 혈압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모니터하는 이식 가능 센서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시스템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키보드와 마우스, 디스플레이 장치를 거추장스럽지 않으면서도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네트워크 전류를 은폐된 전선이나 피부 등을 통해 흐르게 하는 기술이 선결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조 스미스 박사의 웨어러블 컴퓨터
존스홉킨스 병원 외과 전문의인 조 스미스 박사는 첨단 디지털 기능으로 무장된 개인용 웨어러블 컴퓨터를 착용하고 있다. 그의 몸에 부착된 웨어러블 컴퓨터의 기능에 대해 살펴본다.
1. 지갑
신용카드 크기의 이 지갑에는 일정표나 재정기록, 친구나 가족에 대한 세부적 사항들과 같은 수많은 개인정보들이 저장돼 있다.
이 지갑은 스미스 박사가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물건 값을 자동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그는 출구를 빠져 나오기만 하면 된다.
2. 구명셔츠
여러 개의 전극과 전도체 띠들이 심장박동과 호흡, 심폐기능을 모니터링 한다.
이식 가능한 센서들을 통해 인체 내부 기관들로부터 나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셔츠에 전달되게 한다.
이 같은 모든 자료들은 집과 직장에 있는 스미스 박사의 컴퓨터로 직접 전달된다.
3. 특수 안경
텍스트가 안경 렌즈에 디스플레이 되거나 직접 망막에 투사된다.
예를 들어 스미스 박사의 PDA가 지속적으로 그의 일정을 확인한 다음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해 다음 목적지를 알려준다.
4. 위치 추적하는 시계
전전화기와 음성-문자 호출기, GPS 장치와 일정 관리기를 통합한 이 시계는 24시간 스미스 박사의 위치를 추적한다.
필요할 경우 병원에서는 그의 위치를 즉각 파악해 연락을 할 수 있다. 시계에 부착된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가야 할 위치와 지도가 제공된다.
5.속도 측정 운동화
스스미스 박사의 운동화에 들어있는 컴퓨터는 그가 응급실에서 걸어 다니는 속도를 측정한다.
스미스 박사가 뛰어다닐 경우에는 스스로 알아서 지지력을 증가시켜 준다.
또한 다시 속도를 늦춰 걷기 시작하면 지지력을 줄이고 쿠션을 늘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해준다.
6. 신체 네트워크
스미스 박사의 몸에 장착된 컴퓨터를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류를 기존의 전선 대신 피부를 통해 흘려 보낼 수도 있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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