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청 장관을 지낸 이토 히데키(사진) KPMG재팬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현직 장관 시절인 지난해 3월 ‘인공지능(AI) 디스커션 페이퍼’를 펴냈다. 금융 산업 현장과 감독에서 AI의 중요성을 전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보고서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위험(risk of not taking actions)’, 즉 리스크를 지지 않는 리스크를 경고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글로벌 산업·투자 환경뿐만 아니라 금융 산업 자체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18일 “리스크를 경계해 필요한 도전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며 “무엇이 위험한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변하면 합리적으로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조차 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금융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경쟁력도 점점 약화된다”며 “이는 금융사의 경영 관점에서도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투자 사슬(Investment Chain)’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자금이 단순히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성장 자금으로 흘러가고 그 성과가 다시 가계로 환원되는 구조를 중요하게 봐왔다”며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도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돈이 그냥 자동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위험을 가계가 스스로 판단해서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금융청은 자산운용사와 연금 등이 제 역할을 하고 자금 순환이 보다 잘 작동하도록 제도와 환경을 정비해왔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선순환 구조가 점차 자리를 잡게 됐다는 것이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의 설명이다.
그는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자금을 투입하는 최종 주체는 민간금융이 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금융사들은 수익성이 없는 분야에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정부가 보조금·정책금융을 투입하면 일정 부분 수익성을 보장하고 리스크를 낮춰 민간금융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겠지만 이는 보조일 뿐 정부가 모든 프로젝트를 재정으로 떠안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 감독도 단순히 건전성만을 보는 단계에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금융사들이 적절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지속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쪽으로 중심이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금융사 내부의 평가·보상 체계 또한 리스크 문화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전략산업 프로젝트는 회수 기간이 길고 기술 의존도가 높아 일정 수준의 투자·대출 리스크가 있는데 이를 단기 성과 중심으로 판단해 임직원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구조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기업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단기적으로 리스크가 현실화됐다고 해서 평가를 크게 낮추고 치명적인 감점을 준다면 누가 리스크를 감수하겠느냐”며 “결국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조직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리더를 선택할 것인가, 리스크 감수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어떤 평가 제도를 구축할 것인가 같은 부분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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