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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기업에도 파격 대출…'벤처 무덤' 오명 지운 日 메가뱅크 [리빌딩 파이낸스 2026]

■금융, 산업전쟁의 버팀목-<상>투자사슬 구축한 일본

미즈호, 여신심사서 흑자 여부 안봐

자체적으로 기술평가·시장검증 통해

소부장 포토일렉트론소울에 출자도

지방銀과 신디케이트론 조성도 활발

AI 등 전략산업 투·융자 드라이브

자금 공급에 그치는 韓 금융과 대조

도쿄 마루노우치에 위치한 미즈호 마루노우치타워의 모습. 미쓰비시UFJ금융그룹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등 3대 메가뱅크 본점과 주요 오피스 건물이 늘어서 있다. 신중섭 기자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미즈호은행 등 일본 3대 메가뱅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반도체·우주항공·인공지능(AI) 등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투융자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적기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적자 기업에도 대출을 내어줄 수 있도록 여신 심사 제도를 뜯어고치는 한편 지방은행과의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이나 정부·산업계와 힘을 합친 매칭펀드를 조성해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이끌고 있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후 추진되고 있는 ‘사나에노믹스’ 기조 아래에서 더 탄력이 붙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우주·반도체·GX·AI·바이오·핵융합 등 6개 분야를 일본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전략기술로 규정하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략산업 육성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은 단연 메가뱅크를 필두로 한 민간금융사들이다. 일본은 정책금융보다는 민간이 투자·대출·생태계 조성 등에 보다 적극적인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정부와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과 국민성장펀드를 추진하는 한국과는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 일본 소재의 한 기업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금융사들이 직접 나서 대출 기업들의 기술 수준과 수요, 프로젝트 기간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은행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산업 분야에 있는 성장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위해 여신 심사 제도까지 대폭 손질할 정도다. 미즈호은행은 2023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심사 규정을 전면 개정해 1차 심사에서 기업의 흑자 여부를 보지 않기로 했다. 국내의 경우 적자 기업은 보증 없이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과 대비된다. 가네다 마사토 미즈호은행 리테일·기업금융부문 부부문장은 “사업 초기에는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채용·마케팅 등으로 비용이 늘기 때문에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재무제표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심사 방식으로 성장 기업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시장 검증을 대출 심사 과정에 포함시킨 것도 특징이다. 통상 이런 검증 절차는 투자 과정에서만 이뤄지지만 미즈호은행은 이를 여신 심사에도 반영하고 있다. 반도체 검사 장비 기업 포토일렉트론소울에 출자할 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키옥시아 관계자로부터 기술 평가를 받기도 했다. 창업자와 경영진 등에 대한 평가도 진행한다.

전략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융자 움직임은 다른 메가뱅크에서도 확인된다. MUFG는 중기경영계획(2024~2026년)에서 기업금융의 핵심 전략 방향을 ‘일본 산업의 부흥’으로 설정하고 우주·GX·반도체 등 3개 분야를 주력 산업으로 보고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SMBC 역시 성장 기업에 대한 여신 심사 체계 고도화와 투융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규모 신디케이트론 조성도 활발하다. 미즈호은행은 2024년 일본 위성 스타트업 신스펙티브에 약 80억 엔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했다. 올해는 우주 관련 기술기업을 포함한 상장·비상장사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SMBC 역시 홋카이도 지역의 지방은행과 손잡고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신디케이트론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매칭펀드가 활성화된 것도 특징이다. 자산운용사 SPARX가 조성한 110억 엔 규모의 우주항공 분야 벤처투자펀드 ‘스페이스 프런티어 펀드 II(Space Frontiers Fund II)’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이 펀드에는 정부와 MUFG·미즈호 등 금융권, 도요타·미쓰비시 등 산업계가 파트너십을 맺고 참여 중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금융이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일본 금융은 투자·기획·검증에까지 참여하며 산업 성장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책금융보다 민간 중심의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가 더 유연하게 이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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