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을 겨냥해 “연임이 반복되면 차세대 리더십도 ‘골동품’이 된다”고 직격했다. 앞서 국내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해 수차례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이 원장이 재차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할 경영진 인사에 대한 당국의 개입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요즘 금융지주사가 차세대 리더십을 내세우는데 금융지주 회장들이 너무 연임하다 보면 차세대 후보군에 무슨 리더십이 생기겠냐”며 “6년이 지나면 그분들도 에이징돼(나이가 들어) 골동품이 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통상 3년 임기인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할 경우 차기 회장 후보군도 고령화하는 만큼 차세대 리더십의 등장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도 날 선 발언을 내놓았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을 보면 교수 등 특정 직업 집단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며 “미국계 투자은행의 경우 경쟁사 출신이 이사진에 참석하는 것처럼 한국도 이사회를 꾸릴 수 없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최근 잇따라 연임을 확정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에 대한 공개 경고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금감원은 현재 BNK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BNK금융 검사 결과를 보고 다른 금융지주사로 점검을 확대할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민관 합동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 논의와 연결해서 보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이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비판적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BNK금융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특이한 면이 많아 계속 챙겨보고 있다”고 언급한 이 원장은 12월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사회 구성에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구조”라고 연거푸 지적했다. 같은 달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도 사외이사 선임 시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 주주 추천과 함께 정보기술(IT) 보안과 소비자 보호 부문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사 수장들을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한 이후 감독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이날 쿠팡파이낸셜의 고금리 대출과 관련해 “소위 ‘갑질’과 비슷한 상황 아닌가 판단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파이낸셜은 쿠팡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최고 연 18.9% 수준의 대출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자율 산정 기준을 매우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폭리로 비춰지는 부분이 있다”며 “정밀하게 현장 점검하고 검사로 전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익일 결제를 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쿠팡은 한 달 이상으로 결제 주기가 굉장히 길어 의아했다”고도 했다. 다른 유통 플랫폼과 달리 정산 주기가 길어 입점업체가 고금리 대출을 받을 유인이 크다는 뜻이다.
쿠팡과 같은 유통 플랫폼의 전자 결제에 대해 감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전자상거래 결제는 금융업 규율 대상인데 정작 몸통인 전자상거래 자체는 이원화돼 있다”며 “쿠팡을 탈퇴할 때 국민들이 여러 고통을 겪는 일이 반복되는데 금융업권과 동일한 수준까지는 규율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정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옥상옥’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을 못 하겠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지정은 안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를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경제 부처 및 금융 당국 수장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날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포용 금융과 생산적 금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자금 흐름을 첨단전략산업과 벤처·창업·자본시장 등으로 대전환하는 생산적 금융을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산업에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 12월 2일자 9면 참조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vita@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