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함량이 20% 이상인 고지방 치즈나 고지방 크림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은 장기적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이 13~16%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룬드대 에밀리 소네스테트 박사 연구팀은 18일(현지시간) 미국신경학회(AAN)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게재한 논문에서 스웨덴 성인 2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유제품 섭취와 치매 발생 간 관계를 2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네스테트 박사는 "이 결과는 뇌 건강 측면에서 모든 유제품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고지방 치즈·크림은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있었지만, 저지방 치즈·크림이나 다른 유제품은 같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도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치매 치료법이 없어 식이요법 등을 통한 위험 요인 관리가 중요한 공중보건 과제로 꼽힌다. 유제품은 서양 전통 식단의 핵심 요소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으나 치매와의 연관성은 그동안 논쟁이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스웨덴 말뫼 식이 및 암 코호트(Malmö Diet and Cancer cohort)에 참여한 성인 2만7670명(평균 연령 58.1세)을 대상으로 7일간 식사일지와 면담을 통해 섭취한 유제품의 종류와 양을 파악하고, 이후 25년간 치매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추적 기간 동안 전체 참가자 중 3208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고지방 치즈·크림 섭취 그룹에는 지방 함량 20% 이상인 체다·브리·고다 치즈 등을 하루 50g 이상 섭취하거나 지방 함량 20% 이상인 휘핑크림·더블크림 등을 하루 20g 이상 섭취한 사람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고지방 치즈를 하루 50g 이상 섭취한 사람은 하루 15g 미만을 섭취한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13% 낮았다. 특히 고지방 치즈와 알츠하이머병 간 연관성에는 치매 위험 변이 유전자인 ApoE-e4 보유 여부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지방 크림을 하루 20g 이상 섭취한 사람은 전혀 섭취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16% 낮았다. 치매 유형별로 보면 고지방 치즈 섭취가 많은 경우 혈관성 치매 위험이 29% 낮았고, 고지방 크림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위험 모두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저지방 치즈·크림을 비롯해 고·저지방 우유, 버터, 요구르트와 버터밀크 등 발효유 섭취와 치매 위험 사이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소네스테트 박사는 "고지방 식단과 저지방 식단 논쟁은 오랫동안 건강 지침에 영향을 미쳐왔다"며 "때로는 치즈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이 연구는 일부 고지방 유제품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팀은 참가자가 모두 스웨덴인으로 다른 인구 집단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렵고, 관찰 연구인 만큼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지방 유제품의 뇌 보호 효과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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