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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 굳은 폐에 온기를…폐이식으로 300명에 새 삶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2008년 첫 폐이식수술 후 누적 300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300번째 폐이식 수술을 받은 한모(가운데) 씨가 폐이식팀 의료진과 함께 성공적인 수술과 회복을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이 인공호흡기나 에크모(인공 심폐기) 없이 혼자서는 숨쉬기 힘든 말기 폐부전 환자들을 위해 시행한 폐이식 수술이 300례를 넘겼다.

1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간질성 폐질환으로 인해 폐가 딱딱해져 숨쉬는 것조차 어려웠던 한 모(64)씨에게 지난달 21일 뇌사자의 폐를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폐이식 300례를 달성했다. 한 씨는 수술 후 중환자 집중관리와 전문적인 호흡재활을 거쳐 현재 순조롭게 회복 중이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의료진 덕분에 우리 가족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선물 받았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산병원 폐이식팀은 지난 2008년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에게 뇌사자의 폐를 이식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국내 최초로 생체 폐이식에 성공했다. 당시 특발성폐고혈압으로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스무 살 환자가 부모의 폐 일부를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수술 성공을 계기로 건강한 사람의 폐를 이식받을 수 있게 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됐다. 2019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30건 이상의 폐이식 수술을 시행 중이다.

그간 이 병원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은 300명의 환자 중 약 66%는 심장과 폐 기능이 극도로 저하돼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주입하는 고난도 장비인 에크모나 인공호흡기를 장기간 유지한 중증 환자였다. 그럼에도 이식 후 생존율은 1년 76.5%, 3년 67.9%, 5년 64.2%, 7년 60.5%를 기록했다. 전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의 성적을 합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의 생존율이 1년 85%, 3년 67%, 5년 61%인 것과 비교하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폐는 심장이나 간, 신장 등 다른 장기와 달리 뇌사자 기증이 적어 이식 대기가 더욱 길다. 호흡 과정에서 외부 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감염 위험도 크다. 이식 거부반응도 심해 이식 후 생존율이 높지 않다.

아산병원 폐이식팀은 이식 후 생존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로 유기적인 다학적 시스템을 꼽았다. 폐이식팀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집도의의 풍부한 수술 경험과 더불어 폐이식 환자를 중심으로 호흡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감염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장기이식센터, 중환자실, 병동 등 다양한 부서의 의료진 참여로 중환자 관리를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폐이식 후에는 이식 거부반응과 여러 합병증을 막기 위해 꾸준한 면역억제제 복용이 필수적이다. 폐이식팀은 환자들의 면역억제제 복용을 면밀히 조절하고 올바른 호흡재활을 도와 환자들에게 장기 생존과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다.

병원에 따르면 폐이식 환자 300명 중 192명(64%)이 남성으로 여성(108명(36%)보다 월등히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79명), 40대(38명), 30대(28명), 20대(13명), 10대(24명), 10세 미만(14명) 순이었다.

원인 질환으로는 폐가 딱딱해지면서 폐 기능을 상실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특발성폐섬유증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폐쇄세기관지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 폐질환, 중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 특발성폐고혈압을 가진 환자들이 폐이식 수술을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으로 심각한 폐 손상을 입은 환자도 13명 포함됐다.

300번째 수술을 집도한 폐이식팀의 최세훈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폐이식 생존율이 다른 장기에 비해 낮았지만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이식 환자 5명 중 3명이 5년 이상 생존할 만큼 수술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며 "이는 전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들의 생존율을 앞서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은 "앞으로도 폐이식팀의 숙련된 수술 경험과 다학제 기반의 중환자 집중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더 많은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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