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으로부터 정치권 인사 금품 로비 의혹 수사를 넘겨받은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붙이는 것은 일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올해 만료되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 대상이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치권은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특별수사전담팀’은 이달 말까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언급한 주요 피의자는 물론 통일교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려운 경찰은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다.
현재 경찰이 직면한 과제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 올해 12월까지 만료를 앞둔 2018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윤 전 본부장은 2018~2020년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 원씩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품 전달 시기가 2018년 12월 이전이라면 공소시효는 만료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이 이달 5일 재판에서 한 ‘2022년 2월 교단 행사를 앞두고 정부 장관급 4명과 접촉했다’는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의 경우 시기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이전이라는 이유로 해당 의혹을 수사에서 배제했다. 수사가 가능한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사실로 판명돼 공소시효가 2028년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대가성이 있는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최대 공소시효가 15년인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윤 전 본부장은 이날 진술을 뒤집었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본부장은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면식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8월 특검팀 조사에서 여야 정치인 5명을 접촉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윤 전 본부장이 자신의 재판에 이러한 파장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입장을 번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발단으로 전담팀까지 꾸린 경찰은 처지가 난처해졌다. 윤 전 본부장이 추후 진행될 경찰 조사를 앞두고 진술을 뒤집어 경찰에 입을 여는 대가로 선처를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진술 외에는 뾰족한 증거자료가 없는 경찰은 이른 시일 내 윤 전 본부장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수사가 내년 검찰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앞두고 경찰이 수사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공소시효에 대한 부담을 덜고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복잡한 사안까지 깊이 파고들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셈법이 복잡하다 보니 사건 이첩을 두고 특검과 경찰 내부에서도 이견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민주당 금품 수수 의혹 내사 사건의 이관 방식을 두고 특검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렸다고 전해졌다. 특검법은 수사 기간 내 수사 완료나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 수사 기간 만료 후 3일 이내에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인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특검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을 어디로 넘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이로 인해 해당 사건을 국수본이 아닌 중앙지검으로 보내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국수본 내부에서도 일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다수가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어 소환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수사 규모 대비 비교적 부족한 23명의 인력을 급히 구성했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특검이 올 8월 최초로 진술을 확보한 뒤 4개월가량 수사를 지연시키고 기한 만료 전 경찰에 사안을 급하게 떠넘겼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경찰 고위급 관계자는 “이번 의혹의 경우 여야 정치인이 모두 얽혀 있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수사의 결론이 나도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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