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금 가격과 미국 증시가 동시에 심각한 거품 상태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50년 동안 유례를 찾기 힘든 두 자산의 ‘동반 폭등’ 현상이 포착됐으며 이는 대규모 시장 조정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IS는 8일(현지 시간)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서 “자산 가격 거품을 탐지하는 통계적 검증 모델(BSADF)을 통한 분석 결과, 금과 미국 S&P500 지수가 지난 50년 만에 처음으로 동시에 ‘정상적인 가격 흐름을 벗어났음'을 의미하는 ‘폭발적 행동(explosive behaviour)’ 영역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과거 이 같은 사례가 ▲1980년 ‘대인플레이션’ 시기의 금값 폭등 직후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자산 가격이 펀더멘털을 벗어나 폭발적으로 상승한 뒤에는 예외 없이 급격하고 빠른 조정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이번 과열의 가장 큰 특징이자 위험 요소는 개인들의 투기 자금이다. BIS는 “기관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거나 금 포지션을 늘리지 않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정반대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성격이 투기 자산으로 변질됐다는 징후도 포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 상자지수펀드(ETF)의 시장 가격이 순자산가치(NAV)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거래되는 '프리미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BIS는 “차익 거래가 원활하지 않을 정도로 개인들의 매수 압력이 비이성적으로 강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시장통계를 보면, 9일 기준 금 가격은 2024년 말 대비 약 60%나 폭등하며 같은 기간 인공지능(AI) 열풍을 탄 S&P500(16% 상승)과 나스닥(22% 상승)의 상승 폭도 훨씬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쌍끌이 버블’이 무너질 경우 그 충격이 과거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수의 빅테크 기업(M7)이 증시 전체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린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실적 우려가 현실화하면 주식과 금이 동반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BIS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한 시장은 ‘군중심리에 취약하다”며 “향후 투매가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켜 시장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BIS는 통계적 모델이 버블 상태임은 알려주지만, “거품이 언제 터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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