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면서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과 여행상품이 대거 취소되고 있다. 이 여파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중국 매체 제일재경과 펑파이신문은 항공 정보 플랫폼 ‘항반관자(DAST)’ 자료를 인용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중국–일본 간 12개 항공노선의 운항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결항된 노선에는 나고야(주부), 후쿠오카, 삿포로(신치토세), 오사카(간사이) 등 일본 주요 도시가 대거 포함됐다.
향후 일주일간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의 평균 결항률은 오는 27일 21.6%에 달할 전망이며, 일부 노선은 결항률이 60%대까지 치솟았다. 대표적으로 톈진–간사이(65.0%), 난징–간사이(59.4%), 광저우–간사이(31.3%) 노선이 높은 결항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급격한 결항 확산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여행 자제령이 자리 잡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히자 중국은 강력 반발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이를 거부하자, 중국 외교부와 주일 중국대사관, 문화여유부, 교육부 등은 14~16일 일제히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유학을 자제하라는 조치를 발표했다.
◇ 항공권·호텔 취소 ‘도미노’…中여행사들 일본상품 판매 중단
여행 자제령 발표 직후, 중국 국제항공(에어차이나)·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 항공권에 대해 수수료 없는 취소·변경을 허용하는 특별 조치를 내놨다. 이어 하이난항공, 쓰촨항공, 춘추항공, 선전항공, 샤먼항공 등 10여 개 항공사도 동일한 특별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 노선은 향후 운항 계획 자체가 취소됐다. 쓰촨항공은 2026년 1~3월 청두–삿포로 노선 운항을 전면 철회했으며, 춘추항공도 일본 관련 다수 노선이 ‘결항’ 상태로 표시되고 있다.
호텔 예약 취소 역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 호텔 예약을 무사히 취소했다”는 인증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으며, 다수 여행사들은 일본 패키지·단풍투어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한 중국 OTA(온라인 여행사) 실매장 직원은 “매년 11월 중·하순은 일본 간토·간사이 단풍 상품이 가장 인기 많은 시기지만, 지금은 관련 상품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 여행 수요, 일본 떠나 韓·동남아로 이동
여행 취소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중국 소비자의 해외여행 수요는 한국과 동남아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 집계에서 한국은 15~16일 기준 중국인 인기 해외여행지 1위를 차지했다.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중앙TV(CCTV)는 중국 여행객이 일본 방문을 크게 줄일 경우 일본 경제가 약 2조2000억 엔(약 20조7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일본 방문 외국인 3165만 1000명 중 약 748만 명이 중국 관광객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ftershock@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