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월세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임차인의 부담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월세 거래 비중은 60% 중반까지 치솟았고, 평균 월세도 1년 새 18만 원 오른 144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월세화(化)’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라고 지적한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전·월세 거래 7만24건 중 월세는 4만6144건으로 전체의 65.9%를 차지했다. 월세 비중은 2023년 56.6%, 지난해 60.1%에서 올해 60%대 중반으로 올라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달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1.51로 역시 역대 최고치였다.
월세 144만 원은 4인 가구 중위소득(약 609만 원)의 20~25% 수준으로, “주거비 비중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청년·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은 월세 외의 선택지가 거의 사라진 상황으로, 주거비 부담이 결혼·출산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서울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든 것이 월세 급등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 공급 부족에 더해 금리 환경 변화와 세제·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집주인들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전세 매물 감소 → 전세가 상승 → 세입자의 월세 이동 → 월세 수요 급증 → 월세 상승”이라는 악순환으로 본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 탓에 전세보증금 운용 이익이 줄어든 반면 월세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장해 집주인 선호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다주택자 규제와 보유세 부담 강화도 전세 대비 월세 수익률을 높여 임대사업자·법인·개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에서는 월세 100만 원 이상 거래 비중도 전체의 절반 가까이 이르며, 고가 월세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최근 2~3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뚝 떨어지면서 전세·월세 모두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한 점도 월세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공급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전세 수요까지 월세로 이동하며 수급 불균형이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한목소리로 정책 대응의 부재를 지적한다. 임대차 시장은 급변하고 있지만 △공급 확대 △세입자 보호 장치 △대출 제도 보완 등 기반 정책이 뒤따르지 않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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