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정치인 출신으로 사실상 외교 ‘초보’인 그가 특유의 친화력으로 각국 정상들에 친밀하게 다가서며 공적인 외교 행보에 집중했던 이전 총리들과 다른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수반으로서 신선함과 경솔함을 구분해야 한다는 비판 역시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동생’처럼 부르더니 ‘와락’
2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정상들에 친화력을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인사하며 두 팔을 뻗어 포옹하는 장면을 한 사례로 들었다. 올해 64세인 다카이치 총리는 48세로 한참 동생인 멜로니 총리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먼저 다가갔다. 블룸버그는 “정상회의 내내 대체로 무표정했던 멜로니 총리는 다카이치 총리의 손을 꼭 잡으며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남성 중심의 정치 문화에서 집권한 여성 총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적 성향이 극우에 가깝다는 점도 비슷하다. 두 정상이 그래서 더욱 친밀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외교 무대에서 물러나면서 멜로니 총리는 종종 나이 든 남성 사이에 유일한 여성 정상이었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휴식 시간 동안 옆 자리에 앉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의자를 굴려 다가가 말을 거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장에서 앤서니 앨버리지 호주 총리와 대화할 때 테이블에 걸터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고 대화를 하는 장면 등도 눈에 띄었다”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10월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팔짱을 낀 채 이야기를 하고, 경주 APEC 회의장 내 배치된 태극기에 목례를 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외교 초보 맞나… ‘괴물’같은 친화력”
일본 내 반응은 엇갈린다. 한 쪽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친밀한 접근이 신선하다고 평가한다. 일본 작가인 류쇼 카도타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다카이치 총리의 친화력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일본이 국제 사회의 중심이 된 것 같다”고 호평했다. “다카이치 총리를 누가 외교 초보라고 불렀나. 사교 현장에서 완전한 ‘괴물’’”이라는 반응도 X에 올라왔다.
그의 솔직한 화법은 국내 정치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이달 국회에서 “한 여론조사에서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1위가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한다”며 “그래서 ‘내가 그렇게 성격이 나쁘냐’고 남편에게 물어봤다”고 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으로 장내가 웃음 바다가 됐다. 다소 엄숙한 분위기로 유명한 일본 국회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만 유사 개입’ 발언으로 中 극렬 반발… “너무 경솔해” 비판도
그러나 국가 수반인 총리의 언행이 가볍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공으로 향하는 도중 자신의 X에 ‘출국 전에 옷을 고르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서 논란이 일었다. 그는 "외교 교섭에서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 옷을 무리를 해서라도 사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비판은 ‘우위를 점하는’ 이라는 의미로 읽히는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이라는 표현에 모아졌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국제 회의장에 가면서 우위를 점하려는 옷을 골랐다는 글을 올리다니 너무 경솔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다카이치 총리의 X에서는 해당 글이 삭제된 상태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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