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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급진파·커피하우스…과거서 찾은 미래 해답

■ 내일을 위한 역사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더퀘스트 펴냄)





어느 시대에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고 이들은 ‘온건파’와 ‘급진파’로 나눠진다. 일반적으로 급진적이 아닌 온건파가 그나마 정당하고 역사의 순기능을 한다고 말해져 왔다. 다만 정말 그럴까. 급진파의 역할은 부정적이기만 할까.

신간 ‘내일을 위한 역사(원제 History for tomorrow)’의 저자인 로먼 크르즈나릭은 실제로는 급진파가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1800년대 초 영국은 노예제 문제로 설왕설래했다. 노예제를 유지하자는 기득권층과 무리 없는 점진적 폐지를 주장하는 온건 개혁파, 그리고 ‘오늘 당장’ 없애자는 급진파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1830년대 들어 노예제 폐지가 이뤄졌는데 급진파의 역할이 핵심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노예의 반란 위협에 놓인 기득권층이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느니 그나마 덜 혼란스러운 노예 해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급진파는 주류인 온건파보다 더욱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온건파의 기존 요구를 권력자들에게 수용할 만하거나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는 19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말콤 X’라는 급진파가 있었기에 ‘마틴 루터 킹’이라는 온건 개혁파의 목소리가 그나마 덜 위험하다는 인식을 당시 주류 백인들에게 줬다는 의미다.



책은 현재의 정치와 사회, 경제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역사에서 사례를 찾아보자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말 그대로 ‘내일’을 위해 ‘어제’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꼼꼼한 사례들은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인다.

역사 속의 급진파와 온건파 사례는 ‘화석연료 중독을 더 늦기 전에 끊을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설명하면서 나왔다. 오늘날에도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에 온건파와 급진파가 있다. 그중에서 화석연료 중독을 당장 끊어야 한다는 일종의 ‘멸종 반란’ 같은 급진파의 활동이 유효하다는 역사적 근거인 셈이다.

책에는 기후 변화 외에도 이민, 쓰레기, 소셜미디어(SNS)와 가짜 뉴스, 물 부족, 위기의 민주주의, 유전공학, 불평등, 인공지능, 문명의 붕괴 등 10대 과제들이 나열돼 있다. 이를테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에도시대의 완벽한 순환 경제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든지, 중세 출판물의 대량 보급을 가능하게 한 인쇄술 도입과 사람들을 모으고 대화할 수 있는 장소가 된 커피하우스 붐이 현재의 부정적 SNS 영향을 해소할 수 있는 반면교사가 된다든지 하는 식이다. 저자는 “이 같은 역사적 사례는 근본적인 쇄신이 시급한 오늘날 전혀 다른 방식으로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통찰의 문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저자의 시각은 학문적으로는 ‘응용 역사’로 불린다. 사회철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인권운동가이기도 한 저자는 역사가 단순히 과거를 이해하는 수단이 아니라 미래와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2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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