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하자 중국이 ‘대일본 보복’에 나섰다. 여행·유학 자제 권고, 수산물 수입 금지, 민간 교류 중단으로 이어지는 조치는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삼는 중국의 민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국가 자강 시스템’이 재가동되는 흐름 속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출범 직후부터 안보 강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안보 3대 문서 개정, 방위비 증액 등은 패전 후 전쟁·교전권을 부인하는 ‘평화헌법 9조’에 묶여 있던 일본을 ‘군사 역량을 갖춘 정상 국가’로 전환하려는 노선이다. 북중러 밀착과 미국의 ‘동맹의 대가’ 압박이 일본 보수 세력에게는 ‘강한 일본’의 명분이 되고 있다.
중국 역시 자국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문화·관광·투자 전 분야를 동원해 압박하는 체계를 갖춰왔다. 이번 조치는 그 시스템이 유효하며 언제든 우리를 겨냥할 수 있음을 새삼 확인시켰다.
지금 세계는 동맹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각자도생의 시대’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불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경시 기조가 겹치면서 ‘자강’이 각국의 핵심 과제가 됐다. 일본은 안보 재무장으로, 중국은 경제 보복을 전략 수단으로 삼아 생존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웃 국가들의 충돌은 우리의 생존 체계를 재정비하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일 갈등은 한국의 경제·관광·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중일 3국은 역사·정치·경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쪽의 도발이 역내 외교 공간과 경제 생태계를 흔드는 구조다. 이미 중국은 이번 갈등에 한일 간 독도 문제를 거론하며 전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3자적 관점에서 중일 다툼의 반사 이익만 계산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경제 위압’이라는 비판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세계가 동시에 ‘자기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국면에서 우리가 어떤 전략을 갖고 대응할지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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