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한미 통상·안보 협상 결과물인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결과를 직접 설명하기 위해 언론 앞에 섰다. 생중계된 이 대통령의 브리핑은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이번 팩트시트 발표로 사실상 핵잠 건조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주목할 점이 있다. 이 대통령이 브리퍼로 나와 발표한 한미 양국이 합의한 팩트시트에는 핵추진 잠수함을 어디서 건조할지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이 원하는 국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에 대해 미국의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걸전제로 진행했다”고 밝힐 뿐 한국에서 건조한다고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미국측 팩트시트에도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 지역에 대해선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이 과연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양국 정상이 사인한 한미 팩트시트 및 한미 국방당국이 합의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종합해 ‘5문 5답’(Q&A)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1. 한국에서 핵추진 잠수함은 건조할 수 있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미 팩트시트에는“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했으며 연료 조달 방식 등을 포함한 이 사업 추진 요건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에 대한 미국 승인이 문구로 명시된 것이다. 문제는 건조 장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지난해 6월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내 조선소다. 건조 장소를 놓고 대통령실과 입장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이 한국에서의 건조를 확인했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충분히 이야기했다. 우리가 여기서 배를 만들고 원자로도 우리 기술로 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건조를 미국이 승인했다는 확답은 하지 않아 현재로선 한국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2. 핵추진 잠수함 건조 위해 해결될 선행 과제
건조 장소는 둘째로 치고 원래 이 대통령이 요구한 연료 공급에 대해서도 팩트시트에선 연료 조달도 ‘한국과 긴밀히 협조’이라는 원론적 문구로 담겼다. 미국이 연료를 제공하겠다는 등의 약속이 없다는 문구는 담지 못했다.
한국은 잠수함 선체와 소형 원자로 건조 능력은 대부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연료로 쓸 농축 우라늄 확보가 가장 큰 변수다. 따라서 미국이 의 봉인 핵연료를 공급하거나 한국의 자체 생산 등을 위해선 추가 협상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은 평화적 목적에 국한됐기 때문에 핵추진잠수함의 연료 확보를 위해서는 한미가 별도의 협정을 맺어야 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미 행정부 내 있을 수 있는 반대 기류는 잠재울 수 있지만 미 의회의 승인이라는 관문도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3. 한미 간 원자력협정 반드시 개정해야 하나
팩트시트에 원자력협정 개정은 언급되지 않고 ‘원자력협력협정에 부합한다’는 문구가 있다. 현행 협정 내에서 한국에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에 대해 미국 측이 지지한다는 것이지 얼마만큼 조정할 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따라서 핵무기와 무관하지만 핵추진 잠수함 등 군사적 용도로 핵 물질을 사용하려면 원자력협정 개정 보다는 별도 협정이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에서 건조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연료 공급을 받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호주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을 공급받는 사례가 거론된다. 호주와 미국 양측은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 기반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대신 제 91조에 있는 예외 조항을 적용해 별도 협정을 체결했다.
외교부도 “민수용은 평화적 목적이고 군사용과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핵추진 잠수함에 있어선 별도로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4.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승인도 필요한가
핵추진 잠수함에 설치되는 원자로는 핵 물질 감시 및 추적이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의해 연료인 농축 우라늄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반드시 검증 받아야 한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핵 연료를 가지고 재래식 잠수함을 추진하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즉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IAEA가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을 받을 때 NPT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리도 이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를 통해 NPT 체제를 존중하고 그 체제 하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국제 사회가 동의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야 중국과 북한 등 주변국의 반대에 반박할 수 있는 명분을 얻어낼 수 있다.
중국은 2021년 오커스 출범 이후 IAEA 회의 등에서 NPT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료도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90% 이상 농축 우라늄이 아니라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5.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걸리는 기간·비용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해서는 넘어야 난제가 많지만 분명한 사실은 잠수함 선체와 소형 원자로 건조 능력은 대부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연료 공급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건조에 들어갈 수 있다.
대통령실은 우선 10년 내 핵잠 도입을 잠정 목표로 설정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핵잠 자체를 어디서 짓느냐는 한국에서 짓는 것이 전제”라며 “(핵잠 도입)목표는 1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안다. 빨리 시작해서 시기를 앞당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미 간 협력만 잘 이뤄지면 건조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핵)연료만 있다면 10년 이내 건조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술과 보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건조 기간 단축 가능성도 시사했다.
군 당국은 배수량 5000톤급 이상 핵추진 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 이후에 4척 이상 건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척에 3조 원 가량이 소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4∼6척을 건조하는 데 12조∼18조 원이 투입되고 개발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비용이 20조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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