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으로 맞서 온 의료계의 직역이기주의가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0일 “지역의사제 도입과 성분명 처방 허용 등에 반대한다”면서 “(의사)면허와 자격의 영역을 무시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또 기득권 논리를 앞세웠다. 의협은 16일에도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열고 정부가 이를 강행할 경우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1년 6개월이나 끌었던 의정 갈등이 끝난 지 불과 두 달 만에 또 거리로 나선 것이다.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 게다가 의료계는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외치면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도 그렇다. 최근 부산에서는 고등학생이 구급차에 실린 채 1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다 숨진 비극이 발생했는데도 의료계는 여야 합의로 지난달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응급실 뺑뺑이법’에 대해 “의료 현장을 무시한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때 국민 건강을 책임졌던 비대면진료의 법제화도 의료계의 반발로 환자들의 편의성과 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퇴색했다. 진료 범위가 재진에서 초진까지 확대된 것은 다행이지만 지역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되고 의약품 배송과 의약품 도매업은 아예 막혀 버렸다.
의료계는 그동안 의약분업,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마다 직역의 이익을 앞세우며 집단행동으로 맞서 왔다. 물론 의사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특히 환자를 볼모로 잡고 집단행동에 나서는 행태는 누구로부터도 이해를 얻기 어렵다. 국민 눈에는 이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어떤 직역의 이해관계보다도 우위에 있다. 의료계는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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