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정책 덕분에 인재 시장에서 이른바 ‘크리스마스 세일’ 기간이 도래했다고 말합니다.”
한남식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 교수 겸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대학 등에 적을 두고 있는 교수나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연구비나 연봉과 같은 처우 개선 외에 자녀 교육과 주거 문제 등 정주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9월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 전임 교수로 임용된 한 교수는 세계 최고 대학이라는 케임브리지대가 아닌 연세대를 택한 배경으로 본인의 학자적 호기심 외에 각종 지원책을 꼽았다. 한 교수는 현재 연세대 교수와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을 겸직 중이지만 전임 교수직은 연세대를 택했다. 실제 그의 명함 앞면에는 연세대 교수 직함이, 뒷면에는 케임브리지대 교수 직함이 각각 영문으로 적혀 있다. 연세대 외에 국내 주요 대학 및 대형 바이오 기업도 연구 환경 보장이나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한 교수 영입을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수는 “10여 년 동안 매년 6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 사업’ 패키지 외에 대학에서 거주비 등도 일정 부분 지원받았다”며 “윤동섭 연세대 총장의 계속되는 설득 외에 연세대 측이 보유한 ‘IBM 퀀텀 시스템 원’ 양자컴퓨터 장비 및 10여 년간 양자나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공동 작업으로 축적된 신뢰가 연세대를 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연세대 측은 한 교수가 당분간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임 이후 1년가량은 대학원생이나 학부생 대상의 강의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융합과학기술원 연구원 선발 권한은 전적으로 한 교수가 갖도록 하는 등 인사권도 보장했다. 케임브리지대 또한 한 교수에게 의무 수업 일수를 대부분 면제해줬으며 케임브리지대와 연세대 간의 연구소 공동 운영 등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수의 이번 한국행에 대해 주변 해외 연구자들은 대부분 만류했다고 한다. 한 교수는 “주변 교수들이 ‘한국은 행정 업무가 너무 과다하고 보고서 문화가 만연해 제대로 연구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며 “실제 영국에서는 연구 과제를 수주하면 ‘연차 보고서’나 ‘최종 보고서’ 같은 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지만 한국에서는 과제 수행 중 틈틈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해 해당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연구 과제 수주가 어렵지, 수주 이후에는 연구자에게 과제를 믿고 맡기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보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수행 과제 관리 또한 미래 지향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국내 대학의 해외 석학 유치 전략과 관련해 전임 교원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해외 주요 대학과 국내 대학의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 채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서양 주요 대학에서 연구 성과를 낸 분들을 연구 인프라와 함께 통째로 데려오는 방안도 좋지만 그들이 기존 대학과 한국 대학의 가교 역할을 하며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번에 연세대와 케임브리지대 간의 공동 연구 모델이 잘 작동한다면 국내외 연구자들도 ‘이 같은 모델도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hopi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