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가장 많은 55만 4174명이 응시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전체 난이도는 전년 수능과 비슷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올해 수능에서는 이과 수험생이 학습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올해 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을 1과목 이상 선택한 수험생은 전년 대비 15.1%포인트 상승한 77.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학 탐구를 선택한 학생들은 전체 응시자 수 감소에 따라 탐구영역에서 상위 등급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구조로 수시 모집에서 ‘수능최저’ 충족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창원 수능 출제위원장은 13일 수능 출제방향 브리핑에서 “2026학년도 수능은 고교 교육 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적정 난이도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했으며 교육과정에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함으로써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며 “교육과정에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은 이미 출제된 것이라도 문항의 형태, 발상, 접근 방식 등을 변화시켜 출제했다”고 밝혔다.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고 비판 받았던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이번 수능에서도 배제 기조가 유지됐다. 김 위원장은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을 배제했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치러지는 국어·수학 영역에서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출제됐다는 것이 평가원 측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선택과목이 있는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 균형이 이뤄지도록 출제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출제하고자 했다”며 “국어와 영어에서는 출제 범위 안에서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했으며 수학과 탐구, 제2외국어/한문은 개별 교과 특성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 중심 평가를 지향했다”고 가조했다. 필수 응시 과목인 한국사는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됐다.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율은 문항 수를 기준으로 50% 수준이다. 특히 영어의 연계 문항은 모두 EBS 교재의 지문과 주제·소재·요지가 유사한 여타 지문 등을 활용하는 간접 연계 방식으로 출제했다.
‘사탐런’ 현상과 관련해서는 “사탐런 현상에는 모든 학생이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려는 본능이 있다”며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가 영역 간 유불리 문제로까지 퍼진 형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출제위원회는 애초에 세운 목표 난이도에 따라 작년 수능 기조와 올해 6월·9월 모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에 근거해 문제를 출제한다면 그러한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적정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작년 수능과 유사한 수준이냐는 질문에는 “작년 출제 기조를 이어가도록 해서 과목별 표준점수 차이가 작년과 크게 나지 않도록 했다”며 “영어 같은 경우 절대평가인 만큼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응답 특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어 1등급 비율에 관심이 많은데 절대평가 체제에서 1등급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는 의미가 없고 우리의 관심사도 아니다”라며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번 수능의 과목별 난이도를 살펴보면 국어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EBS 국어 대표강사인 한병훈 덕산고 교사는 “올해 국어 난이도는 작년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 사이에 있다”며 “작년 수능과 더 유사한 난이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수능에서 국어는 모든 영역에서 난이도가 고르게 배치됐다”면서 “반면 올해 수능은 독서의 난이도가 오르고 문학 등 선택과목의 난도는 낮아져서 전체적으로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작년 수능 국어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역대 가장 어려웠던 재작년(150점)보다 11점 하락해 전년보다 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140점 전후반을 유지해 어느정도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6월 모의평가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37점, 9월 모의평가는 143점으로 작년 수능과 난이도가 비슷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하고, 시험이 쉬우면 하락한다.
EBS 연계율은 53.3%로, 총 24문항이 EBS 교재와 연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독서는 4개 지문 모두, 문학은 8개 작품 중 3개 작품이 EBS 수능 연계교재에서 출제돼 실제 수험생이 느꼈을 연계 체감도는 보다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별력이 높은 문항으로는 독서 8·12번, 문학 34번, 화법과작문 40번·언어와매체 36번 문항 등이 꼽혔으며 열팽창과 관련된 여러 개념의 의미와 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독서 12번이 까다로웠을 것으로 평가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어렵게 출제됐던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쉽고 지난해 수능 수준과 비슷하게 출제됐다”며 “전반적으로 변별력 있는 문제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독서 지문이 수험생들에게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8번(사회·법), 15번(인문·철학), 17번(인문·철학)이 고난도 문항”이라고 분석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독서의 난도가 높고 문학과 선택 과목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전년도 수능보다는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운 편으로 보이는데 독서 문항을 어떻게 해결했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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