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은퇴를 앞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5)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은퇴 이후에도 당분간 버크셔 지분을 유지하겠다며 주가 변동성에 불안해 하는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버핏 회장은 10일(현지 시간) 공개된 ‘추수감사절 메시지’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에서 “버크셔 주주들이 그레그(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부회장)에 대해 찰리(찰리 멍거 전 부회장)와 내가 오랫동안 누려온 신뢰감을 갖게 될 때까지 상당량의 A주를 보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주서한은 버핏 회장이 은퇴 전 마지막으로 보내는 ‘고별 편지’로 공개 전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버핏 회장은 올 2분기 말 기준 약 1490억 달러 상당의 버크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대부분은 주당 약 75만 달러(약 11억 원)에 거래되는 원본 A주에 집중돼 있다. 버크셔 B주는 전날 종가 기준 주당 499달러 수준으로, 증시에서 주로 유통되는 주식이다. 버핏 회장이 5월 초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은퇴 계획을 발표한 뒤 버크셔 주가는 6개월간 10% 넘게 하락했다. 최근 반등해 연중 수익률 1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수익률(약 16%)보다는 낮다.
버핏 회장은 에이블 부회장에 대해 “내가 처음 버크셔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생각했을 때 가졌던 높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다”며 무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내가 이해하는 것보다 우리 사업과 인력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으며 많은 CEO가 고려조차 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매우 빠르게 배운다”며 “여러분의 저축과 나의 저축을 관리할 사람으로 그레그보다 더 나은 CEO, 경영 컨설턴트, 학자, 정부 관계자 등 누구라도 떠올릴 수 없다”고도 했다.
버크셔의 사업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의 사업들은 전체적으로 평균보다 나은 전망을 갖고 있다”며 “내가 아는 어떤 기업보다도 치명적인 재앙을 맞을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했다.
재산 증여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버크셔는 버핏 회장이 이날 버크셔 A주 1800주를 B주 270만 주로 전환해 자녀들이 관리하는 가족 재단 4곳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증여 규모는 13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를 넘는다. 버핏 회장은 “내 자녀들은 모두 일반적인 은퇴 연령을 지난 72세·70세·67세에 이르렀고 세 자녀 모두가 나처럼 노화가 지연되는 특별한 행운을 누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실수일 것”이라며 “신탁 관리인이 그들을 대신하기 전에 그들이 내 전 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세 재단에 대한 생전 증여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일단 노화가 나타나면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대체로 양호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놀랍게도 나는 대체로 기분이 좋다”며 “느리게 움직이고 독서가 점점 어려워지기는 하지만 일주일에 5일 사무실에 출근해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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