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외국인들의 매도세 속에 4000선 아래로 밀려났음에도 증권가에서는 상장사 10곳 중 4곳의 목표주가를 오히려 지난달 말보다 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4200선을 돌파하며 급등하자 반도체·2차전지·자동차·조선 등 실적 기대 업종의 목표가가 빠르게 올랐는데 이달 들어 조정을 받으며 실제 주가와의 괴리율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 컨센서스가 집계된 상장사 274곳 가운데 104곳(38%)의 목표 주가가 지난달 31일보다 상승했다. 107곳(39%)은 유지, 63곳(23%)은 하향 조정됐다. 코스피가 7일 3953.76으로 마감해 10거래일 만에 4000선을 내줬지만, 상장사 10곳 중 8곳에 대한 눈높이는 ‘상향 또는 유지’된 것이다.
목표가 상향은 주로 반도체·2차전지·자동차·조선 등 실적 기대 업종에 집중됐다. 효성중공업(298040)(57.5%), 대덕전자(353200)(33.9%), 두산퓨얼셀(336260)(26.7%), LG에너지솔루션(373220)(21.7%), LG화학(051910)(21.1%)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효성중공업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속에 3분기 호실적을 내며 최근 한 달간 주가가 44% 올랐다. 반도체 패키징 기업인 대덕전자 역시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같은 기간 주가가 19.4% 상승했다.
대형주 가운데서는 현대차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효과로 목표 주가가 일주일 전보다 13.1% 높은 32만 5000원으로 상향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005930)는 AI 수요 폭증에 따라 13만 4038원으로 11.3% 올랐고, HD현대중공업은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수주에 71만 8667원으로 11% 상향됐다.
증권가의 낙관과는 달리 최근 외국인 매도세로 주가가 밀리면서 실제 주가와 목표가 간 괴리율은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31일 실제 주가(10만 7500원)와 목표가(12만 400원)의 차이는 약 12%였지만, 현재는 9만 7900원과 13만 4038원으로 벌어지며 괴리율이 36.9%로 세 배 가까이 확대됐다. SK증권은 이달 3일 삼성전자(17만 원)와 SK하이닉스(000660)(100만 원)의 목표주가를 가장 높게 제시했으나, 7일 종가는 각각 9만 7900원, 58만 원으로 목표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HD현대중공업 역시 같은 기간 실제 주가와 목표가가 엇갈리며 괴리율이 7.9%에서 37.9%로 다섯 배 가까이 벌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22.6%), 현대차(23.1%), 효성중공업(23.1%) 등도 20% 안팎의 괴리율을 보였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지난달 코스피가 19% 급등하자 서둘러 상장사들의 목표주가를 상향했지만 이달 들어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과 원·달러 환율 급등이 겹쳐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증권사의 ‘뒷북 전망’이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괴리율 확대가 단기적인 조정 국면에 따른 현상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어 현재의 조정 국면은 강세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수 이격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AI 버블 우려, 미국 셧다운 장기화, 관세 판결, 연준 통화정책 등 대외 변수로 조정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반등의 계기는 정부의 부양책이나 정책 기대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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