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왕실 보석을 도난당한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시스템 비밀번호가 다름 아닌 ‘루브르(Louvre)’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7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은 방범 영상 시스템의 접근 비밀번호를 ‘루브르’로 설정해 사용해왔다. 심지어 방위산업체 탈레스에 위탁한 또 다른 보안 시스템 비밀번호 역시 ‘탈레스’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한 직원이 프랑스 현지 언론에 익명으로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부실한 보안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박물관 측에 “비밀번호가 너무 단순하다”며 보안 강화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루브르는 이 경고를 외면한 채 구형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일부 장비는 기술 지원이 종료된 윈도 2000과 윈도 서버 2003으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킹이나 침입을 막을 기본적인 보안조차 갖추지 못했다”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프랑스 감사원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루브르는 신작품 구입에는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하면서도 보안 강화 예산은 외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간 동안 작품 구입에는 약 1억 500만 유로(한화 약 1500억 원), 전시 공간 리모델링에는 6350만 유로(한화 약 920억 원)를 사용했지만, 보안 유지와 안전공사에는 2670만 유로(한화 약 380억 원)만 투입했다.
화재 대응 기본계획은 2004년 이후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고 전시실 내 감시카메라 설치율은 지난해 기준 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같은 관리 부실이 1500억 원대 보석 절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은 로랑스 데카르 루브르 박물관장에게 7일 임시이사회 소집을 지시했다. 이 회의에서는 새로운 보안 부서 신설과 침입 방지 장치 설치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감사원장은 “이번 사건은 루브르가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현재 절도 용의자 4명은 체포됐으나 도난당한 왕실 보석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프랑스 여론은 “세계 최고 박물관이 ‘루브르’라는 비밀번호로 스스로 문을 연 꼴”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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