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에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의 최고 높이 145m(38층) 건물을 짓는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법하게 이뤄진 절차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종묘와 가까운 고층 건물이 경관과 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함께 서울 종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한을 조금 가졌다고 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과 입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이어 “문화 강국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이런 계획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대한민국 문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향후 대응 방안으로 “문화유산 보존·활용법, 세계유산 보존·관리·활용 특별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필요한 경우 새 법령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최 장관의 발언은 전날 대법원의 판결로 고층 빌딩 조성에 따른 종묘 경관 훼손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지자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동행한 허 청장도 “대체 불가한 가치를 지닌 종묘가 지금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며 “종묘 앞에 세워질 종로타워 수준 높이의 건물들은 서울 내 조선왕실 유산들이 수백 년간 유지해온 역사 문화 경관과 종합적 가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전날 문체부가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시의회는 해당 조례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문화재 100m 밖에서 이뤄지는 건설이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 보존 영향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을 2023년 9월 삭제해 개정했다. 이에 반발해 문체부가 소송에 나섰으나 패소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청계천 변에 들어설 건물의 최고 높이를 기존 71.9m에서 145m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고시를 계기로 불거진 종묘 경관 훼손 논란과 함께 주목받았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진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 밖이라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운지역 재개발사업이 종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한 우려”라며 “문화 체육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께서 서울시에 아무런 문의도, 의논도 없이 마치 시민단체 성명문 낭독하듯 지방정부의 사업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모습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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