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설] 사실상 ‘반중 시위 처벌법’ 발의, 표현의 자유 침해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특정 국가와 국민을 모욕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4일 발의했다. 최근 열린 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특정 국가와 국민을 모욕하면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안을 발의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공연히 특정 국가, 특정 국가의 국민, 특정 인종을 모욕하는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민주당의 신정훈·윤건영·박균택·서영교·권칠승, 무소속의 최혁진 의원 등 10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양 의원은 “특정 국가나 인종을 향한 혐오 발언이 온·오프라인과 집회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최근 중국대사관 등에서 진행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짱개’ 등 원색적인 표현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과 중국 국기 등을 찢는 등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다. 국내의 중국 혐오 정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혐중·반미 정서가 확산된 데는 일부 극단적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략적 목적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국민 정서를 이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한정 인정될 수 없다. 혐오와 차별의 구호를 외치거나 사실과 다른 괴담 수준의 음모론을 퍼뜨리는 폐해도 마냥 방관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 중국에 대한 혐오 구호가 난무했던 시위 끝에 발의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반중 시위 처벌법’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극단적 폭행이나 테러 위협 등은 기존 법률로 처벌하면 될 것을 굳이 새로운 법까지 만들어 특정 국가와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를 형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