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현장은 폭이 수 m에 달하는 강철 철골이 맥없이 부러진 가운데 폭탄을 맞은 것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붕괴 구조물을 둘러싼 다른 구조물들이 멀쩡하게 버티고 선 탓에 아수라장이 된 구조물은 더욱 비극적으로 비쳐졌다. 무너진 철골 곳곳은 갈색으로 녹슬어 노후화 수준을 짐작하게 했다.
울산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화력발전소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다수가 매몰됐다. 최근 잇따라 전국 각지의 공사 현장에서 매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사장 안전 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남부경찰서와 울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분께 용잠동 소재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 5호기의 철골 구조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현장 근처에 총 9명의 작업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60대 남성 1명과 40대 남성 1명 등 작업자 2명을 구조했다. 이들은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오후 3시 30분께 2명을 추가로 발견해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오후 10시까지 구조하지 못했다. 김정식 울산남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구조물이 무거워 구조 시간이 예상보다 지체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매몰자 5명의 위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충격을 금하지 못했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있던 목격자 A 씨는 “항상 있던 거대한 타워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굉음이 있었고 그 뒤에 먼지가 자욱하게 끼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보일러타워는 1981년 준공돼 2001년 사용 중지됐으며 철거를 위해 잘 무너지도록 구조물 사이사이 기둥을 잘라내는 과정인 취약화작업 도중 사고가 났다. 철거 작업은 HJ중공업이 수주해 코리아코에 발파 작업 등 도급을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를 당한 9명 중 1명은 코리아코 소속 정직원, 8명은 임시계약직이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50여 분 만인 오후 2시 56분께 광역 단위의 소방서 인력을 동원하는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오후 3시 13분께 4개 시도소방본부 특수대응단과 중앙119구조본부 등을 현장으로 파견하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어 오후 4시 45분께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고 장비 53대와 인력 206명을 투입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도 잇따라 대응에 나섰다. 사고 상황을 보고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수습, 특히 인명 구조에 장비와 인력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라”며 “구조 인력의 2차 안전사고 방지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수습 주체인 행정안전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기후에너지환경부·고용노동부·소방청·경찰청·울산시·남구 등 관련 기관은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노동부는 작업 과정에서 위법 여부가 없었는지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산업안전보건정책실장 등을 현장에 급파한 노동부는 사고 수습 이후 원인 규명을 위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최근 전국 각지의 산업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하거나 작업자가 매몰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전남 광양시의 한 하수처리장 설비교체 공사 현장에서 50대 현장소장 1명이 토사에 매몰돼 구조됐지만 이달 14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진 바 있다. 이달 2일에는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한 배수지 인근에서 노후 상수도 밸브 교체 작업을 위한 흙막이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6월 13일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의 노후 하수관 교체 공사를 하던 중 무너진 흙더미에 깔린 작업자 1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있었다.
전문가는 철거 현장에서 안전 관리가 소홀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문현철 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철거를 위해서는 건축물 설계도를 중심으로 철거 순서를 맞춰 진행하는 등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소홀히 하고 감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반 아파트나 건축물·화력발전소 건물의 철거 방식이 각기 다를 수밖에 없어 설계도에 기반한 정밀한 철거 방법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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