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상태에서 흡연을 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담배를 끊지 않고 계속 피운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30% 이상 높았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장유진 교수팀과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팀은 우울증 환자의 흡연 여부가 치매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 흡연이 치매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6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새롭게 우울증을 진단받은 40세 이상 성인 129만여 명을 2020년까지 평균 4.26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중 5만 8885명(4.56%)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참여자들은 △비흡연 유지군 △흡연 시작군 △흡연 중단군 △지속 흡연군 등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 중 지속 흡연군(14만여 명)의 치매 발병 위험은 비흡연군보다 1.34배 높았다. 흡연을 끊은 집단(1.26배)과 새로 시작한 집단(1.25배) 역시 치매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의 세부 유형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전체 치매의 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지속 흡연군의 위험이 1.32배, 흡연 중단군은 1.26배였다. 또한 혈관성 치매에서는 흡연의 영향이 더 컸는데 지속 흡연군이 1.52배, 흡연 중단군이 1.47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흡연이 뇌혈류를 떨어뜨리고 담배 속 독성 물질이 신경세포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킨다”며 “우울증으로 이미 취약해진 뇌 환경과 겹치면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분석했다.
우울증 환자는 본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분비가 과다하고 염증 반응이 활발한 편이다. 이로 인해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위축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여기에 흡연으로 인한 혈류 감소와 니코틴·일산화탄소의 독성 작용이 더해지면 신경세포 손상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전홍진 교수는 "우울증 자체가 치매의 전(前) 단계로 작용할 수 있는데 여기에 흡연이 더해지면 신경 염증과 혈관 손상이 가속화된다"며 "우울증 진단 이후의 금연은 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울증 환자는 금연 의지가 낮고 재흡연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적 치료와 금연 상담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히 중년기(40∼50대)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조기 금연을 통해 뇌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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