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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장갑·주사기도 수입산" 국산 의료기기 육성에 9400억 투입해 판 뒤집는다

2026년부터 7년간 총 9408억 투입

AI·로봇 등 6대 유망분야 집중 지원

경쟁력 키워 국가 신성장동력 육성

13개 필수 의료기기도 국산화 나서

업계 "건보 등 제도손질 병행 필요"





정부가 7년간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국산 의료기기 연구개발(R&D)에 9400억여 원을 투자한다. 기초·원천 연구부터 제품화, 임상, 인허가까지 의료기기 R&D 전 주기를 지원해 세계 최초 또는 최고 수준의 ‘게임체인저급’ 의료기기 6개를 개발하고 필수 의료기기 13개를 국산화하는 것이 목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부 등 4개 부처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2기)’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추진되는 이번 사업에는 국고 8383억 원과 민자 1025억 원 등 총 9408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의료 AI 소프트웨어, 유헬스케어 의료기기, 의료용 로봇, 임플란트, 중재 의료기기, 차세대 분자 진단 등 6대 미래 유망 분야를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외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의료기기 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현재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MRI) 기기 같은 첨단 의료장비는 물론 주사기·수액세트·의료용 장갑 등 소모품조차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국산 의료장비 사용 비중은 2018년 9.7%, 2020년 11.3%, 2022년 12.5%로 2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국내 기업들이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R&D와 인허가 절차를 거치는 데 막대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기기는 미세 소재, 특수 부품의 제조·가공 등 까다로운 공정이 많아 국내 기업 수준에서 자체적으로 R&D부터 생산까지 전부 내재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췌담도 초음파 내시경 조직 채취용 기구 '클리어팁' 사진 제공=파인메딕스




국내 최초로 소화기내시경 기구 국산화에 성공한 파인메딕스(387570)의 전성우 대표는 "한국은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해외 시장 진출이 필수적인데 국내 의료기기 제조 인프라가 부족해 기반을 다지기도 힘들다"며 "기존 제품보다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기업들의 독점 구조를 깨려면 제조 인프라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기기는 일반 소비재와 달리 R&D 이후 임상, 건강보험 등재, 인허가, 영업·마케팅 등 허들이 많은 만큼 상용화 촉진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저평가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초 360도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을 개발한 리브스메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국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병원들은 익숙한 제품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국산 제품은 시장 진입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며 "혁신 의료기기가 개발되면 국립병원과 지자체 병원에 우선 공급해 의료진이 우수한 기술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병원에서 검증을 거친 후 지자체 병원, 민간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산시켜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리브스메드의 360도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 사진 제공=리브스메드


정부는 이번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유헬스케어 의료기기, 의료용 로봇, 의료용 임플란트, 중재의료기기, 차세대 분자진단 등을 6대 미래 유망분야로 점찍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 세계 최초 또는 최고 수준의 의료기기 6건을 확보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기 사업 때는 의료기기 산업의 전반적인 체력강화를 지원한 만큼 이번에는 6대 미래 유망 산업에 집중 지원해 ‘국가대표 의료기기’를 육성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필수 의료기기 13건의 국산화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상급종합병원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장비 중 인공신장기와 식도·위·십이지장경 등의 장비는 외산 장비 사용 비중이 100%에 달할 정도다. 워낙 외산 의존도가 높다 보니 대내외 환경 변화로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민 건강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기기 업계는 이같은 R&D 지원과 더불어 건강보험 정책 등 제도 손질도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하고 있다. 어려운 난관을 뚫고 국산화에 성공해도 보수적인 의료기관들의 특성상 기존 제품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수가, 가격 상한제 등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도 의료기기의 국산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현행 제도에선 주사기, 수액세트 등 필수 소모품이 건강보험상 '산정불가' 품목으로 지정돼 있어 의사 행위 수가에 포함된다. 환자나 정부, 보험사 등 어디에도 비용을 청구할 수 없으니 기업 입장에선 투자 대비 비용을 회수하기 힘든 구조다. 업계에서 단순 R&D 지원뿐만 아니라 보험수가, 해외파트너사 물색 등 전주기에 걸친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영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1기에 이어 2기로 사업이 이어지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예산이 줄어든 점은 아쉽다"며 "민간 펀드를 조성해 R&D 투자로 연계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2020년부터 6년간 추진한 1기 사업에서는 총 467개의 과제가 지원을 받아 작년까지 국내외를 통틀어 인허가 433건, 기술이전 72건, 사업화 254건 등 성과를 냈다.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인공신장용 혈액여과기를 국내 중소기업인 시노펙스(025320)가 정부지원을 받아 개발에 성공해 작년 3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고, 올 6월에는 모로코 의료기기 전문기업 프리메딕과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 제이엘케이(322510)는 정부 지원을 받아 세계 최초로 AI 기반 뇌경색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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